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부

미국 스쿨버스에 대한 설명(2 편)

2022.04.19


스쿨버스 운전수는 오래 하지는 않았지만, 참으로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다. 그래도 어린 병아리같은 킨더가든이나 초등학생들의 천진한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이 팜스프링스 스쿨 디스트릭에 역사 이래 동양인은 예전에 경찰출신 일본인이 한번 근무하다 도저히 못해먹겠다고 앞뒷발 다 들고 나간 후, 내가 2번째라고 했다. 거의 백인, 히스페닉 그리고 소수의 흑인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수시로 무전기로 통화하고, 갑자기 새로운 편입생 혹은 신입생을 픽업해 오라고 지시가 떨어지면 그 큰 버스를 몰고 학생이 있는 주소로 찾아가야 하고, 또 등교•하교 시간 외에 갑자기 어디 학교로 가서 학생들을 싣고 극장으로 데리고 가서 관람시키라거나, 어디 야외공원에 필드트립을 가라거나, 밴드부를 싣고 어디 학교로 가서 경연대회에 참가하도록 하라거나 하는 짬짬이 운행을 해야 했다. 그건 당연히 시간당 페이가 된다. 


나는 초등학생들과 중고등생 때로는 킨더가든 학생들도 실어 날랐는데, 초등학생들 실어나를 때가 가장 보람있었던 것 같다. 학교로 가는 정거장이 여럿 있는데, 시간에 맞춰 주로 엄마들이 학생들을 데리고 나와서 기다라고 있다. 그러면 서로 굿모닝하고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고 자주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진다. 


매번 버스가 학생들을 태우기 위해 정거장에 설 때 마다, 몇 시 도착, 몇 명 탑승 다 기록해야 하고, 또 마지막엔 전체 인원수를 적고 학교에 도착한 시간을 기록하면 한번의 운행이 끝난다. 그런데 매번 아이들의 머릿수를 세다 보면, 아이들이 하도 떠들어 중간에 까먹고 다시 처음부터 세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손가락으로 눌러 숫자를 세는 기계를 하나 샀다. 



이 기계를 누르는 소리가 찰칵찰칵나니까 아이들이 신기해서 서로 한번씩 눌러봐도 되냐고 난리였다. 서로 하겠다고 다투기도 하고.. 그래서 곰곰히 생각하다, 아이들에게 퀴즈를 내주기 시작했다. 주로 간단한 문제들을 내줘서 맞추는 아이들이 하도록 했다. 그래야 합리적이고 공평할 것 같았다. 문제라고 해야 주로 미국 초대 대통령이 누구냐, 현재 부통령 이름은 뭐냐, 켈리포니아 주지사는 누구냐, 그리고 간단한 수학문제 19+3-1=? 100X3=? 등등.. 그러면 안다고 Here! Here! 하고 손을 드는 아이들에게 답을 말하게 하면 대부분 틀리고 한 두명 맞추곤 했다. 그러면 내가 임의로 뽑아서 하게 하고, 그 다음에 다른 애에게 기회를 주곤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집에 가서 부모한테 물어서 공부해 오느라 난리가 났다. 학부모들도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간단히 장난감이나 연필, 지우개, 스티커 등등을 사비로 사서 선물로 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즐거운 추억거리만 있는 게 아니다. 이 신참 운전수들은 별로 선택권이 없고, 고참 운전수들 순서로 좋은 라우트(운행 구역)는 다 차지하고 신참은 빈민촌이나 깡패들 드글거리는 라우트를 운행해야 했다. 나는 처음에 배정받은 곳이 주로 빈민가의 허름한 아파트나 흉칙한 집들이 있는 곳이었다. 당연히 아이들이 질이 안 좋았다. 중학생들인데도 등치가 삼삼했다. 내가 그 라우트를 배정받았다고 하니까, 다른 운전수들이 걱정스럽다는듯 쳐다봤다. 그래서 내가 "그 라우트가 그렇게 힘드냐?" 고 물었더니, "고생 좀 할 껄.." 이러고 "Good luck!" 하고 사라졌다. 나는 은근히 오기가 생겼다. 그렇다면 내가 한번 군기를 잡아 볼까 하고.. 


