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내 마음의 隨筆] 〈달빛 아래, 겨울이 꿈꾸는 봄〉

2026.02.06

[내 마음의 隨筆]


〈달빛 아래, 겨울이 꿈꾸는 봄〉


눈폭풍이 지나간 뒤의 밤은 언제나 과묵하다. 매섭도록 차가운 하얀 대지가 달빛을 받아 뒷뜰에 고요히 드러나면, 세상은 마치 숨을 멈춘 듯 정지한다. 낮 동안의 소란과 바람의 분노는 흔적만 남긴 채 사라지고, 남은 것은 차갑고도 투명한 침묵이다. 그 침묵 속에서 달빛은 소리 없이 눈 위에 내려앉아, 이 세계가 아직 견디고 있음을 조용히 증언한다.


멀리 산골 어디선가 화롯불의 향기가 스며든다. 보이지 않는 불씨 하나가 이 혹독한 겨울 속에서도 사람의 숨결과 온기가 이어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눈 덮인 대지와 대비되는 그 미미한 따뜻함은 오히려 더 깊이 마음을 흔든다. 삶이란 늘 이렇게 극단 사이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닐까. 냉혹한 현실과 희미한 위안, 절망과 희망은 언제나 한 풍경 안에 공존한다.


앙상한 나무들은 잎 하나 없이 서 있다. 바람에 흔들리며 스스로를 드러내는 그 모습은 쓸쓸하지만, 나는 그들이 결코 죽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안다. 나무들은 고요 속에서 다가오는 봄의 꿈을 꾸고 있다. 땅속 깊은 곳에서 이미 준비되고 있을 새순의 기척을, 그들은 말없이 품고 있다. 겨울은 모든 것을 빼앗아 가는 듯 보이지만, 실은 가장 깊은 준비의 시간인지도 모른다.


그때 멀리서 아스라하게 동물의 소리가 들려온다. 인간의 언어가 닿지 않는 세계에서 울려 나오는 그 소리는 이 밤이 결코 비어 있지 않음을 알려준다. 생명은 침묵 속에서도 서로를 부르며, 자신의 자리를 확인한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내가 이 자연의 중심이 아니라 단지 한 부분임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은 나를 작아지게 하지만, 동시에 이상하게도 편안하게 만든다.


이렇게 깊어가는 겨울의 정한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묻게 된다. 견딘다는 것은 무엇인가, 기다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눈폭풍은 지나가고, 혹한은 언젠가 물러난다. 그러나 그 사이를 통과하는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다. 달빛 아래 고요히 서 있는 이 밤처럼, 인간의 삶 또한 말없는 사색의 순간을 통해 조금씩 단단해진다.


하얀 대지 위에 길은 보이지 않지만, 봄으로 향하는 방향만은 분명하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나는 다시 배운다. 가장 차가운 순간에야말로, 따뜻함과 희망은 가장 선명하게 빛난다는 것을. ***


2026. 2. 6. 


崇善齋에서


{솔티}


English Translation: https://www.ktown1st.com/blog/VALover/348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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