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교육지도를 바꾸는 한국발 뇌교육 3편
2011년 카를로스 카르시아 엘살바도르 유엔 대사의 요청으로 엘살바도르에서 시작된 최초의 뇌교육 프로젝트는
그해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디스트릭토 이탈리아 학교 학생 39명과 교사 2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2008년 미국에 설립된 뇌교육 비영리단체 아이브레아파운데이션(회장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 IBREA Foundation, 이하 IBREA)이 참여했고
엘살바도르 유엔대표부, 엘살바도르 교육부, IMU(Woman’s Institute)가 후원했다.
학교가 있는 이탈리아 지역은 산살바도르의 변두리 지역으로 폭력이 일상화된 곳이었다.
엘살바도르는 오랜 내전의 상처로 사회 폭력문제가 심각했고 디스트릭토 이탈리아는 더욱 심각했다.
디스트릭토 이탈리아 학교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부터 엘살바도르 교육부는 이 지역 학교에서 폭력을 추방하고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자 했다.
엘살바도르 유엔대표부를 통해 뇌교육을 알게 된 엘살바도르 교육부는 디스토릭토 이탈리아학교에서 시범 프로젝트를 하기로 했다.
IBREA는 3개월간 매주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1시간씩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체력을 기르고 정서함양과 자신감 증진을 위한 뇌교육 수업을 했다.
3개월이 지나자 변화가 일어났다.
결석하던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기 시작하고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학생 결석률 감소, 성차별 감소, 자신감 향상, 스트레스 감소와 정서적 안정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학교를 그만두려고 했던 라우라 칼데른은 뇌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모범생이 되었다.
열여섯 살 라우라 칼데른은 2011년 엘살바도르 수도 산살바도르 토나카타 페케(Tonacatepeque)시에 있는 센트로 에스콜랄 디스트릭토 이탈리아 학교 8학년이었다. 라우라는 스트레스가 심하고 무기력해 뭐든 하기 싫어했다. 숙제를 하지 않았고, 성적이 좋지 않았다. 또한 매우 반항적이고, 변덕이 심했다. 어머니는 라우라를 상담센터와 병원에 데리고 갔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무기력하게 학교에 갔다 집으로 돌아오면 라우라에게는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것이다. 임신한 줄 알았을 때 라우라는 어머니에게 말할 방법을 몰랐다. 낙태가 자신의 인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 라우라는 아이를 낳았다. 출산 직후 아이 아버지는 라우라 가족을 버렸다. 불행하다고 느낀 라우라는 ‘내가 무엇을 잘못했지’ 자신에게 물었다. 아이 아버지는 라우라의 의붓아버지였다. 얼마 후 의붓아버지는 갱단에 살해되었다.
다음해 9학년이 된 라우라는 이탈리아 학교의 모범생이 되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여 성적이 우수하였다. 수학과 영어, 자연과학은 라우라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었다.
충동적이고 공부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던 라우라는 2011년 IBREA가 엘살바도르에서 첫 진행한 ‘뇌교육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불행한 미혼모에서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우등생으로 바뀌었다.
라우라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성적이 좋아진 것은 물론 인생의 꿈과 희망을 찾고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였다.
“내가 불행하다고 느꼈을 때 IBREA 뇌교육 프로그램이 학교로 왔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저에게 매우 도움이 되었어요.”
라우라처럼 학생들이 바뀌면서 교사와 부모도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지역을 평화롭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찾다 학생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놀 공간으로 수영장을 짓기로 했다.
이는 IBREA 협회장인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이 제안한 것이기도 했다.
여건으로 보아 당시로는 불가능한 목표였으나, 뇌를 활용하여 수영장 건립이라는 목표를 선택하고 모금에 나섰다.
수영장 건립은 2012년 5월 1일에 시작하기로 했다.
IBREA가 지역사회에 제시한 조건은 단 하나. 수영장 건립에 모두 합심하여 함께 하라는 것이었다.
이 수영장 건립에 토나카타 페케 시도 지원하고, 학교, 지역사회, 학부모와 지인들도 참여하도록 했다.
특히 경쟁 관계에 있는 갱단도 수영장 건립에 참여하였다.
