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렉시는 정녕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일까

2021.01.23

렉시가 저세상으로 떠나간 지도 벌써 4년이 되었다. 집 옆켠 쪽문 옆에 무덤을 만들어 주었지만 작년6월에 샌 버나디노 시골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낯선 사람들 곁에 두었다간 무심코 땅이 파 헤쳐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새로 이사온 집 뒷문 옆쪽 양지 바른곳으로 렉시의 무덤을 옮겼다.


매년 1월23일에 그러했듯이 오늘도 우리집 정원 이곳 저곳에 피어있는 꽃들을 모아서 렉시의 무덤위에 놓아주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오늘의 날씨는 어찌 이리도 그날과 흡사한지....마지막 순간까지도 나의 얼굴만을 응시를 하면서 끝내 눈을 감지 못하던 렉시의 마지막 순간의 모습을 또한번 떠올리며 불현듯 4년전에 렉시가 떠나기 며칠 전 부터 렉시에게 내 마음을 전했던 글을 다시 끄집어 내어서 읽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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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22일 일요일

세상에서 제일 착한 우리 렉시를 이제는 보내주어야 할 시간이 온것 같다.

2002년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태어나서 우리집에서만 13년째 같이 살아온 렉시가 아무것도 못먹고 있다. 아니 아예 안먹고 있다.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보고는 있지만 몸 전체가 차가워져가며 꼼짝을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열흘째 아무것도 먹지를 않았으니 무슨 힘이 있겠는가? 또한 거동을 못하며 2년째를 누워서만 있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세크라멘트 근교에서 대학교에 다니던 둘째딸이 닥스훈트 암놈 개한마리를 아답트해서 봄방학때 집으로 데려온것은 2004년 4월이었다. 

가끔 길을 가다 보았던 짧은 다리에 허리가 긴 이상한 몸집을 가진 개를 보고는 그 놈 참 기이하게도 생겼구나 하고 생각을 한적은 있지만 그런 개가 우리집에 들어와서 같이 살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기이하게 생긴 개는 닥스훈트 종류며 독일이 원산지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딸은 개의 이름을 렉시라고 지어주었다. 


처음에 우리집에 왔을때는 불안했던지 집안에서 오줌을 싸기도 했고 전화 충전기의 전깃줄을 끊어 놓기도 해서 꾸중도 많이 들었지만 길지않은 시간에 익숙해지면서 쉽게 한 식구가 되었다. 

그때부터 개밥을 주고 Pee와 Poo를 시키는 일은 나의 몫이였다.

소파에 누워서 티비라도 볼라치면 저쪽에 있다가도 소파로 쫓아 올라와서 내 앞쪽에 살짝 누운체로 티비를 같이 보기도 했고 조금 귀엽다고 쓰다듬어 줄라치면 안아 달라고 응석을 부리던 렉시였다. 

며칠 집을 비우고 여행에서 돌아 올때면 뭐가 그리도 반가운지 온집안을 빙글빙글 돌면서 뛰어다니다가는 열린 문틈을 통해서 문밖까지 뛰쳐 나가서 우리집 주인이 이제 돌아왔다고 온 동네 사람들에게 알리기라도 하듯이 윗쪽길 아랫쪽길을 몇번씩 달리고는 집안으로 다시 쏜살같이 들어오곤하던 렉시였다. 너무 기쁠때는 Pee 까지 찔끔거리며 아는체를 해달라고 껑충대며 예쁜짖만 하던  렉시였다.


일을 끝내고 집에 들어올때 내 기분을 가장 잘 알아차리는 것 엮시 렉시였다. 내가 기분이 좋게 보이는 날에는 가까이 와서 머리를 틀어 박으며 안아달라고 하기도 했지만 기분이 상한 듯 보이는 날에는 나를 피하다가도 조금 있다가는 다시 옆에 와서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어 대던 사랑스러웠던 렉시였다. 

집안에서는 Pee 하기를 싫어하는 깔끔하기가 이럴데 없는 렉시이기도 했다.  Pee가 하고 싶을 땐 꼭 내 앞에 와서 끙끙거렸으며 그럴때마다 앞 현관문만 열어주면 혼자서 쏜살같이 나가서 Pee와 Poo를 하고 집안으로 쫓아 들어오곤 하던 렉시였다. 집에 아무도 없을때는 누군가가 올때까지 몇시간이고 Pee를 참고 기다리곤 하던 렉시였다. 


