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동강 난 냉면 그릇”

“두 동강 난 냉면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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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어릴 때 부산에 살았는데 당시 가정 형편이 어려워 

낮엔 일을 하고 밤에 학교를 다니던 중학교 1년 때의 일이 생각이 나서 몇 자 적는다.


하루는 학교 수업이 일찍 끝이 나서 집으로 오다가 전차 역 옆에 있는 

냉면 집의 기계로 국수 뽑는 걸 보고는 사 먹을 돈은 없고 

밖에서 침만 흘리면서 세 친구가 구경을 하다가 한 친구가 말을 했다. 

주머니들을 털어보자고...


다 합치니 한 그릇 값밖에 안 되었는데 우리 한 그릇 사서 

노나(나누어) 먹자고 해서 셋이 들어가 한 그릇을 시켰는데 

주인이 아무소리 없이 한 참후에 냉면 한 그릇을 가져다주어 

셋이서 번갈아 가면서 젓가락 하나로 한 번씩 빨아드리기 시작을 했다.


몇 번 하지 않았는데 건대기 국수는 다 없어지고 국물만 남았답니다.

그래서 한 친구가 그 국물이라도 먹자고 그릇을 제 앞으로 당기곤 

국물을 마시기 시작을 했지요. 


그런데 이 친구가 한 번만 마시면 될 걸 몇 번을 마시고 있는데 

앞에 있던 친구가 “야야, 니 혼자 다 묵을라 카노?” 하면서 

그릇을 당겼습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냉면 그릇이 두 동강이 났다.


놀란 우린 말도 못하고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데 

한 친구가 깨어진 그릇에 남은 국물을 마시려고 유리조각을 들고 마시려는데 


주인이 이를 보고 와서는,

“야 학생들아 그러지 마라! 입 빈다. 너거들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이구나. 

그릇 값은 놔두고 냉면 값이나 내고 가거래이!”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우린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해서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그냥 도망치듯 나와 버렸다. 


그런데 나와서 우린 이상하게도 웃음은 나지 않고 

한 놈이 그렇게 말을 했지요. “십겁 했네, 죽는 줄 알았네...”


그 때 나오면서 생각을 해도 그 당시는 냉면 값보다 냉면 그릇 값이 

“더 비쌌을 낀 데...” 하고는.. 우린 중얼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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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있고 10 여년이 흘렀다. 

그간 난 군대에 지원 입대를 하였는데 

61년 5/16 혁명이 나서 사병으로 혁명군이 되어 중앙청 동문에 

보초를 서다가 자대 헌병대 짚 차의 운전 부주의로 사고를 당했다.


이래서 일찍 의병제대를 하였는데 

그 당시 정부에선 건국 이래 처음으로 

전국의 각 부처별로 각급 공무원 공채를 실시하게 되어 

여기에 응시해서 다행히 합격이 되어 5급 공무원이 되었다. 


(이 당시는 대 기업이 없어 전국의 고급 실업자들이 취업의 기회가 없었던 차라 

공부를 좀 했다는 사람은 거의가 여기에 응시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점심시간 직원들과 냉면을 먹다 보니

옛날 그 냉면집이 문득 생각이 났다. 


 며칠 후 찾아갔더니 가게도 주인아저씨도 그대로였다. 

손님이 많아 의자가 다 찰 정도로 장사가 잘 되고 있었다.

속으론 무척 반가웠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냉면 한 그릇을 시켜 먹으면서 

그 때 냉면 그릇 깨트린 사연을 종이에 간단히 적고 

고마웠다는 인사와 함께 깨어진 냉면 그릇 값으로 

몇 푼을 봉투에 넣어 식탁위에 올려놓고 나왔었다. 


(나올 때 까지 주인은 봉투를 보지 않았다. 

내가 만일 그 때 아무게라고 말을 하였으면 

그릇 값을 그분이 받지 않을 것도 같았고 

말을 하는 것도 우습기도 하고 해서 

그냥 그와 우리들의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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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50 년도 더 된 일이라 지금쯤은 그 아저씨가 살아 계신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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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당시 그릇 값을 안 받으신 것도 고맙지만 

돈 보다도 철부지였던 어린 우리에게 바르게 사는 길을 일러주셨습니다.

혹여라도 이 승이 아닌 먼 나라에 가셨더라도 꼭 이 글 읽고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고마웠습니다, 아저씨!”

...

내 나이가 이런데 그 분이야... 그리고 그 동무들은....

‘아 옛날이여’

어떤 가수(이 ?)의 노래가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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