도저히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수영장이 드디어 2012년 10월 17일 완공되어 ‘평화의 수영장’ 이라 명명하였다.
산체스 세렌 엘살바도르 교육부 장관이 완공식에 참석하여 축사를 하고,
뇌교육 프로젝트와 수영장 건립을 제안하고 추진한 이승헌 총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수영장 건립은 뇌교육이 학교를 넘어 지역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평화롭게 만드는지,
좋은 사례로 엘살바도르 교육부 등에 각인되었다.
수영장 건립에 앞서, 이탈리아 학교의 뇌교육 프로그램 성과는 엘살바도르 교육부를 통해 더욱 확장되었다.
이탈리아 학교 뇌교육 프로그램의 성과는 곧 엘살바도르 교육부에 보고되었고,
2011년 8월 당시 교육부 장관이었던 살바도르 산체스 세렌(Salvador Sánchez Ceren),
현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이탈리아 학교를 방문했다.
산체스 세렌 장관은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들이 뇌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열정과 헌신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는 부모가 교도소에 있거나 살해된 아이들,
또는 마약 밀매자였던 아이들이 집중하여 몸을 움직이고 밝은 얼굴로 웃으며 서로 협력하는 것을 보았다.
이 방문을 계기로 엘살바도르 교육부는 산살바도르 주 교육청와 뇌교육 확대 방안을 협의했다.
산살바도르 주 교육청장은 디스트릭토 이탈리아 학교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3개 학교로 뇌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하여 2012년 디스트릭토 이탈리아학교를 포함한 4개 학교에서 뇌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엘살바도르 교육부는 이 ‘엘살바도르 학생들의 정서 조절 및 자존감 향상을 위한 공교육 지원사업’에 우리나라에 공적개발 원조(ODA)를 요청하였고,
국내에서는 글로벌사이버대학교가 수행기관으로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을 신청하였다.
우리나라 정부는 ‘교육과학기술부 글로벌 교육지원사업’을 통해 4개 학교에 교육 원조를 하였다.
우리나라 뇌교육 프로그램이 공적개발 원조를 통해 외국에 수출된 첫 사례이다.
2012년 한국 교육부의 ‘엘살바도르 학생들의 정서조절 및 자존감 향상을 위한 공교육 지원- 뇌교육 컨설팅 및 전문교원 양성 -’ 사업은 시범 프로젝트와는 달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주관으로 진행하여 뇌교육의 학교 정착과 지속성을 위한 전문 교원 양성과 교육 컨설팅에 중점을 두었다. 교원양성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4개 학교 교사 79명을 대상으로 2012년 9월부터 11월까지 교육을 진행했다. 이렇게 양성된 교사와 IBREA 뇌교육 팀이 4개 학교 학생 104명을 대상으로 시범 교육을 시행하였다.
그러나 4개 학교 사정은 심각했다. 특히 호아낀로데스노 학교는 교도소 같은 분위기였다. 당시 이 학교 글로리아 뮐러 교장은 1년 뒤 국제뇌교육협회가 2013년 8월 18일 서울에서 개최한 '2013청소년 멘탈헬스 심포지엄-뇌, 행복교육을 말하다'에서 '엘살바도르 호아낀로데스노 학교의 뇌교육 효과'를 발표하면서 엘살바도르 방송이 보도한 학교 뉴스를 소개했다. 화면에 보인 학교는 충격적이었다. 마리화나, 코카인 등 마약에 중독된 학생들, 갱단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학생들, 마약을 팔다 경찰에 잡혀가는 학생. 학생들간의 폭행은 난무하고, 심지어 학생들이 선생님을 감금하고 폭행을 서슴지 않는다. 수업을 해도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과 목숨의 위협을 느끼는 교사들은 학생들을 올바르게 지도할 수도 없다. 학생들이 학교에 오는 이유는 마약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글로리아 뮐러 교장은 호아낀로데스노 학교로 발령받아 첫 출근하던 날 경호원을 지원받았다. 결국 부임한 지 16일째 되던 날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갱단에 들어간 학생들이 들이닥쳐 뮐러 교장을 감금하고 폭행했다. 죽이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이미 전임 교장은 갱단 학생들에 의해 피살되었다. "우리 학교가 이런 상태라는 걸 공개되는 것이 싫었지만 인정해야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폭행당했던 날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너무 무서웠죠. 그렇지만 학생들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뮐러 교장은 서울에서 이렇게 말했다.
