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Essay in My Heart] 물건(物件)의 은퇴(隱退)

2022.07.20

[Essay in My Heart]


물건(物件)의 은퇴(隱退)



최근 나는 세개의 물건에 대한 은퇴를 경험 하였다. 사람이야 은퇴를 한다고 하지만, 물건의 은퇴라니?


하나는 유리창의 여닫음용 고리이다. 살고 있는 집이 30여년이 넘었는데 어느날 화장실의 유리창 잠금고리가 오랜동안 쓰다보니 마모되어 그만 망가지고 말았다. 수소문해서 그 제품을 파는 유리창과 문짝 전문점을 어렵게 찾아내 물어보니 고장난 금속제 고리는 이미 오래전에 은퇴하였고 이제는 특수 플래스틱으로 대체된 제품이 생산된다고 해서 그것을 구입하였다. 아주 조그만 부품인데도 가격이 $20이 넘었는데, 드라이버를 이용하여 잠금고리 교체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였다.


다음은 또한 30여년 넘게 집으로 배달되거나 발송할 우편물을 담는데 이용하는 충직한 우편함의 은퇴였다. 미국에서는 우편배달부가 주로 미우정국 우편배달 트럭을 이용하여 우편배달을 하는데, 대개 차에서 내리지 않고 우편물을 우편함에서 끄집어 내거나 집어 넣는 경우가 많아서 우편함의 뚜껑 부분을 본의 아니게 접촉하여 우편배달차량이 우편함을 망가뜨리는 경우가 많다. 집 우편함의 뚜껑이 덜렁덜렁하고 페인트로 여러번 색칠하여 낡기도 하여 과감히 고장난 것을 완전히 뜯어내고 가까운 가게에서 다행히 같은 모델의 새 제품을 발견하여 우편함의 은퇴를 아쉬어하며 때마침 내리는 가랑비를 맞아가며 깔끔하게 교체하였다. 고령의 은퇴한 옛 우편함은 공구함으로 재활용할까 한다.  


세번째의 물건은 컴퓨터 시대의 철지난 구식 타이프라이터이다. 지난 봄학기에 나의 과목을 듣던 나이 지긋한 학생과 이야기 하다 취미 이야기가 나와서 내가 타이프라이터에 관심이 있다는 말을 한번 하였는데, 이를 흘려 듣지 않고 어제 고맙게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최근 은퇴한 IBM 타이프라이터를 나에게 주겠다고 이메일로 알려 왔다. 고맙게도 그는 자신이 차를 운전하여 그 나이든 타이프라이터를 내 사무실까지 직접 가져다 주었는데, 이제 자신이 아끼던 물건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게 되었으니 나더러 그 타이프라이터를 유용하게 잘 활용해 보라는 것이었다. 


COVID가 전 지구를 계속 휩쓸고 있는 요즈음은 주변에서 은퇴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사람의 은퇴(人間隱退)만 생각하다 최근 일련의 물건은퇴(物件隱退)를 내가 손수 경험해 보니 느끼는 점들이 있다.


30년의 기간을 대략 한 세대(世代)라고 하는데, 물건도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르긴 하겠지만 가정용품은 한 30년 쓰면 대체적으로 세대교체를 해 주어야 하는 모양이다. 그저 당연히 작동되려니 생각하고 살면서 별 생각 없이 날마다 잘 쓰고 있는 각종 물건들이 주변에서 하나하나씩 고장나서는 결국 아예 버리거나, 수리하거나 또는 교체해서 쓰게 되니 말이다.


사람도 이와 비슷하지 않나 싶다.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한 30년 공부하고, 한 30년 일하고 나서 은퇴하고 그 후의 시간을 인생의 한가함과 느긋함을 누리는데, 물건을 점검하고, 수리하고, 또 교체하는 것 처럼 사람도 주기적으로 건강검진하고, 필요에 따라 치료 받고,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썩거나 부러진 이빨 치료의 경우처럼 신체의 일부를 교체하기도 하지 않는가? 최근 내 주변에 있는 물건들의 은퇴를 지켜보고 몸으로 직접 경험해 보면서 드는 생각을 여기 두서없이 써내려 보았다. 무엇이든지 지속적이고 철저한 관리가 물건이나 사람이나 모두 원하는 기능을 발휘하거나 또는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아주 중요한 일임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崇善齋에서



2022. 7. 20.



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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