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저토록 순박한 기다림이 있을까?

2020.06.20

거센 파도가 몰아쳐도, 장대비가 내려도 한결같이 갯바위에서 옛주인만을 그리워하는 누렁이의 순박한 기다림이 가슴을 애잔하게 한다.


파도가 부서지는 마라도 섬의 갯바위에서 옛주인과 함께 뛰놀던 누렁이는 병치료를 위해서 어느날 갑자기 섬을 떠나버린 옛주인을 갯바위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아마 이별을 고하던 그날도 배를 타고 육지로 떠나던 노부부의 모습을 이곳에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금방 돌아올것만 같았던 노부부가 오랜 기간 동안 돌아오지 않자 오늘도 누렁이는 바닷가 갯바위에서 모진 파도를 맞으면서 주인을 마냥 기다리고 있다. 벌써 일년째....

안타깝다못해서 애절하다.

노부부와의 인연은 집없이 떠돌던 누렁이를 정성껏 돌봐주면서 시작되었다. 때론 낚시를 하며 때론 산자락을 같이 다니면서 쌓았던 추억을 멀리하고 노부부가 병간호를 위해서 뭍으로 떠나면서 누렁이와의 이별이 시작되었다.


홀로 파도를 맞으며 갯바위를 지키는 누렁이가 안타까워서 동네분들은 도움의 손길을 뻗혔으나 한사코 딴 사람들과는 눈길을 피하는 누렁이였기에 하는 수 없이 마취총을 맞게 되는데.....누렁이는 죽을 힘을 다해 노부부와 함께 살던 옛집을 찾아가서 쓰러지고 만다.

인간이고 동물이고 죽음을 맞이 할때는 옛집을 찾는다고 하지 않던가. 개는 주인이 집에 돌아 올때까지는 결코 죽지 않고 기다린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며칠전 본 한편의 동영상이 내내 가슴을 후벼파고 있다. 

불현듯 2년전에 저세상으로 간 렉시가 보고 싶다.

  

파도를 맞으면서도 누렁이가 갯바위 끝에 남아있는 이유......

끝까지 갯바위를 지켰던 누렁이는 정신을 잃는 마지막 순간 온 힘을 다해 달려간다. 그곳엔 갯바위를 떠나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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