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미해병대 훈련소에 근무하며 느낀 일들. 3편

2022.05.08


사람의 신체는 신비하게도 필요에 따라 잘 적응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나는 원래 밤눈이 어두워 밤에 운전하는 걸 꺼리는 사람인데, 이것도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 운전은 시야로 보고 하지만, 역시 감각으로도 하니까 눈이 부족한 부분을 감각이 보완을 해주는 것 같았다. 


군대 버스는 보안을 우선하기 때문에 버스에 어떤 이름도 써있지 않고, 또 주로 야간을 이용해 이동을 한다.(부득이한 경우는 대낮에도 하지 만은..) 우리 운전수들은 휴대전화 텍스로 스케줄이 내려오는데, 그것도 하루 전에 온다. 항상 대기상태에 있어야 한다. 


나는 원래 크레인을 비롯한 중장비, 그리고 대형 트럭 면허도 있기 때문에 버스 정도는 그냥 손쉽게 운전할 수 있다. 참고로 예전에 크레인 회사를 운영할 때 사진을 몇 개 올려 본다. 회사 이름은 크레인 맨이었다.





해병대 버스도 조금 하다 보니 이력이 생겨서 제법 할 만 했다. 대부분의 해병들이 점잖고 매너있고 예의 바른 반면에, 꼭 어디 가던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듯, 문제를 일으키는 해병들이 있다.


보통 훈련을 마치고 떠날 준비를 하는 해병들은 우리 버스가 오는 것을 가장 반가워한다. 몇달간 고된 훈련으로 얼굴은 땡볓에 거의 구리색으로 변했고, 체력도 거의 고갈된 상태기 때문이다. 버스에 오르는 해병들은 "우릴 빨리 이 지옥에서 구해주세요!" 하면, 나는 "내가 구해주지"하고 응수를 하고 서로 낄낄거리곤 한다. 


일단 버스가 공항으로 군인들을 픽업가던, 훈련소에서 군인들을 싣고 나가던, 항상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 있는데, 그건 인원 점검이다. 군인들이 버스에 다 탄 것을 확인한 후 운전수는 군인들을 향해 "뒤에서 부터 번호!" 하면 원-투-트리- 포.. 이렇게 번호를 불러 마지막 번호가 나오면 그게 그날 인원수다. 그걸 시간과 함께 일지에 기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인원수 확인은 중요한 것이, 몇 시간을 가는 동안 중간에 휴계소나 화징실(때로는 이동식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다)에 잠시 서야 하는데, 가끔 미처 다 타지 않았는데 출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군인이 내렸다 타면 인원을 재확인해야 한다. 일단 부대에서 인원수를 확인하고, 운전수는 군인들에게 (다들 멘트가 다 다르겠지만..)"이 버스에 탄 것을 환영한다. 오늘도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다들 협조해 주기 바라며, 버스 안에서 담배 피지 말 것, 바닥에 쓰레기 버리지 말 것, 운행 중에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 것, 그리고 이유없이 크게 떠들지 말 것을 부탁한다" 이렇게 안내 방송을 하고 출발을 하게 된다. 


그 날은 버지니아 해병들이 훈련을 마치고 자대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LA 공항으로 가는 길이었다. 버스가 부대를 빠져나와 한 1 시간 정도를 달리는데, 순간 버스 안에서 담배 냄새가 났다. 문을 다 닫은 상태에서 에어콘을 틀고 가는데 냄새가 빠질 데가 없어 금방 알 수 있다. 누가 담배를 피는 게 분명했다.      


나는 바로 후리웨이 갓길에 버스를 세웠다. 그리고 운전석에서 일어나 군인들을 쳐다 보고 섰다. 그러자 군인들이 갑자기 무슨 일인가 해서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 봤다. 나는 "담배 핀 사람 누구야?" 하고 일갈을 했다. 다들 긴장된 표정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침묵이 흘렀다. 나는 이어서 "내가 분명히 출발하기 전에 버스 안에서 담배피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담배를 피우는 건 뭐냐? 너희들이 상대를 존중하지 않으면 나도 너희들을 존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이 조용한 적막이 흘렀다. 나는 무전기를 집어 들었다. "지금 담배 핀 사람이 나오지 않을 경우, 버스는 여기서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헌병대에 연락해서 그들이 너희들을 통제하도록 하겠다. 다들 그걸 원하나?"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잠시 후, 통솔자 격인 대위가 일어서더니 "이렇게 트러블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중에 확인해서 처벌을 하도록 하겠으니, 한번 용서해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했다. 


