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인간의 정체성(正體性)과 편협(偏狹)된 사고(思考)에 대한 고찰

2022.04.13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지만, 사실은 어떤 면에서는 집단이기주의에 편협한 사고를 가진 매우 불합리한 존재라는 것을 간과한다. 이건 정의(Justice)의 실종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세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무고한 시민을 살상하고 평화롭던 나라를 파괴해 지옥으로 만든 것에 공분하지만, 정작 러시아 시민들은 오히려 푸틴에게 80%에 달하는 절대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지도자가 80%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거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아마 북한 김정은은 국민들로 부터 이보다 더한 지지를 받고 있을 것이다. 공산주의 국가 특성상 절대 권력의 언론통제와 세뇌를 통한 국민 길들이기의 효과로 볼 수 있겠지만, 러시아는 구 소련의 공산주의를 탈피해 비교적 개방된 자유로운 사회적 분위기 인데도 저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흥미롭다. 마치 평생 목줄에 매어 살아 온 개를 풀어줘도 어디 멀리 못가는 일종의 학습효과의 결과로 봐야 할 것 같다. 


인간은 사고하는 지성이고 정의롭고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사실은 매우 이기적이며 집단적이고, 편협한 사고를 지녔다. 이건 굳이 나라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 가족 내에서 봐도 알 수 있다. 내 가족은 최고, 일단 무조건 감싸기, 내 가족에 털끝 하나라도 손댈 수 없다는 어떤 자기 소속감이 강하고, 무한한 보호본능이 작용한다. 나의 가족이 범죄를 저지르고 잘못을 했으면, 냉정하게 판단해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감싸려는 심리가 작동한다. 그리고 어떻게 법망을 빠져 나가 우리 식구를 살려야 하는 지에 온 지혜를 짜내려 한다. 물론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이런 현상을 무조건 부정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건 나도 그 상황이 되면 그럴 수 있기 때문에.. 그러나 여기서 논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사고방식을 가짐으로 해서 또 다른 희생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예를 들어 나의 가족의 일원이 다른 여성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는데, 그걸 감싸다 보면 그 피해 여성은 오히려 무고죄에 가해자로 둔갑을 하게 된다. 이런 것이 모순이라는 거다. 이런 것이 집단이 되면 그건 정석으로 굳어진다. 이런 현상이 정치판에서 두두러지지만,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비상한 두뇌를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하지만, 이 모든 행동들이 다 정의롭게 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소프트한 뇌는 매우 영악해서 나에게 어떤 것이 해가 되고 어떤 것이 유리한지 신속하게 판단한다. 그것이 반사회적 행동이라 해도 나에게 이득이 되면 거침없이 행동에 옮기게 된다. 이기주의가 정의에 앞서기 때문이긴 하지만, 문제는 인간들이 노상 입에 올리는 말이 '정의'이면서 행동은 그 반대의 이율배반적이라는 것이다. 정의가 오히려 자신의 방어용 무기로 사용되는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한다. 


인간이 아무리 영리하고 판단력이 뛰어나다곤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이기와 자신이 소속된 집단에 영향을 받지않을 수 없다. 그건 인간은 집단생활을 하는 사회성 동물이고, 일단은 살아야 하는 욕구적 본능이 있기 때문에, 그걸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인간 개개인의 편협되고 이기적인 사고방식이 사회적이면서 역시 반시회적인 행동으로 나오는 것에 문제가 있다. 작개는 개인에서 크게는 국가로서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분쟁이 생기고 거기서 발전해 전쟁을 하게 된다. 개인 간에도 사는 게 투쟁일 정도로 매우 전투적이 된다. 남의 손에 들린 걸 뺐어와야 내가 산다. 내가 살기위해 남을 공격하거나 밟고 올라서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를 논하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을 수 있다. 그러면 '정의'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면 안되는데, 사람들은 입만 열면 정의를 외친다. 그것이 자신을 위한 정의인지 남을 위한 정의인지 알 수가 없다. 간단히 얘기하면 그건 정의가 아니고 나의 욕심인데 말이다. 사람들은 그걸 정의로 반듯하게 포장하는데, 때로는 그걸 넘어서 본인 스스로 그걸 절대적으로 믿기도 한다. 이미 온갖 논리로 자기 무장을 한 상태라 어떤 누구의 충고나 권고도 거침없이 거부한다. 


이런 수 많은 생각과 행동이 표출되는 사회에서 자신 만의 삶의 철학을 나름대로 합리화해 살아갈 수 밖에 없는데, 이런 것을 사람들은 정의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컴퓨터처럼 입력된 정보에 따라 완벽하게 움직일 수도 없을 것이다. 인간이 느끼는 희노애락이 다양하게 그리고 다각적으로 노출되고, 때로는 걸러지지 않은 거친 상태로 상대에게 전달되기도 한다. 이럴 때 자칫 오해가 생기고 분쟁이 발생한다. 


결론은 인간은 자기 위주로 자기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 일종의 독립된 인격체이기에, 어떤 규칙이나 원칙을 대입하긴 힘들 것 같고, 대신 자신이 다 옳다고 생각하는 편협된 사고에서는 좀 벗어나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 협력하고 상생하는 조금 융통성있는 객관적 사고를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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