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노년의 부부생활에 대한 고찰

2022.04.11


사실 나는 60대 후반이고, 나의 마눌은 70을 바라본다.(한살 차이 누나다) 


솔직히 '중년의 부부생활 어쩌고..'라는 제목을 무척 달고싶었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이 들고 일어날까 봐, 부득히 그리고 솔직히 까기로 했다. 70을 바라보는 놈이 무슨 중년? 말 같은 소릴 해야지 말야.. 


내가 우리 마눌과 결혼생활 동안 무슨 살갑게 대한 적도 없고, 딱히 사랑을 끈적지게 표현한 적도 없지 만은, 딱 한 가지 열심히 한 건, 섹스다. 내가 한번 링 위에 올라가면 우리 마눌 그냥 바로 넉다운이 된다. 입에 개거품을 물고 넘어가는 정도는 아니지만, 대략 그 정도는 된다. 막 머리를 흔들고 흥분하는 것을 보면, 저러다 혹시 미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솔직히 했었다. 그러나 그것도 40대 중반 정도로 끝난 것 같다. 마눌이 애 둘 낳고 나더니 슬슬 애들하고 붙어 자면서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40대 중반에 "나~ 더 이상 아파서 못하니까 그렇게 알아!" 이러고 청천병력같은 선고를 했다. 새벽에 그 짓 할 때는 내 거시기가 자기 배꼽까지 찔러오는 것 같았다나 어쨌다나 하면서..(이건 내 물건이 크다는 걸 자랑하고자 하는 얘긴 절대 아니다. 이게 자랑이 됐다면 번데기 가진 분들께 정중히 사과드린다. 열등감 갖지 마시라)


내가 경상도 싸나이라 좀 무뚝뚝하긴 하다. 그래서 속에서는 따뜻한 말을 해야겠다고 하면서도, 실제 나오는 말은 정 반대로 딱딱하다. 어쨌거나.. 오늘 하고자 하는 얘기는 그냥 나의 솔직한 일상이다. 어떤 맛을 내는 감미료나 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사실 그대로다. 안 믿으면 할 수 읍고.. 모.. 


오늘도 저녁 식사를 마치고 마눌이 식탁 옆에 서서 TV 동치미를 보다가 "삐우~우~웅~"하고 방귀를 흘렸다. 어쩐지 밥을 잔뜩 먹고 또 귤 까먹고, 땅콩 까먹고, 옥수수 먹고 하더라고.. 나는 다행히 식탁에서 나와 소파에 앉아 있어서 냄새의 공격으로 부터 피할 수는 있었지만, 항상 이럴 때면, 마눌이 슬그머니 나를 쳐다 보는 것을 안다. 혹시 들켰나 해서.. 솔직히 소리가 그렇게 크게 나는데, 그 소리를 못들으면 그건 귀머거리지.. 그게 정상이냐구? 어쨌거나.. 나는 마눌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얼능 핸드폰을 꺼내서 열심히 뭘 보는 척했다. 마침 동치미에서 웃음소리가 크게 들려 소리는 비교적 묻힌 것 같긴 했다. 마눌이 다시 고개를 돌려 TV를 보는 걸 보니, 내가 눈치를 못챈 줄 알고 안심하는 것 같다. 


