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중지와 여권발급
영주권신청에 관한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한국에서의 기소중지로 인해 이민국에 제출하여야 할 여권과 같은 신분증이 없어 고민하는 의뢰인을 종종 접하게 됩니다. 한국의 경우 미국과 달리 어떻게 보면 형사고발을 남발하여 카드빚 미변제와 같은 단순한 채권채무의 사건도 사기죄로 고발되고 있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기소중지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기소중지는 형사사건에 있어 조사를 받아야 할 피의자의 소재파악이 되지 않을 때 그 소재가 파악될 때까지 수사를 미루겠다는 검찰의 처분입니다.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의 소재불명시 취해지는 “참고인중지”와는 구분됩니다.
한국의 여권법 제8조상 기소중지와 관련하여 여권발급이 제한되는 것은 장기 3년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해외로 도피한 경우이지만, 실무상으로는 신원조회 미회보로 처리되어 경미한 사안의 기소중지자에 대해서도 여권발급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대행업체들이 기소중지자에게 여권발급을 해 주겠다는 유혹을 하기도 하지만, 주미 한국영사관의 안내에 따르면 신원정리를 위한 귀국과 같이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여행증명서나 단수여권이 발급될 수 있지만, 기소중지자 등 행정제재 대상자에 대한 여권발급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신원조회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던 과거에 행정상 착오로 기소중지자에게 여권이 발급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2006년부터는 신원부적격자에게 여권이 발급되지 않도록 제도가 개선되었습니다. 따라서, 정상적으로 여권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기소중지를 해결하여야 할 것입니다.
기소중지의 해결을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첫째는 본인의 사건번호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신원정보를 갖고 사건번호를 확인할 수 있지만, 너무 오래된 사건의 경우 그 기록이 필름으로 저장되어 있어 사건번호확인에만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둘째는 피해자와의 합의입니다. 피해자와의 합의는 법적으로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피해자의 고소취하서는 향후 검찰의 협조를 받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셋째는 관할 경찰서 또는 검찰에 수사재개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입니다. 검찰은 수사재개신청서에 따라 기소중지를 해제하고 기소유예, 약식명령, 벌금이나 정식재판으로의 수순을 밟게됩니다. 피의자는 이 때 경찰 또는 검찰에 출석하여 피의자 조서를 작성하여야 합니다.
피해자와의 합의가 원만히 이루어졌고 경미한 사안이라면 기소유예나 벌금납부를 통해 기소중지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피의자 조서작성을 위해 한국에 다녀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검찰과의 협의를 통해 한국방문기간을 최소화 할 수도 있습니다. 벌금으로 종결되어 벌금을 납부한 후에도 사건기록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면 검찰로부터 “출국가능사실증명원”을 받아 출입국관리법 제4조상 출국금지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우리 사무실이 최근 처리한 사건중에는10년전에 갚지 못한 원금 200만원 정도의 카드빚으로 인해 사기죄로 형사고발되어 기소중지자가 되었고 여권발급을 받지 못했던 건이 있었습니다. 원금과 10년간의 이자를 포함해 모두 350만원을 변제한 뒤 피해자로부터 고소취하서를 받아 검찰에 제출한 후, 기소유예의 처분으로 해결하였습니다.
이 때 아주 이례적으로 검찰의 협조를 받아 피의자조서를 작성하지도 않아 한국에 다녀오지도 않고 해결을 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보면, 이 분은 원금과 아주 적은 금액의 이자를 주고 해결할 수 있었던 고발사건을 혼자 가슴에 안고 10년간 기소중지자로 불안하게 살아왔던 것입니다.
아무튼, 위와 같이 기소중지가 해제되고 사건해결이 되었다면, 검찰로부터 “사건처분결과증명서”를 발급받아 기소중지가 해결되었다는 증명서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향후, 영주권신청시 과거 형사사건 처분결과를 입증하는 자료로 제출 할 수도 있겠습니다.
기소중지와 관련하여 문의받는 내용중의 하나가, 기소중지상태에서 한국으로 입국시 공항에서 어떤 제재조치를 받느냐입니다. 검찰은 기소중지자로 “출입국시지명통보대상”으로 지정된 피의자들에 대해 죄질 등을 감안하여 “등급분류제”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특정 대상자들에 대해서는 “사전영장”을 통해 출입국시 즉각 체포 또는 구금이 가능한 “즉각통보대상자”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해당되지 않는 기소중지자들의 입국시에는 즉각 체포나 구금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한편, 한국에서의 상속재산분쟁, 상속등기 그리고 채권회수를 위해 소송을 해야 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한국에 다녀올 필요없이 변호사 선임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