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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사진 rousou 열린마당톡 2014.08.19 신고
개죽음
파리 목숨 한국인들의 명줄 재촉 잔혹사
[프레시안 books] 희정 <노동자, 쓰러지다>
김윤나영 기자 메일보내기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4.08.08 18:13:43크게 작게 스크랩 바로가기 복사 프린트페이스북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미투데이 보내기 요즘 보내기 C로그 보내기 구글 북마크

얼마 전 타사 사진 기자들이 있는 차를 얻어 탄 적이 있다. 서로 안부를 묻고, 정치 얘기, 현장 얘기를 나누고 나니 대화 주제는 타 기자의 부고로 넘어갔다. 모 기자가 갑자기 갔다더라, 벌써 몇 명째라고 했다. 조심히 일하자고 다독이다 그들은 헤어졌다.

직장인들과 만날 일이 있으면, 종종 비슷한 얘기를 듣는다. 괴담 같은 이야기도 있다. 만날 야근하던 모 부장님이 회사 화장실에서 쓰러졌는데, 다음 날까지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은퇴한 지하철 기관사가 심장 질환으로 픽픽 쓰러진다. 주말에 집에서 조용히 잠만 자다 가시는 분도 있다.

<노동자, 쓰러지다>(오월의봄, 2014년 6월 펴냄)의 책장을 끝까지 넘기기까지는 심호흡이 필요했다. 우울할 것이 분명했다. 죽도록 일하다 쓰러지는 평범한 직장인들의 이야기가 소설이 아니라 현실이기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죽음, 그 배후엔…

▲ <노동자, 쓰러지다>. ⓒ오월의봄
▲ <노동자, 쓰러지다>. ⓒ오월의봄
저자는 택배원, 우체국 집배원, 건설 노동자, 철도 기관사, 백화점 직원, 청소년 아르바이트생, 청소 노동자, 실업계고 공장 실습생, 간호사 등이 사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풀어놓는다. 사람이 아프거나 죽는 이유도 다양하다. 야근을 너무 많이 해서, 유독 물질에 노출돼서,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일해서, 구조조정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렇게 '죽기엔 너무 이른 나이'의 사람이 한 해 2000명씩 죽어 나가는 곳이 한국이라 한다. 각자의 사연은 다양하지만, 이 많은 '죽지 않아도 될 죽음들'이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하나라 한다. 안전보다 이윤을 중시한 기업의 생리 탓이다. 이를테면 이렇다.

"20년 전에 조선소 용접공은 잘 일하고 있다가 전류가 온몸을 흐르면 장렬히 전사하는 거라 여겼다. 온통 철판인 배 위에 재수가 없으면 죽는 거라 했다. 그것이 용접공의 인생이라 여겼다. 그런데 조선소에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노동조합 요구로 감전 방지 장치를 용접기에 부착하고 나니, 안 죽었다. 몇 백만 원의 돈만 쓰면, 용접공은 장렬히 전사할 필요가 없었던 게다." (58쪽)

이 책은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 같은 한국 사회 현실을 아프게도 꼬집는다. 왜 그렇게 됐을까. 그중 한 원인이 규제 완화와 정부의 무책임함이다.

예를 들어 구미 불산 사고가 났을 때, 정부는 해당 기업에서 어떤 물질이 얼마나 쓰였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사용하는 유해 물질의 양이 5000톤 미만이면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대상'에서 제외해준 기업에 대한 '배려' 때문이다. 사고 현장 500미터 이내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을 때, 공단 내 노동자들은 기계를 돌리고 있었다. 정부가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지 않은 탓이다.

직원 목숨이 파리 목숨이니, 그 피해가 고스란히 서비스 질 저하로, 혹은 지역 주민들에게 온다. 교대 근무에 혹사당한 간호사가 일을 그만두면, 병원은 간호사가 할 일을 간호조무사에게 맡긴다. 불산 유출 사고가 난 구미에 사는 주민들은 자기 주변에서 어떤 물질이 쓰이는지를 모른다. 피해가 제2, 제3으로 퍼진다. 사고가 '참사'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적폐'들이 일하는 사람들의 목을 겨누고 있었는지 이 책은 날카롭고 세심하게 꼬집는다.

내가 지난주에 뭐했더라?

덤으로 이 책을 보는 동안 독자들이 주변의 많은 것을 둘러보게 되는 것도 나름의 소득이다. '내가 지난 한 주를 어떻게 보냈더라?' 매일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했고, 취재원에게 받은 자료를 우체국 택배로 부쳤고, 고장 난 에어컨을 고치려고 수리 기사를 불렀고, 24시간 카페에 앉아 일을 마감했고, 심지어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엔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

이 수많은 직장인과의 만남을 다시금 돌이켜봤다. 35도를 넘어서는 기온에 4층까지 올라와 배달하던 노동자의 팔뚝이 햇볕에 시꺼멓게 타서 구릿빛이었던 기억이, 에어컨 수리 기사 목소리가 '솔톤'이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읽던 책을 덮고 혹시 나도 발암 소독제로 만들어진 섬유 유연제를 쓰고 있는지 집을 뒤지기까지 했다. 모두 이 책의 파급 효과다.

작은 아픔도, 죽음과 같은 큰 아픔도 많지만 슬픈 장면들은 독자들을 위해 남겨놓기로 한다. (이를테면 암에 걸린 반도체 공장 엔지니어인 남편이 아내와 자식조차 못 알아보고 횡설수설 제대로 말도 못하는 와중에 "버틸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거야"라고 또박또박 말하는 장면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공감 가면서도 단연 압권이었던 부분은 '야간 노동, 장시간 노동'에 대한 취재를 마치고 본인도 일하러 24시간 카페를 찾은 저자 자신에 대한 이야기였다. 수많은 직장인의 하루를 담은 내용을 조금 옮겨보기로 한다.

"취재를 마치고 24시간 문을 여는 카페를 찾았다. 피로해 보이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아 주변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밤늦게 일하고 있으면 무슨 생각이 들어?'

답이 왔다. '눕고 싶어. 요새 집에 오면 바로 자. 잘 일어나지도 못해. 나 자야 해. 더 물을 것 없으면 나 잔다.' 이어 다른 메시지가 왔다. 이전보다 성실한 답변이었다. '정신이 멍해져. 그러다가 내가 뭘 하는 건지 회의가 들기 시작하지. 그러다 그런 생각도 없어지고 멍해. 인간다운 삶은 아닌 듯. 슬프다.'" (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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