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지점에서 묻게 된다.
신의란 감정에 의존해도 되는 것인가. 아니면 감정을 넘어서는 의지여야 하는가. 인문적 전통에서 신의는 늘 후자에 가까웠다. 신의는 좋아서 지키는 것이 아니라, 지키기로 했기 때문에 견디는 것이었다.
진정한 신의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화려한 반지보다, 말이 줄어든 자리에 남는 행동 속에 있다. 갈등이 사라진 관계가 아니라, 갈등을 통과한 관계 속에 있다. 자유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책임을 감당하려는 조용한 결단 속에 있다.
그래서 나는 반지를 보며 신의를 판단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시간을 본다.
얼마나 오래 같은 사람을 선택해 왔는지,
얼마나 자주 관계를 책임의 이름으로 다시 붙들었는지를.
반지는 빼면 사라지지만, 신의는 그렇지 않다.
신의는 하루하루의 습관으로 남아, 마침내 그 사람의 인격이 된다.
그리고 아마도,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반지를 잃는 일이 아니라, 그런 습관을 잃는 일일 것이다. ***
2026. 1. 12.
崇善齋에서
{솔티}
English translation: https://www.ktown1st.com/blog/VALover/348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