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오늘 만난 사람들 이야기 (May. 29, 2026)
곤히 자고 있던 새벽 세시에 아동병원의 간호사로 부터 급히 병원에 와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병실에 도착해 보니, 환자의 아버지가 아들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17살의 아들이 여자친구를 만나고 늦은 밤에 혼자 운전해 오다가 졸음운전을 했던지 차사고를 일으켜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라고 했다.
장기출혈로 사망직전까지 갔다가 회복이 좀 되었는데, 오늘 아침 두뇌출혈이 생겨 또 위기가 와서, 지금 수술실에서 두뇌출혈로 인한 뇌압을 줄이기 위해, 뇌의 두껑을 잘라내고 출혈을 막는 수술을 하고 있는 중인데, 아내가 몹시 힘들어 하는데, 와 주어 고맙다고 했다. 아버지는 중년의 백인남성으로 병원 앰뷸란스에서 인명구조대원으로 일하면서, 동시에 소와 닭을 키우는 농사일과, 말밥굽을 교체해 주는 일 (Farrier)도 부업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다행히 아들 수술이 잘 되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우리는 병실로 가서, 아직 의식불명인 청년의 회복을 위해 기도를 드리고, 나는 병원을 나왔다.
얼마 있다가 교회의 사무원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어려운 형편에 처한 사람이 밀린 방세를 좀 내어달라는 전화가 왔으니, 그 사람에게 전화를 해 보라며, 전화번호를 알려 줬다. 진짜 형편이 어려운 사람인지, 교회를 이용해 먹으려고 사기를 치는 사람인지 알아 보려고 전화를 해서 목소리를 들어 보았더니, 목소리가 사기꾼 같지는 않았다.
내가 집에 가서 사정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으니, 찾아 가도 되느냐고 물어 보았다. 전화로 “돈만 보내달라”고 하면, 나는 도와 주는 것을 거절할 참 이었다. 그런데, 집에 찾아 와도 좋다고 해서, GPS를 따라 그 집에 가 보았더니, 허름한 집 이층에 세를 살고 있었다.
지금 처한 형편을 얘기 해 달라고 했더니, 삼십대 후반인 백인부부는 어린 자녀들을 잘 보살피지 않고 방임했다는 죄목으로 부부가 다 감옥에 가서 2년반 징역을 살고 나왔는데, 남편은 37살인데, 대학에서 심리학 공부를 하고 있어 수입이 없고, 학자금 융자금도 아직 도착하지 않고 있고, 아내는 음식배달 운전일을 시도했다가 전과 기록이 드러나, 그 일도 잃고 한달에 천불하는 방세가 밀려 교회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다섯명이나 있었는데, 정부에서 아이들을 뺏아서 강제 입양시켜 버려 지금은 부부 둘만 살고 있고, 나중에 형편이 풀리면, 입양부모가 아이들을 만나게 해 줄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고 한다.
나는 우리 교회에서 현금을 주지는 않고, 셋방 주인에게 방세의 일부를 직접 보내어 줄 수는 있을 것 같으니, 그래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해서, 집주인의 주소와 이름, 전화번호를 받고 집을 나왔다.
나는 다음달 지금 있는 교회에서 은퇴하고, 7월 부터는 다른 교회에서 해프타임 목사로 일하게 되었다. 나머지 시간은 병원 채플린 일과 자유시간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예정이다.
우리 교회에 30초반의 지체부자유 장애인 여자교인인 이사벨이 있는데, 이사벨의 친어머니는 한국 유학생으로 미국에 와서 연애로 임신을 한 후, 애기가 장애인으로 태어나자 버리고 갔다고 한다. 이사벨은 위탁가정에 입양되어 컸는데, 위탁부모는 이사벨 외에 장애가 있는 여덟명을 더 입양했는데, 정부가 주는 생활보조금으로 생활을 한 모양이었다.
이사벨은 예배중에 간질발작을 일으켜 교인들을 놀라게 하고, 반신불수와 지적장애로 일을 할 수 없어, 정부에서 알선해 주는 장애인 보호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사벨은 내가 은퇴하고 교회를 떠나게 되어, 앞으로 못 보게 되어 너무 섭섭하다고 하며, 떠나기 전에 요양 보호소를 방문해 달라고 했다. 요양 보호소에 가서 이사벨에게 “엄마를 마지막을 본 게 언제냐”고 물었더니, “여섯살 때 보고, 그 이후로는 본 적이 없고, 엄마가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엄마 이름은 아는데, 성은 모르고, 아빠도 어떤 인종인지도 모르고 평생 만나 본 기억이 없다”고 했다.
지적, 신체적 장애를 안고 태어나, 부모로 부터 버림 받고, 위탁모도 췌장암으로 죽고, 위탁부는 권총자살을 한 환경에서 자라, 지금은 정부 장애인 보조금으로 살아 가는 이사벨이 한국 핏줄이 있어서인지, 한국인 목사인 나한테 친밀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이사벨은 자기 주소를 주면서, 다음 교회에 가서도 편지를 해 달라고 했다. 나는 성경 시편 27편 10절의 말씀, “내 부모는 나를 버렸으나, 하나님은 나를 영접하시리이다.”란 말이 생각나, 다음 번 교회에 가서, 이사벨에게, “너는 하늘나라에서 온 천사인데, 이 땅에 잠시 소풍을 와서 인생 구경하다가 다시 하늘 나라로 돌아갈 천사임을 알아라. 네 부모가 너를 버렸어도, 하나님이 너와 늘 함께 하신다”하는 편지를 보내어 줄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