사실.. 저 나이되면 관략근이 느슨해져 방귀 흘리는 건 지극히 정상이다. 근데도 그럴 때 마다 나를 신경을 많이 쓴다. "어이 이 봐~ 그냥 확 껴~ 걱정 말고~" 하고 싶어도, 그런 말 절대 못한다. 그냥 못 들은 척 하는 편이 훨씬 편하다. 사실 연기 실력이 좀 있어야 하지만, 이젠 하도 이력이 나서 나에게 그런 연기는 누워서 식은 죽 먹기다. 저렇게 하루에 수시로 방귀를 날리면서도 나한테 한번도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나는 신기하다. 솔직히 나도 방귀를 뀐다. 인간이 방귀를 안뀌고 살 수 있나.. 다만 나는 소리를 안내고 조용히 뀐다. 완전범죄다. 마누라 코가 예민하지 못해 절대 모른다. 서로 피장파장인데, 왜 저렇게 유난을 떠는지 모르겠다. 여자는 늙어서도 남편에게 흉한 꼴을 안 보이고 사랑 받고 싶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오늘 마눌이 교회가는 날인데.. 매번 교회가는 날이면 옷을 입고선 나에게 달려와서 "여보 여보! 이 옷 어때?" 하고 묻는다. 딱 보면 배를 얼마나 쫄라 맸는지 그 많은 똥배가 다 들어가서 두리뭉실 땅땅하다. 어딘지 모르게 곧 풍선처럼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불안하지만, 그래도 건성 "음.. 이쁘네.." 그러면 좋아서 폴짝거리고 자기 방으로 뛰어가 화장을 하고 나갈 준비를 한다. 나는 저 정도면 분명히 숨 쉬기도 힘들 것 같은데, 점심도 먹어야 할 것이고.. 더군다나 방귀도 수시로 날리는 사람이 교회에서 어쩌려고 저러나 걱정이 되기도 한다.(물론 나는 교회와 담 쌓은 사람이라 죽어도 안 간다)


그 뿐이 아니고.. 마눌이 "에이.. 이젠 나이가 들어서 몸매도 안 나고.. 배도 나오고.." 그러면, 나는 잽싸게 "거 무슨 소리야, 그 나이에 그렇게 날씬(?)한 사람이 어딨어? 자기는 자기 동창 중에서도 제일 날씬하잖아~" 그러면, "그렇게 보여?" 하고 좋아라 한다. 아니 그 말을 또 믿는 마눌이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나도 오래 같이 살다보니 능구랭이가 다 됐다. 그게 내가 살기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어떤 날은 같이 TV를 보다가 마눌이 "저 여자 이쁘지?" 하고 TV 속 여자를 가르키며 물을 때가 있다. 그 때 대답을 잘 해야 한다. "에이.. 당신이 훨씬 이쁘징~" 하면 금방 뽀롱나닝깐, "당신도 젊어서는 정말 이뻤지.." 하고 혼자 독백하듯히 해준다. 은근히 들으라고 하는 소리지만, 나의 계산은 적중한다. 마눌은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여자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이 매우 이쁜 축에 속하는 줄 안다. 솔직히 나는 마눌이 이뻐서 결혼했다기 보다 마음이 착해서 했다. 그렇지만, 매번 마눌이 자신이 이쁘냐고 확인할 때 마다. "내가 당신이 이뻤으니까 결혼했지, 못났으면 했냐!" 하고 둘러치기를 한다. 솔직히 말 해놓고도 양심에 좀 찔리기는 한다. 나는 마눌에게 못났다는 소릴 생전 한 적이 없다. 사실 그렇게 미녀도 추녀도 아닌 보통이다. 미학적으로 말하면 그렇지만, 사실은 마음이 착해서 이쁘다. 


그리고 수시로 듣기 좋으라고 "당신 운동 열심히 하더니 살이 좀 빠진 것 같은데?" 하면, 마눌이 "좀 그렇지? 나도 좀 빠진 것 같긴 해~" 이러는데.. 솔직히 그 뱃살이 어디 가나? 그대로 있지.. 또 "당신 나가면 사람들이 당신 나이 안 보지?" 이러고 슬쩍 띄워주면, 즉시 "호호호~ 여보, 그닝깐.. 그 박권사 있잖아~ 그 사람이 나 보고 나이가 어떻게 되냐고 하면서, 아직 60 안됐지요? 하지 뭐야~ 호호호~ 너무 웃겨서~" 나는 그 박권사라는 사람도 사기성이 보통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딱 보면 아는데.. 그게 할 소리냐구? 에참.. 


허긴.. 모.. 착각 속에 사는 게 인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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