렉시가 처음 아팟던 것은 3살때 였다. 피부가 약해서인지 상처가 쉽게 나기 시작 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면 다시 자연적으로 치유가 되면서 정상의 피부로 돌아오곤 해서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점점 그 정도가 심해져 같다. 너무 자주 목욕을 시켜줘서 피부가 상했나 하는 걱정도 들고해서 병원에 들려서 수의사에게 진찰을 받아 봤지만 진통제 주사 한방 맞혀주고는 뚜렷한 이유가 없다면서 개밥을 바꾸어 보라는 말에 비교적 비싼 개밥으로 바꾸어서 먹이기 시작했다. 피부는 완쾌되지가 않았으며 재발이 되었다가는 다시 상처가 쉽게 아물어 지는 일이 반복되었기에 더이상 그 문제로 병원에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는 기색이었다. 피부가 허물어 졌다 다시 재생되는 증상은 3살때부터 며칠전까지도 계속되었다. 뒤늦게 생각해 본 것이지만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임신 불능수술을 한것이 원인이 되어서 호르몬의 결핍으로 인해 생겼던 증상들 중에 하나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4년전쯤에는 갑자기 뒷다리를 못쓰기 시작했다. 앞쪽 두 다리로만 움직이면서 축 늘어져버린 뒷다리를 있는 힘을 다해서 끌어대면서 어렵게 걸어 다녔다. 병원의 수의사 얘기로는 다리의 관절 문제라 별방법이 없다면서 휠체어 사용을 권했다. 그래서 휠체어를 구해볼려고 이베이에 셔치를 해보니 가격도 가격이지만 다리가 짧은 특이한 체형인 닥스훈트 종류에는 왠지 맞지 않을것 같아서 내가 직접 만들어 주기로 했다. 처음엔 장난감으로 된 베이비 스트롤러의 바퀴를 이용해서 만들어 보았지만 왠지 불안해 보였다. 다시 어린이용 스케이트보드를 이용해서 뒷쪽 다리만 태워도 봤지만 불편해 하며 타기를 꺼려하는 것 같아서 사용을 중지하였다. 걷지를 못하니 하는수 없이 껴안고 바깥으로 나가서 몸체를 잡아주면서 Pee와 Poo를 시켜야만 했다. 

앞다리를 너무 무리하게 사용해서인지 얼마지나지 않아 비교적 성했던 앞다리마져도 잘 움지이지를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때부터 렉시는 앉은 자세로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렉시를 눞여놓고 뒷다리와 앞다리를 긴 시간동안 맛사지를 자주 해주곤 했다. 

지성이면 감천일까? 맛사지를 해준지 한달 정도가 지나자 앉아만 있던 렉시가 한번씩 잠시잠시 일어나드니 어느날 벌떡 일어나서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의사도 불가능이라 했던 렉시가 일어나서 다시 걷게 되자 온 집안 식구들은 환호하면서 축하 파티를 하기도 했다. 뒷다리가 굽은 상태였지만 걸어다니는 것은 가능했기에 혼자서 Pee와 Poo를 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 상태로 그럭저럭 힘겹게 2년정도를 유지했다.

그런데 2년 전쯤, 정확히는 2015년 3월26일에 다시 쓰러졌다. 이젠 네다리를 모두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앉지도 못하고 아예 누워있으야만 하는 상태로 앞쪽과 뒷쪽다리의 관절이 모두 심하게 나빠졌다. 또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예전처럼 맛사지도 해주고 누워있는체로 운동도 시켜주고 했지만 상태는 더이상 호전 되지 않았다. 

이때부터 집안 식구들은 렉시를 편안하게 그만 보내주자고 했다. 하지만 착하디 착한 눈망울을 보면 도저히 인위적으로 렉시를 보낼수가 없을것 같기에 식구들을 달래면서 예전 처럼 벌떡 다시 일어 날지도 모르니 몇달만 좀 더 기다려 보자고 했다. 하지만 상태는 나아지지를 않았다. 

렉시를 보는 모든 사람들은 하루 빨리 안락사를 시켜주는게 개를 위해서라도 좋은 일이라고 한결같이 얘기들을 했다. 자기들 일이 아니라고 쉽게 원론적인 얘기만 하는것 같아서 내심 속도 상했지만 만약에 내가 그런 상태의 남의 집 개를 보았다고하드라도 나도 백번 그렇게 얘기 했을 것이다. 헌데 남의 일이 아니고 내일로 닥치니 쉽게 결정을 할 수가 없었다. 왠지 렉시를 볼적마다 괜히 미안해졌다. 

