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미해병대 훈련소에 근무하며 느낀 일들. 2편

2022.05.06


처음에 부대에서 해병들을 싣고 이동하는데, 신호등도 하나 없는 깜깜한 사막길을 버스 7대 정도가 달렸다. 주로 병력 이동은 한가한 밤 시간을 이용해 하는데, 제일 힘든 건 졸음을 이기는 거였다. 어떤 때는 너무 졸려서 깜빡 졸다가 후리웨이에서 버스가 차선을 넘어가는 것도 몰랐던 적이 있다. 다행히 군인들도 다 잠이 들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다시 제대로 차선을 잡아 달릴 수 있었다. 불과 1~2 초 사이였지만, 대형사고가 날 수도 있는 아주 위험한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 아이스박스에 얼음과 수건을 넣어, 차가운 수건을 얼굴에 대면서 잠을 쫒곤했다.


버스에 한 50명 정도의 군인을 싣고 가는데, 나는 목적지도 잘 모르고 그저 주소만 받고 고참이 운전하는 앞 버스를 놓칠세라 눈이 빠져라고 보며 달렸다. 그런데, 내가 배당받은 버스가 해드라이트가 너무 바닥을 비추고 있어서 약 30 피트 정도 앞만 보였다. 속으로 이러다 사막길 옆 언덕으로 잘못 들어가면 나 뿐 아니고 버스에 탄 군인들까지 다치는 대형사고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특히나 밤눈이 별로 좋지않아 밤에는 운전도 삼가는 편인데, 직장이라 안할 수도 없었다. 


이 훈련소에는 미국 전역 해병부대에서 오는 것 뿐 아니고, 세계 각국에서 훈련을 받으러 왔다. 캐나나, 영국, 중동국가, 그리고 한국에서도 왔다. 주로 몇달간 죽어라고 훈련받다가 자대나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가곤 했다. 우리는 그런 군인들을 공항에 도착하면 태워 오거나, 또는 훈련을 끝낸 군인들을 공항으로 태워다 주거나, 부대간 병력 이동이 있을 때 다른 부대로 실어다 주거나, 야외 훈련 장소로 실어다 주는 일을 했다. 주로 샌디에고, 애리조나, 텍사스 등으로 많이 갔다. 중동에서 훈련받으러 오는 군인은 국가가 돈이 많아서 그런지 자체 항공기를 타고 와서는, 훈련소 내에서도 따로 거처를 확보해 단독 식당에서 음식도 최고급으로 먹고 황제훈련을 받고갔다. 우리는 그들이 도착하는 공항으로 가서 싣고 부대로 왔다가, 훈련이 끝나면 다시 그들의 항공기가 있는 공항으로 데려다 줬다. 


가끔 쟈시와 트리 국립공원 초입에 군인들을 내려주고, 하루종일 땡볕에 걸어서 오후에 출구 쪽으로 오면, 우리 버스가 기다렸다 싣고 부대로 복귀하곤 했다. 일종의 극기의 생존훈련같은 것이었다. 


한번은 겨울 새벽에 군인들을 싣고 쟈시와 트리 국립공원에 내려주러 갔는데, 지휘관들이 군인들이 행군할 일정을 논의하는 동안, 내가 운전하는 버스에 탄 한 흑인 병사가 기다리는 동안 추웠는지 "운전수 아저씨, 히터 좀 틀어주면 안되요?"하고 물었다. 원래 사막 기후가 낮에는 덥고 밤과 새벽에는 또 무척 춥다. 나는 마침 군인들이 내릴 것으로 생각해서 버스의 시동을 끄고 있던 상태였다. 


내가 해병들을 경험해 본 바로는, 해병들은 주로 백인들로 구성이 되어 있고, 흑인이나 동양인들은 가끔 보이고, 남미계도 많지는 않았다. 이 미해병대는 자원입대인데, 선발기준이 까다로와 대부분 서류심사나 전과기록 등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통과해서 해병이 된 흑인들은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마치 자신은 선택받은 자라는 식의.. 


나는 이 흑인 병사가 히터를 틀어달라는 부탁에, 이런 주문을 고분고분 받아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 마디했다. "자네 지금 훈련받으로 온 것 맞나? 지금 곧 밖으로 나가야 할 군인이 춥다고 히터를 틀어달라는 게 말이 되나?" 하고 따끔하게 충고를 했다. 버스 안에는 다른 군인들도 50여명 타고 있는데, 아무도 불평 안하는데, 이 친구 혼자 불평을 했다. 춥기는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나는 히터를 틀지 않았다. 버스는 규정상 목적지에 도착하면 3분 안에 시동은 물론 모든 장치를 끄게 되어있다. 규정을 굳이 어겨가며 틀어야 할 이유도 없다. 추우면 포기하고 집에 가서 따뜻한 이불 속에 들어가면 된다. 


<3편에서 계속>  



좋아요
태그
인기 포스팅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