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멕시코 국경이 중남미 국가들 및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난민 신청 이민자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미국 국경에서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이민자수가 역대 최다 수준을 기록했다고 월스트릿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월스트릿저널은 연방 세관국경보호국 발표를 인용해 지난 9월 말 끝난 2022-23 회계연도 1년 동안 남쪽 멕시코 국경에서 국경수비대 요원들이 체포한 밀입국 시도 이민자들의 수가 총 205만 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회계연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연간 밀입국자수가 200만 명 선을 넘은 것으로 그 이전 수년간은 밀입국자수가 오르내리긴 했지만 170만 명 선을 넘은 적이 없었다고 월스트릿저널은 전했다.
이같은 상황은 특히 미국 국경에서 난민 신청을 하기 위해 몰려드는 이민자들이 급증한 가운데 나온 현상으로, 특히 어린이들 포함한 가족 단위로 미국 입국을 시도하는 이민자 가족들이 많아지면서 미국 이민 시스템에 과부하를 주고 있다고 월스트릿저널은 지적했다.
또 이들 난민 신청 이민자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텍사스 등 국경 인접 주들이 이들 이민자를 미국내 이른바 이민자 보호도시를 자처한 대도시들로 이송하는 정책을 실시하면서 이들 대도시에서 이민자 난민 수용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도 커지고 있어 미국내 불법 이민자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생추어리 시티를 표방해온 시카고시가 남부 국경지대에서 이송된 중남미 출신 불법입국자 문제로 주민들과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시카고 언론들이 전했다.
이에 따르면 작년 8월 이후 1만9,000여 명의 중남미 출신 불법입국자를 수용한 시카고시는 겨울철을 앞두고 2,930만 달러를 들여 ‘이주민 겨울나기용 천막촌’을 조성하기로 하고 히스패닉계가 다수 거주하는 도시 남서부 브라이튼파크 지구의 대형 주차장에 부지 조성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불체자 천막촌에 반발, 공사가 진행 중인 부지에 모여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심지어 해당 지역을 지역구로 하는 줄리아 라미레스 시의원(민주)이 보좌관과 함께 시위 현장을 찾았다가 주민들에게 몰매를 맞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라미레스 의원은 경찰의 제지로 크게 다치지는 않았으나 그의 보좌관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라미레스 시의원이 별도의 공지 없이 시위 현장에 도착했으나 일부 시위대가 그를 알아보고 다가가 주민들의 염려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며 소요가 일었다고 전했다.
이어 “수십명이 그를 둘러싸고 소리치다가 밀치거나 끌어당겼다”며 “라미레스 시의원이 자리를 뜨려 하자 그를 붙잡고 공격했다”고 부연했다. 결국 라미레스 시의원은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고 순찰차에 올라 현장을 벗어났다.
라미레즈 시의원은 “잘못된 정보가 돌고 있어 이를 바로 잡고 주민들과 직접 만나 향후 대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시위 현장을 찾았다”며 “하지만 시위대는 평화로운 대화를 원치 않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