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동란 (曺國 動亂)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조국씨 청문회가 1주일 후 열린다고 하니 이제는 기다릴 일만 남았다. 조국씨가 법무장관에 지명된 후 벌어진 "조국 동란"도 이제 곧 청문회라는 클라이맥스를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나는 청문회를 보지 않을 테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누군가가 국민 진상 국회의원으로 새롭게 등극할 것이다. 나는 그런 걸 더 보고 싶지 않다. 몇년 전 청문회에 갔을 때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하루 종일 현장에서 보았다. 그 때 본 걸로 난 내 인생 할당량을 다 채웠다.
한국 언론의 가장 큰 특징은 이들이 사회의 분열을 주도하고 갈등을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무엇이 확인 할 수 있는 사실이고 무엇이 일방적 주장인지를 구별하는 건 그들 몫이 아니고 도리어 시민들 몫이 되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법무부 장관 하나 임명하는데 한국 사회의 모든 분열과 갈등 요소를 긁어 갖다 붙였다. 보고 있노라면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셀로에서 이간질을 하는 간악한 이아고가 떠오른다.
조국 동란의 광풍이 지나가고 난 자리엔 무엇이 남을까? 지금까지 한국에선 이런 난리가 끝나고 나면 검찰이 나서서 뒤치닥 처리를 한다. 같지도 않은 사소한 거라도 찾아 기소한다. 나중에 무죄로 판별이 나든 말든 아무도 상관할 바가 아니다. 당한 사람은 억울하고 골이 빠지지만 다른 사람들은 흐지부지 잊고 지나간다.
혹시 조금 달라질 수는 없을까? 예를 들어, 이번 조국씨 관련 언론보도를 갖고 데이터 베이스로 만들어 기자 이름으로 검색해 나중에 다시 찾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앞으로 그들이 새로운 분열을 주도하고 갈등을 증폭시키기 위해 다시 출전할 때 그들이 조국 동란 기간 중 뭐라고 했는지 알아보기 쉽게 말이다. 언론인들 목에 각자의 묘비석을 미리 준비해주고 싶다.
<주 진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