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개(dog) 다음 서열 '남편'

2022.07.30


남자는 나이 들어갈 수록 조심해야 하는 게, 무엇보다 아내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인데, 늙어갈 수록 남자는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라는 일종의 스테로이드 성분인 남성 호르몬 분비가 현저히 줄어드는 반면, 여성 호르몬은 오히려 증가한다는 사실이 연구 결과로 증명된 바가 있기 때문이다.(남성 호르몬은 붕알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붕알이 시원찮으면 당연히 남성 호르몬도 감소할 수 밖에 없다) 반면에 여성은 반대로 남성 호르몬이 증가하고 여성 호르몬이 감소한다. 이런 거칠어진 아내에게 예전 신혼때 사근사근하고 애교 넘치던 모습을 기대한다는 것은 그건 바로 죽음이다. 판단 착오로 겁없이 밤에 잠든 아내 배 위에 올라가서 지뢀 떨다간 맞아 디질 수 있다. 사전 허락을 받고 올라가도 중간에 마음이 훽가닥 변해 발로 쳐맞고 떨어질 수 있는데..  


특히 남자는 예전 활발하게 사회생활하던 때와 달리 은퇴하고 하는 일 없이(당연히 수입도 없이) 마눌의 처분만 바라고 하루종일 마눌 눈치보다 끝나는 비참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예전 한달 생활비라며 거만하게 돈봉투를 마눌 앞에 획! 던지던 호기를, 쥐뿔도 없는 은퇴 후에도 했다간 그건 안 봐도 비디오다. 마치 강적 복싱선수에게 줘터져 바닥에 기절해 있는 꼴이라고나 할까.. 


어떤 남자는 냉장고에서 참치캔 통조림을 꺼내먹다 마눌한데 걸려 냉장고 앞에서 무지하게 혼났다고 하는 데, 사건인 즉슨, 그 집에서 아줌마들끼리 모임이 있어 테이블에 앉아 왁자지껄 떠들고 노는데, 남편이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물론 아줌마들 지들 테이블에는 잡채며 불고기 등 먹을거리가 넘쳐났지만..) 냉장고 문을 살째기 열고 통조림 통을 하나 꺼내 허기를 달래려던 찰라, 그만 마눌한테 딱 걸렸다는 것이다.(당시 거기 참석했던 한 아줌마의 입에서 나와 온 지구에 다 퍼졌다)    


"어머! 당신 뭐해? 아니.. 개 줄려고 사 온 걸 당신이 먹으면 어떡해!" 여자가 소리치자, 남자는 무슨 큰 도적질을 하다가 걸린 것 마냥, 냉장고 앞에서 통조림 하나 들고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여자가 후딱 좆아가 그 남자의 손에 들린 통조림을 낚아채서 다시 냉장고에 넣더라는 것이다. 아니.. 참치를 개는 먹어도 되고? 남편은 먹으면 안된다? 이 무슨 개 같은 경우냐고?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해도, 나중에 조용히 불러 타이르거나,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으면 명치 몇번 쥐어 박으면 되지, 굳이 여자들 보는 앞에서 그런 수모를 줄 건 뭐냐구? 


아내는 개가 요즘 하도 살이쪄서 소·돼지는 못 주고, 다이어트 차원에서 생선 위주로 식탁을 개선해 주느라, 참치를 사다 놓은 것이긴 하지만, 기아에 허덕이는 남편이 하나 먹을 수도 있는 것이지, 그걸 매정하게 뺐냐고? 햐.. 지독하다.. 


어쨌거나, 통조림을 훔치다 마눌에게 걸린 남편의 디디한 행동이 우선적 문제로 보이는데, 참는 김에 조금 더 참았다가 마눌 친구 아줌마들이 다 돌아간 후, 그 테이블에 남긴 것을 먹었으면 좋았을 걸, 그걸 못 참고 그런 무모한 짓을 저지르다니.. 


반면에 우리집은 또 반대다. 그렇다고 내가 마눌을 완전 지배하고 군주처럼 군림한다는 뜻은 아니고.. 나는 마켓을 가면 우리집 개들 먹을 사골뼈며 고기를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넣곤 한다. 그런데 보면 매번 그걸 마눌이 꺼내 푸~욱 삶아 그 기름진 국물에 밥을 말아 다 먹어 버린다. 나는 황당해서 "아니.. 그건 개 줄건데 왜 당신이 드슈?"하고 물으면, "이건 사람이 먹어야지 왜 개를 줘?"하고 반문하다. 나는 할 말이 없어, 그냥 "그래.. 많이 (쳐)드시고 건강하세요.." 이러고 물러난다. 거기서 더 시비붙었다간 먹던 뼉다귀 날아올 가능성이 높다. 승산없는 전쟁은 안하는 게 상책이다. 엄연히 손자병법에 나와있는 병법이다. 


나는 근래들어 TV에서 슬픈 장면이 나오거나, 안타까운 사연을 들으면 눈물이 스르르 난다.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눈물이 죽~ 흐른다. 예전 젊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늙어서 일어난다. 나도 당황스럽다. 예전같이 나의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필사의 감정 억제를 시도해 보지만 소용없다. 그런데, 슬쩍 옆눈길로 마눌을 보면 눈물은 커녕 덤덤하다. 저 분이 남자인가? 할 정도다. 예전 예리예리하고 약한 모습은 간 곳 없고.. 


이래저래.. 늙는 것도 서러운데, 주위를 많이 경계해야 하는 남자들.. 불쌍하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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