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의 회사원인 김모 씨는 얼마 전부터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오랜 솔로 생활 끝에 맘에 쏙 드는 여친을 만난 후부터다. 여친과 관계가 무르익어 함께 여행을 다녀왔는데 정작 중요한 순간에 제구실을 못 해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긴장 때문이겠지 생각을 했는데 여러 번 시도에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피웠던 담배도 끊고, 일주일에 두어 번 있던 업무상 술자리도 피했다. 운동도 새로 시작했다. 2달 이상의 노력에도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발기부전의 주범은 ‘과도한 사정’
모임을 통해 만나는 일반 남성들에게 가끔 던지는 질문이 있다. “발기부전 하면 생각나는 원인이 무엇입니까?” 하고. 그러면 다양한 답변이 등장한다. 담배, 술,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피로, 호르몬 감소, 운동부족 등등.
실제로 발기 문제로 병원에 가면 흔히 듣는 얘기다. “담배 끊으세요.” “술 줄이세요.” “당뇨, 고혈압 조절하세요.” “음식 조절하시고 운동하세요.”
모두 맞는 얘기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들은 적어도 10여 년 이상 장기간 노출되어야만 비로소 원인으로 작용하는 게 보통이다. 정작 중요한 답변은 나오지 않기 일쑤다.
가장 흔하게 노출되고 중요한 원인이지만 가장 쉽게 간과되는 부분이 있다. ‘사정빈도’ 문제다. 즉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과도한 사정’이 임상에서 만나게 되는 발기부전의 가장 흔한 이유다. 연령이 젊은 20~40대까지는 특히 그렇다. 30대의 김모 씨는 아직 대사질환이 없다. 술·담배도 또래보다 많이 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IT업종에 종사하다 보니 야근도 많고 업무 스트레스도 많은 편이다. 사춘기 때부터 습관적으로 스트레스를 자위를 통해서 풀었다. 20대 들어 빈도가 줄긴 했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3~4회 이상 자위가 있었다.
건강한 사정주기가 중요
남성의 사정은 공짜가 아니다. 사정 시에는 전립선액, 정낭액, 정자로 구성된 정액이 배설되고 뇌에서 다양한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의 소모활동이 일어난다. 인체의 중요한 씨앗이 소모되고 뇌신경이 피로해지는 대가를 지불하는 과정이다. 운동선수가 격렬한 시합을 치르고 나면 회복을 위한 시간이 꼭 필요하다. 축구선수도 그렇고 야구의 투수도 그렇다.
남성도 사정을 하고 나면 회복시간이 필요하다. 충분한 회복 없이 사정이 반복되면 사정피로가 발생한다. 성신경의 피로가 쌓이고 또 쌓이면 자발적 회복이 어려운 상태에 이르게 된다. 신경쇠약형 발기부전이 나타나는 것이다.
사람마다 건강한 사정주기가 있다. 연령이 젊을수록 짧고 고령일수록 길다. 개인별로도 차이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차이는 아니다. 남성들은 타인의 성 능력에는 지나치게 관대한 평가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 대체로 20~30% 정도의 편차가 일반적이고 그 이상은 특별한 경우라고 보면 된다.
건강한 사정주기는 한 번 사정한 이후에 인위적인 자극 없이도 자연스럽게 성욕이 오르고 발기 또한 건강하게 유지되는 일정한 시간주기라고 보면 된다. 통상 연령의 증가에 따라 조금씩 늘게 되는데 8년에 하루씩 늘려 잡으면 된다. 예를 들어 20세 때 3일에 한 번 정도의 주기가 적당했다면 28세부터는 4일, 36세부터는 5일, 44세부터는 6일, 52세 이후는 7일에 한 번 정도의 사정이 적당하다. 52세 이후는 갱년기를 지나면서 남성호르몬 감소의 폭이 커지기 때문에 4년에 1일 정도를 늘려 잡는 것이 좋다.
사정은 차서 넘칠 때가 ‘적기’
젊은 시절에는 사정이 과도해도 발기에 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을 못 하는 이유가 있다. 성욕과 발기 능력을 착각하기 때문이다. 남성은 한 번 사정을 하면 성욕은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발기는 일정 시간의 무반응기만 지나면 바로 재발기가 가능하다.
청년기에는 10여 분만 지나도 재발기가 가능하다. 욕구는 없지만 반사성 발기반응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응이 있으니 인위적으로 성 흥분을 조장하고 사정을 반복하게 된다. 회복이 이뤄지기 전에 소모를 조장하는 것이다. 아무리 샘이 풍부한 우물물도 쉴 새 없이 퍼내면 고갈되기 마련이다. 몸의 반응이 있다고 해서 준비된 것은 아니다.
물론 사정과로가 단기적으로 나타나진 않는다. 수일 또는 수주일 정도의 사정은 설령 피로해졌다고 해도 자발적인 회복이 가능하다. 임상적으로는 6개월에서 2년 이상 사정과로가 지속될 때 발기부전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과도한 사정으로 사정신경이 피로해지면 발기가 다소 약해지는 초기 경계성 단계를 거친다. 이때 원인을 이해하고 금욕생활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 몸의 신호를 무시하고 발기보조제 등을 활용해서 강제로 사정활동을 이어간다면 자발적인 회복시기를 놓치게 된다.
사정은 차서 넘칠 때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몸을 해치지 않고 건강한 쾌락을 오랫동안 누릴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노년까지 행복한 성생활을 원한다면 자신의 체력에 맞는 주기적인 성관계가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