IBREA 엘살바도르 뇌교육팀이 호아낀로데스노학교에 도착했을 때도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교문은 굳게 닫힌 채 경찰이 학생의 소지품을 검사했다. ㅁ자 형태의 학교는 안전을 위하여 각 층, 교실마다 철창이 둘러쳐져 있고, 층마다 총으로 무장한 경찰이 2~3명 배치되어 있었다. 학교 벽은 학생들이 갱단의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서 한 그라피티(낙서)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엘살바도르 학교 내 갱단이나 그라피티는 흔한 광경이지만 호아낀로데스노 학교는 특히 심각했다.
이 학교 뇌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성민규 씨는 “말이 학교이지 소년원 혹은 감옥이 아닐까 싶었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뇌교육은 우리에게는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학교상황이 워낙 어려웠기에 뇌교육 강사들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을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일과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걸 보면서 혹시 내일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어떡하나 걱정스럽게 지켜보곤 했죠." 뮐러 교장이 서울에서 발표할 때 한 말이다.
엘살바도르 뇌교육팀은 그런 상황에서도 뇌교육 수업에 집중했다.
수업은 쉽지 않았다. “인생에는 먹고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 뇌교육 트레이너의 이 말에 학생들은 충격을 받았다.
먹고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게 있다니...…반발이 일어나고 언쟁으로 번졌다.
늘 배가 고픈 학생들이라 그랬을 것이다.
이에 뇌교육 팀은 실제 체험해보고 다시 이야기하자고 학생들에게 하루를 굶어보자고 제안했다.
많은 학생이 하루 한두 끼를 먹지 않았다.
실제 굶어본 학생들은 뭔가 는껴진다고 했다.
뭔지는 모르지만, 먹고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때부터 학생들은 뇌교육 수업에 빠지지 않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변화의 시작이었다.
IBREA 엘살바도르 뇌교육 팀은 주 2~3회 8주간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학교 안에서도 가장 문제인 학급을 선정해 학생들을 지도했다.
이후 매일 수업 시작 전 45분씩 뇌체조, 명상, 호흡, 비전 정하기 등의 뇌교육 수업을 시행했다.
모든 것이 체험으로 진행되어 학생들은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뇌교육 프로젝트를 3개월간 시행한 4개 학교 모두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였다. 호아낀로데스노학교에서는 기적과 같은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인성 부문에서 학교폭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마약에 중독되었던 학생들이 중독에서 벗어난 사례도 나타났다.
고학년 학생들이 점령하던 학교 내 공동구역을 저학년 학생들도 함께 나눠 쓰도록 배려하고, 경찰과 대치하던 학생들이 경찰과 함께 교통안전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2013년 한국을 방문한 글로리아 뮐러 교장은 서울에서 이렇게 발표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되었을 무렵 학교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 느껴졌습니다.
우울하고 어둡던 학교가 조금씩 밝아지는 것이 보였죠.
뇌교육을 도입한 후 학업 성적도 올라갔습니다.
수학능력평가에서 10점 만점에 3점대로 꼴찌였던 학교가 뇌교육 수업 후 9점이 넘으며 전국 학교에서 1등을 차지했어요.
그때 뇌교육을 전국에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4개 학교 교장은 엘살바도르 교육부에 이 같은 변화를 보고하고 모든 학교에 뇌교육을 도입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이에 교육부는 2013년 6월 ISBM(엘살바도르 교육부 산하 교사 복지단체), 아이브레아파운데이션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엘살바도르 전국 학교에 뇌교육을 보급하기로 했다.
뮐러 교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울했던 학생들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미처 알지 못했던 가능성을 뇌교육을 통해 발견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학교의 성공 사례를 전파해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여러 곳에서 이런 프로젝트가 도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자로서 저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뮐러 교장이 방한 기간동안 강연과 언론 인터뷰와 교육관계자와의 만남에서 빠지지 않고 했던 인사가 있었다.
"뇌교육의 나라! 한국에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