처음 이 라우트 학생들을 등교시키기 위해 그 빈민촌을 갔더니, 정말 팜스프링스 휴양지에 저런 곳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살벌했다. 집들은 다 낡았고, 쓰레기가 지천에 널렸고, 담벼락은 절반 부숴져 있고.. 마치 우크라이나 전쟁터 같았다. 그런데 아침이라 학생들이 비교적 차분해서 별 거 아니네.. 하고, 이런 걸 가지고 왜 그렇게 힘들다고 했을까 하고 우습게 생각했다. 그런데, 오후에 하교시간에 학생들을 싣고 가는데, 이 놈들이 신참 운전수에 동양인이 운전하니까 우습게 봤는지, 서서히 본색이 나오기 시작했다. 몇 놈 질 나쁜 놈들이 버스 바닥을 발로 쿵쿵 구르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다른 놈들까지 막 구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하지 마라! 경고한다!" 하고 얘기했더니, 조금 조용한 것 같더니 또 다시 쿵쿵 막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나는 속으로 "햐.. 이 놈들 봐라.." 하고, 조금 문제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은, 운행 중에 아예 등치가 190센티 정도 되는 아이들이 이 좌석에서 저 좌석으로 가서 웃고 떠들고, 막 일어나서 떠들고 난리가 났다. 원래 규정상 학생들이 죄석에서 일어나서 설치는 건 운전수에게 책임을 물었다. 그걸 지나가던 스쿨 디스트릭 직원이 보면 바로 슈퍼바이저에게 연락이 왔다. 그러면 또 리포트와 상황설명을 자세히 써서 제출해야 했다. 학생들 관리를 잘 못했다는 이유다. 원래 교육 받을 때는 운전수도 일종의 교사나 다름없고, 버스 안에는 대통령 오바마가 와서 타겠다고 해도 운전수 권한으로 못타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쥐뿔.. 말만.. 


3일째 되는 날, 이 녀석들이 아침에는 막 자고 나와서 그런지 조용한데, 주로 오후에 하교할 때 하이퍼되어서 난리들을 쳤다. 나는 하교 시간에 학생들이 버스에 다 타는 걸 기다려, 일단 대가리 숫자를 세고, 아이들 앞에 섰다. 그리고 "잘 들어! 해비타임 다 지났다. 앞으로 나와 너희들이 평화롭게 지내려면 너희들의 행동에 달렸다. 나는 당연히 앞으로 원칙과 규정에 따라 할 것이고, 어떠한 톨러런스(봐주는 거)도 없다. 지금 너희들을 집으로 데려다 주는데, 만약 한 명이라도 규정을 어기고 그 전처럼 나쁜 행동을 할 경우, 나는 바로 버스를 돌려서 학교로 가 교장에게 인수인계 할 것이다. 알았나?"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몇 놈이 우습다는 듯, "오케이~ 킥킥" 거렸다. 


나는 버스를 몰고 막 학교를 빠져 나오는데, 역시나 문제아가 다시 일어나서 버스를 왔다갔다 하고, 막 큰 소리로 떠들고 난리를 쳤다. 나는 거을을 통해 보고 "빨리 제자리로 돌아가 앉아. 두번 경고 안한다" 했더니, 이 놈들이 들은 척도 안했다. 나는 즉시 무전기를 들었다. 그리고 학교로 디스패쳐(무전기 담당직원)에게 "지금 학생들이 난리쳐서 도저히 운행이 불가능해 안전상 학교로 다시 돌아가겠으니, 교장을 좀 불러 주고 학교 청원경찰도 좀 불러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제서야 이 놈들이 상황을 눈치채고 "오~ 노~ 맨~ 위 원아 고 홈~ 프리스~"하고 애걸했다. 물론 그렇게 고쳐질 아이들이 아니었다. 이 라우트의 학생들은 원래 공부와는 담쌓고 노는데 열중하는 애들이라, 하교 시간이 해방의 시간이었다. 빨리 집에 가서 신나게 놀아야 하는데, 다시 학교로 간다니.. 그 전에는 당연히 그런 일이 없었는데, 새 운전수가 오더니 이 무슨 참사? 참사 좋아하네.. 이제 벌 받아야지.. 


버스를 돌려 학교로 돌아가니, 아이들이 설마했다가 비로서 심각성을 느끼고 "프리스~ 프리스~ 원 해픈 어게인(다신 안 그러께요) 썰~" 사정을 했다. 나는 한번 뽄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버스가 학교 파킹장으로 들어가니, 이미 다른 학생들은 다 가고 설렁했다. 교장과 2명의 경찰이 버스 내리는 곳에 딱 서 있었다. 버스가 서자 교장이 일단 버스로 올라 오더니, 버스 문을 잠가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야 한 놈이라도 도망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뒤이어 경찰이 따라 올라왔다. 


교장이 문제 일으킨 학생을 좀 지적해 달라고 했다. 나는 아이들 있는 곳으로 가면서 한놈씩 손가락으로 지적했다. 다들 나와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고 대가리를 밑으로 박고 있었지만, 나의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 8명 정도가 경찰에 끌려 나갔다. 아마 정학되거나, 전과가 있는 놈은 퇴학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다시 남은 학생들을 싣고 집으로 태워다 줬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날 발생했다. 


(3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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