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부

상상력·분석력 높이고 창의력 기르는 '영양제'

2022.07.03

현대 교육의 지향점은 평등과 공정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특히 교과 과정은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우 평균적인 교육을 추구한다. 학부모에 따라서는 이런 교육에 반감을 품고 자녀를 초중고부터 사립학교로 보내 남다른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물론 획일적인 교과를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은 굳이 사립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공립학교에서도 이런 교육이 가능하다.


바로 책읽기를 통해서다.


교과과정에서 제공되는 부교재들인 고전을 읽고 안 읽고는 학생인 자녀들의 자유다. 이런 측면에서 고전읽기는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 남다른 생각을 키워줄 수 있는 기회다. 두뇌 과학 전문가인 안진훈 박사가 공개한 고전읽기의 필요성에 대해서 소개한다.


고전을 뜻하는 classic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고루해 보인다. 고전 명작을 읽으라고 하면 당연히 고리타분한 옛날 얘기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 고전은 오래토록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은 최고의 걸작들이다. 여러 시대를 관통하는 명작들은 모두 오랫동안 인류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가 있음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다.


또한 고전은 쉽지 않은 책들이다. 뇌과학 전문가인 안진훈 박사는 그의 2014년 저서 ‘고전은 내친구’에서 고전 읽히기의 중요성을 다른 실용적인 측면에서 강조했다. 아이의 뇌는 쉽게 환경에 적응하며 그렇기 때문에 쉬운 책을 읽어 주면 쉬운 책에 적응하여 낮은 수준에 머물고, 비슷한 수준의 책을 읽히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의 뇌는 평범한 수준에 머물게 된다고 설명했다.


안 박사의 고전 읽히기 해법은 아이의 수준보다 조금 어려운 고전을 읽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이가 힘들어할 수 있고 한줄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 있지만 인내심을 갖고 읽어 나가면 아이의 뇌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고전은 좌뇌의 사고력과 분석력을 획기적으로 좋아지게 만들면서 동시에 우뇌의 창의력과 문제 해결능력도 확실하게 키워준다는 설명이다.


◆어떻게 읽어야 할까


우선 책읽기는 2차원적인 생각을 위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바로 생각하는 읽기가 필요하다. 내용을 깊이 이해할 뿐만 아니라 사고력과 분석력이 동시에 좋아지는 이중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면, ‘프랑스 혁명 200주년 기념식을 성대히 치른 직후에 히잡 사건이 발생했다’라는 문장을 읽고 요약하면, 1차원적인 생각에 머무는 학생은 ‘먼저 프랑스 혁명기념식이 있었고 그 다음에 히잡 사건이 일어났다’라고 시간적 선후 관계로만 파악한다. 하지만 2차원적인 생각이 가능한 경우, 저자의 생각을 찾아낸다. 


저자는 프랑스가 앞에서는 자유를 상징하는 프랑스 혁명정신을 강조하고 뒤돌아서서는 이슬람 소녀들이 학교에 히잡을 쓰고 온다는 이유만으로 퇴학시킬 정도로 타민족의 자유를 짓밟는 이중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고 고발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요약은 ‘프랑스의 윤리적 이중성 고발’이다.


다시 말해서 고전 읽기를 통해서 자신이 경험해보지 않았고 생각해보지 못한 것을 책을 통해 저자의 경험과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되며 이는 바로 2차원적인 생각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고전은 지식을 직접 알려 주기보다는 지식을 다룰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는 재료다. 오늘날 같이 정보와 지식이 홍수를 이루는 시대에는 정보를 알아보는 충분한 기준이 없으면 정보의 홍수에 떠내려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세계에서는 자녀들이 중심을 잡고 살아가려면 확고한 안목을 가져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이다.


◆시대를 대변하는 역할


고전은 시대를 변화시키거나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다. 미국작가 피츠 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 대중문화의 한축을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봐야 하는 책중 하나다. 최근까지도 영화화되면서 대중을 감동시킨 책이지만 배경이 되는 시대의 상황을 매우 잘 설명해 준다. 또한 미국의 정치를 이해하려면 현지에서 직접 생활하는 것보다 허먼 멜빌의 ‘백경(모비딕)’을 읽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고교에서는 고급 영어 수업시간에 다양한 고전들을 부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인터넷과 유튜브에 의해서 고전 명작들을 소개하는 요약물들이 많이 제공되고 있다. 마치 읽지도 않은 책을 읽은 것처럼 말하는 영악한 학생들도 있다. 이들은 단순한 내용 파악과 교훈, 의도 등을 달달 외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종국에는 고전을 통해서 익혀야 하는 2차원적인 생각을 하기는 어렵다. 


