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Feb. 13, 2026)

2026.02.13

                                                 조정래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2026)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Feb. 13, 2026)


일요일 저녁에 집에서 쉬고 있는데 병원의 전화 교환수로 부터 전화가 왔다. 나보고 당직 채플린이 맞냐고 묻고, 중환자실에서 환자가 임종을 맞을 것 같으니, 가족들로 부터 임종예식을 해 달라는 요청이 있으니 와 줄 수 있느냐는 전화였다.


나는 옷을 갈아 입고 차를 몰고 병원에 갔다. 병상에 있는 환자를 보니 아직 젊어 보이는 백인남자여서, 담당 간호사에게 어쩐 일로 젊어 보이는 환자가 임종을 맞게 되었느냐고 물어 보았더니, 간호사는 “말기암”이라고 했다.


컴퓨터에 있는 환자의 의료기록부를 열어 보니, Casey라는 이름의 이 환자는 52세의 백인 이혼남으로 폐암을 앓다가 뇌출혈까지 와서 이제 임종을 맞게 된 상황이었다.


중환자실에 들어 가보니, 환자는 이미 뇌사 상태인지 의식이 없었고, 20대로 보이는 건장한 청년이 아버지의 손을 잡고 이마를 침대에 묻고 슬픔에 겨워 울고 있었다.


환자의 손을 잡고 서 있던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환자의 형님이시냐?”고 물었더니, 환자의 아버지라고 했다. 병상의 반대쪽에는 환자의 어머니가 표정 없이 서 있었다. 부모님은 멀쩡한데, 50대의 아들이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 봐야 하는 부모님의 심정이 어떨지 감히 짐작이 되지 않았다.


병상 주변에 전처인지, 여자친구인지 아니면 누나일지도 모를 중년의 여자와, 자녀와 조카들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Casey의 죽음을 앞둔 상황이라, 모두 숙연하고 어색한 표정을 하고 있어서, 나라도 분위기를 잡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가족들에게, “여러분도 최선을 다 했고, 의료진들도 최선을 다 했는데도, 환자가 회복 가능성이 없다면, 아쉽지만,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 들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성경에, ‘인생은 풀과 같고, 인생의 영광은 풀의 꽃과 같아서 풀은 시들고, 꽃은 떨어지듯이, 사람의 육체는 건강하다가 병이 들어 죽지만, 사람의 영혼은 이 세상의 슬픔과 고통에서 벗어나, 영원한 하늘나라에서 영생 복락을 누리게 된다고 합니다. 그간 Casey랑 가족과 친구의 연을 맺고, 사랑과 정을 주고 받았던 아름다운 순간들을 기억하시고, 이제 Casey를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 맡겨 드리고 마음의 위로를 받으시길 빕니다.”하는 기도를 드리고, 함께 주기도문을 드린 후 병실을 나왔다.


나는 사실 죽고 난 후에 천당과 지옥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굳은 믿음 보다는 호기심과 궁금점이 더 많은 편이고, 누가 천당과 지옥에 다녀 왔다는 간증을 해도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 편이다. 이 세상에서 최선을 다해 살면, 저 세상의 일은 초월적인 존재가 알아서 해 주실 것이니,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믿는 편이다.


공자님이 말씀하신데로 이 세상에 대해서도 모르는 바가 많은데 저 세상에 대해 아는 체 할 입장이 아니니, 내 입장에서는 가족의 죽음으로, 슬픔에 잠긴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할 수 있는 것 뿐이었다.


몇년전에 내가 섬기던 교회의 교인이던 Marci할머니로 부터 남편인 Jim할아버지가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어 집에서 임종을 기다리고 있으니, 방문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교회에 열심이던 Marci할머니와는 달리, 교회에 잘 나오지 않던 Jim할아버지는 죽음의 문턱에 다다르자, 자신의 친구인 평신도 출신 목회자에게, “정말 천당과 지옥이 있다고 믿느냐?”고 물었더니, 미국인 친구 목사는, “나는 정말 천당과 지옥이 있다고 믿는다”고 답을 해 주었다고 Marci할머니가 내게 전해 주었다.


나는 속으로, “Jim할아버지가 나한테 똑 같은 질문을 했더라면, 나는 “나는 천당과 지옥이 있는지 잘 모릅니다. 천당과 지옥이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봅니다. 천당과 지옥이라는 신화적인 개념을 문자적으로 해석하기 보다, 상징적으로, 시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봅니다. 사랑의 하나님이 피조물인 인간을 지옥에서 영원히 고통을 가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지옥에 대해서 염려하실 필요는 없고, 하나님이 은혜와 사랑으로 환영하여 주실테니, 아무 염려 마시고, 이 세상의 염려와 걱정을 내려 놓으시고, 편안한 마음을 갖고, 안식에 들어 가세요.”라는 말을 해 주고 싶었다.


천당과 지옥의 이원론을 초월하고, 해탈했던, 자유로운 영혼, 시인 천상병의 시 귀천(歸天)이 생각난다: “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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