일상

도대체 언제 키스를 해야 할까?

2022.05.14


1982년에 미국으로 유학을 와서 어영부영 눌러 앉았으니 어언 40년이 넘어가는 것 같다. 그 당시 한국 동해경비사령부에서 3년 군대생활을 마치고 직장생활하며 예비군 훈련 한참 받다가 왔으니, 나름 늦은 유학이었다. 남대문 옆 10층 빌딩에서 직장생활하는 중에, 경찰이 남대문 앞에서 전두환 정권 규탄하는 대학생 시위대를 향해 최류탄을 발사한다는 것이, 우리 회사 사무실이 있던 2층 유리창을 부수고 날아들었다. 그 사고로 여직원이 깨진 유리조각과 최류탄 파편으로 얼굴에 상처를 입었다. 나는 그 길로 한국 사회에 환멸을 느껴 무작정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런데, 졸업을 하고 건축회사를 하며 많은 미국인 고객들을 상대하며 나름 미국 문화를 제법 잘 안다고 자부하던 나지만, 아직도 나는 미국 문화의 겉을 돌고있다는 자괴감을 떨칠 수가 없다. 여기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국인들과 같이 (먹고자는 그런)생활해 본 적도 없기 때문에, 가끔 파티에 초청을 받아 가서 샴페인 잔을 들고 돌아다녀 봐도, 어딘지 모르게 그들과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마 정서적으로 한국의 김밥문화와 미국의 햄버거문화가 아무래도 융화되기 힘들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물론 나는 김밥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햄버거 피자 등 미국 음식을 좋아한다. 


어쨌거나, 내가 처음 백인 아가씨를 만나 연애를 한 적이 있는데, 나는 한국의 경직된 그리고 융통성없는 문화가 몸에 밴 상태라, 여자를 결혼하기 전에는 끌어안고 키스하고 주접을 떨면 안되는 줄 알고, 손만 간신히 몇번 잡고 같이 영화도 보고 데이트도 했는데, 얼마 후 슬그머니 나를 떠나가는 것이었다. 지금에야 느낀 것이지만, 내가 키스나 어떤 신체접촉도 시도하지 않으니, 아마도 내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떠난 것이었다. 그 때 그녀와 결혼했으면 아마 대갈통 노란 놈들이 2세로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 후에 지금의 배불뚝 여사를 만나 결혼을 하긴 했지만.. 


내가 미해병대 버스 운전수로 근무하면서, 다시 또 미국 문화에 버벅거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건 그곳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대부분 백인들인데, 여자들이 약 절반된다. 그런데, 백인 여자들은 수시로 눈만 마주치면 와서 껴안고 볼에 키스를 한다. 그걸 미국에서는 Cheek kiss 혹은 French kiss라고 한다. 그러면 나도 보고 배운 건 있어서 같이 볼에 키스를 해준다. 그런데 이 여자가 "찰리, 저 앤젤라(여직원)한테도 허그해줘~"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일단 가서 안고 볼에 키스를 해줬다. 그런데 속으로는 계속 문화적 정체성의 혼란이 왔다. 내가 키스를 생전 안 하니까, 저 여자가 일부러 나에게 친절하게 시킨 것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가 한 3년 근무하다 보니, 친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조언을 하는 것이겠지만, 나는 과연 그런 키스를 언제 해줘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시도 때도 없이 여자만 보면 쫓아가서 껴안고 볼에 키스를 퍼부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나는 원래 키스하면 엉덩이도 만지고 xx도 만지고 그냥 섹스로 발전하는 스타일이라..) 허긴 이들은 가슴을 거의 절반은 내놓고 다니고 노출을 꺼리낌없이 하기 때문에 어떤 성적인 느낌은 전혀 나지 않지만, 이들에게는 허그하고 볼에 키스하는 것이 일종의 형식화된 인사인데, 그게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는 것이다. 나는 그래도 한국사람 보다는 미국인들과 근무를 많이해서 미국문화를 많이 접한 상태인데도 이러는데, 다른 한인타운에서만 사는 한인들은 어떻게 이런 경우를 대처하는지 궁금하다. 


괜히 아는 척 하고, 여자에게 접근해 스~윽 끌어안고 볼에 키스를 퍼부었다가, 자칫 싸데기 맞을 수도 있고, 나쁜 경우는 성추행으로 경찰에 수갑채워져 끌려갈 수도 있다. 미국인들 한다고 나도 신나서 덩달하 했다가 낭패 당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의 파티는 어디 근사한 식당을 정해서 하지 않는한,(이들 파티는 식당을 가도 별로 먹을 것이 없다) 집에서 하는 파티는 한국식으로 잡채, 갈비, 떡, 부침, 고깃국, 등과 같은 먹을 걸 잔뜩 기대하고 갔다가는 실망할 수 있다. 그냥 기껏 내놓는 게 핫덕, 감자칩, 햄버거 정도다. 그리고 맥주나 음료수 정도.. 


이민자는 미국에 아무리 오래 살아도 이방인이라는 굴레를 벗기는 쉽지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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