사실 버스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운전수에게 권한이 있지만, 당장 비행기 시간에 맞춰 가야하는 일행들이라 시간을 끌 수도 없었다. 조금 뻥이 들어간 겁주기였다. 그렇게 군기를 잡아야 가는 동안에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운전수 무섭다는 걸 좀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그날 운행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케이스는, 영국 해병대가 훈련받고 가는 날인데 인원이 많아 버스가 12대 정도 동원되었던 것 같다. 버스들이 군인들을 싣기 위해 막사 앞 약간 언덕진 길에 죽 일렬로 대기했다. 그런데 무슨 절차가 그렇게 많은지 한참이 걸렸다. 우리 운전수들은 그 동안 모여서 잡담을 늘어놓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마침 버스에 전화기를 놓고 와서 그걸 가지러 버스로 가게 되었다. 


그랬더니, 분명히 버스 문을 열어놓고 나왔는데, 문이 닫혀있었다. 버스 안을 들여다 보니, 한 영국군 해병 놈이 운전석에 앉아 기기를 막 조작하고 있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FXX.. OPEN THE DOOR!!"하고 욕을 섞어 버스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이 녀석이 순간 당황해서 어떤 스위치를 눌러 문을 닫았는지 몰라 허둥대며 문을 열지 못했다. "빨리 문 열어! 이 쉐키야!" 막 소리를 질렀더니, 한참을 허등대다 간신히 문을 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버스로 뛰어 올라가 그 운전석에 앉은 놈에게 "너 뭐하는 짓이야! 너 지금 얼마나 위험한 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알아! 유 마더 빡X!!!"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이 녀석이 얼굴이 사색이 되어서 안절부절 못했다. "겟 더 빡 아웃 오브 데어"(당장 꺼져!) 하고 소리를 질렀더니, 이 녀석이 부리나케 일어나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이 버스에 탄 모든 군인들을 향해 "헤이, 리슨 업!"(잘 들어!). "지금 이 버스가 언덕에 서 있는데, 잘못 에어브렉이라도 건드려서 차가 뒤로 밀리면, 저 뒤에 있는 군인들 다 죽는거야! 알아! 여긴 너희 나라가 아니야. 여긴 미국이야! 지킬 건 지켜야지! 그게 무슨 짓이야!" 하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그랬더니, 한 녀석이 다 들어가는 목소리로 "문제는 제가 일으켰는데, 왜 우리가 다 그건 소릴 들어야 하죠?" 하고 물었다. 그래서, "야! 군대는 단체야! 누구던 간에 버스를 잘못 건드려 사고가 나면 그 모든 책임은 나한테 있는거야! 이 버스에 탄 모든 사람들에게 하는 소리야! 불만있나?" 했더니, "아닙니다. 쏘리"하고 꼬리를 내렸다. 


사실 영국 해병들은 미국 해병들보다 키도 크고 등치도 크다. 대부분 190cm 이상 되는 것 같았다. 이들은 전에도 말썽을 부려서 운전수들 사이에서 빨리 자국으로 돌아가길 원하던 터였다. 다들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는 군인들이었다. 원래 영국인들은 매너가 좋다고 알려졌는데, 내가 겪어 본 영국 군인들은 정말 싸가지 없고 버릇 없었다. 


이 영국군들은 다른 나라 해병들과 달리, 고된 훈련이 끝나면 라스베가스로 가서 하루 즐기도록 배려를 해주었다. 그래서 그 날은 라시베가스 호텔로 가는 길이었다. 


그렇게 한바탕 난리를 치고 나서 버스들이 라스베가스로 일렬로 출발을 했다. 그 사건 때문인지 버스 안이 침묵이 한참 흘렀다. 그러자 한 군인이 "썰! 기분 나쁘지 않으시면 음악 좀 틀어주시면 안됩니까?" 하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주로 옛날 팝송 CD를 갖고 다니는데, "올드 팝송 밖에 없는데, 그거라도 틀어줘?" 했더니, "엣썰!" 해서 그걸 틀어주며 갔다. 


드디어 버스가 라스베가스 호텔 파킹장에 주차를 하고, 나는 "다들 내릴 때 쓰레기 바닥에 버리지 말고, 여기 앞에 준비된 비닐 봉지에 다 넣고 가도록. 알겠나!" 했더니, "엣썰!!" 하고 먹고 난 음료수 병이나, 간식 껍데기 쓰레기들을 일일이 들고 나와 비닐 봉지에 넣고 내렸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에 내린 인솔 장교가 "정말 죄송한데, 영국 군인들 너무 미워하지 말아주십쇼"했다. 그래서 "나도 너무 성질을 부려 미안했다. 여행 잘하길 바란다" 했더니, "옛썰!"하고 거수경례를 하고 내렸다. 


나중에 버스 안을 점검해 보니, 바닥에 어떤 쓰레기도 없었다. 버스 운전하고 처음보는 깨끗한 모습이었다.


<4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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