실제 읽고 생각하고 깨달은 학생이 훨씬 수준이 높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대학들은 이런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입학사정관이라면, 읽은 책이 별로 없어도 수준 높은 사고를 하는 학생을 뽑을 것이다.


전문가 추천 고전 도서


고전이 알려주는 인간의 본성(괄호안은 저자와 고전명, ‘고전은 내 친구’ 선정)


내가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다고? 그럴리 없어(플라톤/소크라테스의 변명) 임금님은 포커페이스(한비/한비자) 인간은 노력하는 동안 방황하기 마련이야(괴테/파우스트) 결국 악과 싸우는 것은 악에 불과해(윌리엄 골딩/파리대왕) 까마귀가 날면 배 떨어질까?(데이비드 흄/오성에 관하여) 인간은 희망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존재(사뮈엘 베케트/고도를 기다리며) 눈을 가리면 왜 양파가 사과처럼 느껴질까?(르네 데카르트/성찰)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악한 사람의 돈을 뺏는 건 죄일까?(도스토예프스키/죄와벌) 내가 따뜻하다고 느끼면 따뜻한 걸까?(프랜시스 베이컨/신기관) 자비의 리더십 vs 두려움의 리더십(니콜로 마키아벨리/군주론) 공자도 지키기 어려워한 덕목 ‘중용'(자사/중용) 사람을 시험하려면 ‘권력’을 갖게 하라(윌리엄 셰익스피어/맥베드) 혼자선 도덕적, 모이면 비도덕적?(라인홀드 니버/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사회의 질서는 ‘괴물’때문에 유지됐다?(토머스 홉스/비바이어던)


고전을 통해서 배우는 삶의 지혜


우리는 모두 색안경을 끼고 있어(노자/도덕경) 어린왕자에게도 SNS친구가 있었다면?(생텍쥐페리/어린왕자) 아첨하는 딸과 진실한 딸(윌리엄 셰익스피어/리어왕) 공자는 폴리페서를 어떻게 평가했을까?(공자/논어) 시시포스는 정말 불행하기만 했을까?(알베르 키뮈/시시포스의 신화) 왕의 법을 따를 것인가, 신의 뜻을 따를 것인가(소포클래스/안티고네) 힘을 쓸 때는 한 걸음 물러나야 한다(주역) 달은 꿈, 6펜스는 현실(서머셋 모옴/달과 6펜스) 세상을 다스리는 법은 자신을 다스리는 법과 같다(대학) 위대한 개츠비가 정말 ‘위대했던’ 이유(프랜시스 피츠제럴드/위대한 개츠비) 문제에서 벗어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벽암록) 성공한 사람의 허영심은 그를 알아볼 수 없게 하지(로베르트 발저/벤야멘타 하인학교) 문제 앞에서 절망할 것인가, 혹은 정원을 가꿀 것인가(볼테르/깡디드)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아라(막스 베버/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세 치 혀로 흥한 사람, 세 치 혀로 망한 사람(플루타르코스/수다에 관하여)


고전으로 세상 읽기


아빠는 ‘현금지급기’ (프란츠 카프카/변신) 된장녀 vs 된장녀라고 부르는 사람들(존 스튜어트 밀/자유론) 50년 전에 예고된 화학 물질의 재앙(레이철 카슨/침묵의 봄) 노력 없이 얻은 법은 황새가 데려온 자식과 같다(루돌프 폰 예링/권리를 위한 투쟁) 일본을 움직이는 근본적인 힘(루스 베네딕트/국화와 칼) 잘 노는 사람이 성공한다(로제 카이와/놀이와 인간) 빈민 어린이 합창단의 기적(순자/순자) 병든 세상에 중독된 사람들(루쉰/아큐정전) 역사는 사실일까, 선택된 것일까(에드워드 카/역사란 무엇인가) 경제를 바라보는 창조적 시선(애던 스미스/국부론) 자연은 인간의 필요를 채워 주지만 탐욕은 채울 수 없다(에른스트 슈마허/작은 것이 아름답다) 눈앞의 현실,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허먼 멜빌/모디빅) 한 손이 아닌 두 손으로 살아가기(에리히 프롬/소유냐 존재냐) 철학 없는 교육, 피폐한 아이들(오노레 드 발자크/고리오 영감) 죽는 순간에도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토머스 모어/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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