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왜 갑자기 길을 고쳐준다고 난리?

2022.05.10


며칠 전부터 우리집 앞 도로에 공사를 하기위해 측량을 한 후 지점을 표시하는 말뚝을 죽 박아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저건 뭐지 하면서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길 건너에 사는 백인 이웃 라벗이 연장을 빌리서 와서 말하길, 카운티에서 도로를 새롭게 깔아준다고 했다는 것이다. 뜻밖이었다. 


사실, 내가 사는 동네는 도시같지 않고 시골에 가깝다. 집도 띄엄띄엄 있고, 하루 종일 있어도 새소리, 개 짖는 소리, 그리고 가끔 기차 지나가는 소리 정도만 들린다. 이 동네서 가장 소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인간은 바로 나다. 맨날 뭘 만든다고 그라인더, 전기톱, 햄머, 컴푸레서 등을 쓰다 보니, 소리가 시끄럽다. 그렇다고 이웃들에게 심하게 방해가 되는 건 아니다. 주택간 간격이 멀다 보니, 들린다고 해도 아주 미약하게 들릴 수 있다. 


우리 동네는 조금 특이한 것이, 집 앞의 도로가 다 주민들 소유다. 즉 도로 절반은 우리 땅이고, 다른 절반은 앞집 소유 땅이다. 길은 단지 사람들이 드나들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러니, 이런 사유지를 카운티가 신경쓸리 없다. 마을의 큰 길은 카운티 소유라 맨날 삐까번쩍하게 애스폴트를 깔아놓지만, 주택이 있는 도로는 곳곳에 웅덩이가 피여있어 도시에서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조금 두려워 한다. 차 타이어가 빠져서 덜컹거리며 조심스럽게 들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야 오래 살아서 이미 적응이 되었다. 옆에 포장이 전혀 안된 흙길도 있다. 우리집 앞 도로가 언제 애스폴트를 깔았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수십년(약 50년?) 전에 깔고 한번도 손을 보지않았을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도로를 새롭게 싸~악 고쳐준다고? 이 인간들이 무슨 이상한 약을 먹었나? 왜 안하던 짓을 갑자기?


그런데, 사실은 이 인간들이 길을 깔아준다고 하는 데는 다 사연이 있다. 약 2년 전 쯤으로 기억되는데, 집으로 카운티에서 공문이 하나 날라왔다. 그래서 읽어봤더니, 이곳 팜스프링스는 풍력발전기가 많다. 워낙 바람이 많이 불다 보니.. 어떤 관광객들은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것을 보러 일부러 오기도 한다고 들었다. 제길.. 볼 것도 디지게 없다.. 


카운티에서 보낸 공문에는 "집 뒷산에 세워져 있는 오래된 풍력발전기를 철거하고 새로운 발전기를 설치하기 위해 언제부터 언제까지 공사를 할 예정이니, 그렇게 아십시요. 문의사항이 있으면 아래 이메일이나 전화번호로 연락주세요" 뭐 이런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 얼마 전부터 공사 차량들이 집앞 도로를 무슨 고속도로처럼 쌩쌩 달리길래.. "이 인간들이 도로 좀 고쳐달라고 할 때는 카운티 소유 아니라고 들은 척도 않더니, 지들이 필요할 때는 저렇게 무지막지하게 차를 몰고 다니누만.." 이러고 불만을 갖고 있었는데, 마침 잘 됐다 싶어 당장 그 공문에 있는 이메일로 편지를 써서 보냈다. 내용은 대강 "주소 어디어디에 사는 개똥이라는 사람인데, 카운티에 불만이 있어 이렇게 리포트를 쓰는 것이니, 주의를 기울려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곳 주택들은 비록 낡고 오래됐지만, 그래도 주택 소유주들에게는 매우 소중한 재산인데, 도시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렇게 막 대해도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저는 크레인을 비롯한 중장비를 다루는 사람으로서 주택 앞 도로는 법규상 25 마일 이상을 달릴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카운티의 공사 차량은 50~60 마일을 먼지를 날리며, 엔진 소리도 요란하게 달리고 있습니다. 바로 앞집에는 어린 유치원생 아이들도 있는데, 가끔 세발자전거나 장난감 차를 타고 집 앞에 나와 놀기도 하는데, 아이들의 안전에도 매우 위험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집의 앞, 옆, 뒤에 촘촘히 달려있는 8개의 감시카메라가 그걸 실시간으로 다 녹화중이며, 조만간 변호사를 통해 카운티를 상대로 소송을 할 생각도 없잖아 있습니다. 그닝깐.. 조심허시요이~" 뭐 이런 내용이었다. 


내가 카운티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낸 바로 다음 날, 바로 답장이 왔다. "귀하의 편지 잘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곳을 통과하는 공사차량은 카운티 소속이 아닙니다. 우리는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않았고, 지금은 단지 기획단계입니다. 그렇게 아시시요이~"  이런 식이었다. 뭐라? 카운티 소속이 아니라고? 


나는 다시 답장을 "카운티 소속 차량이 아니라면 미안허게 됐구만요. 그럼 내가 녹음 동영상을 면밀히 분석해서 2차 조치를 취할 것이니, 신경 끄시요이~" 하고 보냈다. 그 이후로 더 이상 공사 차량이 우리집 앞을 지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저 밑에서 45 마일 정도를 달여오던 공사 트럭이 우리집 앞을 지날 때는 갑자기 속도를 15 마일 정도로 팍! 줄여서 거북이처럼 살살 기어서 갔다. 얄마! 속 보여! 마! 그리고 우리집 앞을 통과해서는 또 45 마일 정도로 쌩 달려갔다. 이 인간들이 우리집 감시카메라을 매우 신경쓰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는지, 느닷없이 집 앞 도로를 싹 고쳐준다고 난리법석이다. 햐.. 소송 들어간다고 하니, 겁을 먹긴 먹은 모양이다. 증거로 녹음된 것들이 다 있으니, 그냥 소송만 하면 수백만 달러 그냥 굴러 들어오는데.. 


사실.. 몇년 전에 윗집 백인 영감 루벤이 나를 부르더니, 앞 길을 애스폴트로 포장을 하면 주택 가격도 올라가고, 자동차로 다니기도 좋은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은 적이 있다. 자기가 카운티에 물어봤더니, 거긴 사유지라 도로 까는 건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며 주민들이 상의해서 알려달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도대체 얼마를 내야 하냐고 내가 물었더니, 매달 얼마씩 할부금으로 평생 내야 할 거라고 했다. "What? Forever? WTF!" 나는 다른 주택 소유주들에게도 물어봤냐고 했더니, 아니라면서 나하테만 묻는 거라고 했다. 이 영감이 아마 망령이 들었는지.. 허긴 나이가 80 중반이니..          


그렇게 고자세를 유지하던 카운티가 왜 갑자기 무상으로 도로를 깔아주냐고? 카운티 직원들이 다 약 먹은 건 아닐테고.. 뭔가 똥줄이 타는지..    



여기 엉망인 다른 길도 많은데, 굳이 우리집 앞 길만 포장한다고 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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