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 정상과의 첫 통화부터 직설적으로 ‘국경’을 거론해, 양국간 앞날이 불법 이주민 문제를 둘러싸고 순탄치 않을 수 있음을 암시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8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어제 트럼프 당선인과의 전화 통화에서, 그는 먼저 제게 취임축하 인사를 건넸고,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의 안부를 물었다”며 “우리는 서로 곧 보자며 따뜻하게 통화했다”고 말했다.
멕시코 대통령은 이어 “트럼프 당선인은 어느 순간 국경 문제를 언급했고, 그게 전부”라며 “이와 관련한 사안에 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저는 답했다”고 덧붙였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문제 앞에서 그대로 맞설 것”이라며 미국 새 정부의 강경 이민자 정책이 양국 협력에 있어서 도전 과제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국경 강화를 취임 후 최우선 순위 과제로 삼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전날 NBC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는 분명히 국경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불법 입국자들의 범행 사례를 거론한 뒤 “우리는 (대규모 추방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강조했다. <본보 8일자 A1면 보도>
멕시코 정부는 그러나 경제난에 시달리는 중남미 이민자 출신국에 직접 지원을 늘리는 한편 합법적 체류 경로 확대를 통해 불법 이주 의지를 줄이는 게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후안 라몬 데라 푸엔테 멕시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대통령 기자회견에 함께 자리해 “불법 이주로 적발된 이들의 숫자가 2023년 12월18일 1만2,498건으로 사상 최대치였으나, 지난 5일엔 3,200건으로 76% 가까이 감소했다”며 “우리 전략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역설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불법 이민자 월경과 마약 반입을 차단하지 않을 경우 “멕시코산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러나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3국 무역협정(USMCA)상 당장 그의 말이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엘에코노미스타를 비롯한 현지 매체의 분석이다.
그러나 2026년 USMCA 이행사항 검토를 앞둔 상황에서 ‘USMCA 재협상 가능성’까지 몇 차례 거론된 터라 멕시코 정부에선 트럼프 당선인의 언사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멕시코는 수출 물량의 약 80%를 이웃 나라인 미국에 보낼 만큼 ‘미국 의존도’가 높은 국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