하루는 렉시를 쳐다보면서 어찌해야 좋겠냐고 물어 보았드니 더 나빠지지는 않을터이니 지켜달라는 표정으로 렉시 특유의 슬픔어린 눈동자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런 눈망울을 보고 난 후 부터 나는 도저히 인위적으로 렉시를 보낼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렉시와 약속을 했다. 안락사를 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고 더군다나 죽은 후에 화장을 시키는 일도 없을 것이며 때가 되면 손수 무덤을 만들어서 뭍어 주리라고 약속을 했다. 그래서 보고 싶을때 쉽게 볼 수 있고, 저 세상에서도 우리집을 지켜줄 수 있는 개울가로 통하는 문 옆에다 묻어 주기로 하고 그날로 바로 무덤을 파 놓았다. 무덤 안쪽에 물이 세어들지 않토록 집 공사하다 남은 넓적하고 얇게 깍여진 돌들을 여러개 모아놓았고 벽돌과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진 블락 한 부분도 마련해서 조금씩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그날까지 최선을 다해서 정성껏 렉시를 간호하리라 다짐을 했다. 

다시 일어서는 일이 이제는 불가능 할것이라는 것을 모르는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또 저번처럼 벌떡 일어서는 기적이 일어날 것만 같은 그런 바램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하지만 그 날로 부터 근 2년동안 다시는 일어나지를 못하고 누운체로 꼼짝을 못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사실 렉시는 예전에도 몇번 고비를 넘긴적이 있다. 밤새 끙끙 앓던 렉시를 본 순간 렉시의 눈동자가 마지막인사를 고하는 것 같았던 느낌을 받은적이 몇번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편히 다독거려주고 나면 또 잠잠해지곤 했다. 

한번은 잠결에 쿵하는 큰 소리가 들려서 갑자기 잠을 깬적이 있는데 잠을 깬 김에 렉시 Pee라도 시키고 다시 잘려고 리빙룸으로 가서 렉시를 살펴본 순간 숨을 제대로 못 쉬며 헐떡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렉시를 다독거리면서 일으켜 세우기도 하고 안았다가 다시 눞이기를 몇번 계속한 후에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드니 놀랍게도 숨결이 정상으로 돌아 왔다. 이틑날 집사람 얘기가 자기도 잠결에 쿵하는 큰 소리를 듣고는 잠깐 잠에서 깨었는데 그 소리가 렉시를 살리라고 하느님이 주신 소리 같다면서 참 이상 한 일도 다 있다는 얘기를 한적도 있다.


착한 우리 렉시는 누구에게 피해 입히는 짖을 매우 싫어한다. 누워서 꼼짝을 못하는 와중에도 Pee 를 하고 싶을땐 밤 낮을 가리지 않고 Pee를 시켜달라고 짖어대었다. 몸져 누워 있던 밤시간이 렉시에게는 무척 불안했나보다. 1년전부터는 더욱 심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Pee를 너무 참았던 것이 병이 되어서 방광에 염증이 생겼는지 Pee속에 붉은 피가 썩여나오기도 하고 불규칙하게 Pee를 너무 자주 보기 시작했다. 정상적일때는 하루에 3번정도 시간맞추어서 Pee 를 했는데 아파서 들어 눞고 부터는 시도 때도 없이 피를 시켜달라고 짖어대었다. 특히 밤에는 매 2시간 마다 피를 시켜달라고 짖어대며 집안 사람들을 다 깨우곤 했다. 그것도 밤 1시, 3시 그리고 5시정도에서 매번 짖어대니 밤잠을 제대로 잘수가 없었다. Pee시키고 겨우 잠이 들라치면 또 짖어대고 또다시 Pee를 시키다 보면 새벽 5시가되니 지난 1년동안 밤잠을 거의 자지 못하면서 지내왔다. 안락사를 시키자던 식구들이 잠을 깰까봐 미안스러워서 렉시가 누워있는 옆 소파에서 밤잠을 잔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자기 잠자리에서만은 Pee를 하지 않을려고 안간 힘을 다해서 끙끙거리는 렉시가 대견스럽기도 했다. 지난 2년동안을 기저기 위에 누워서 지내는 중증의 상태였지만 비교적 깔끔하게 생을 유지해 오고 있다. 


렉시에게 고마웠던 점은 편식을 하지 않고 너무나 열심히 잘 먹어준 점이다. 너무 많이 먹어서 몸무게가 무거울 정도가 되었을 적엔 체중을 못이겨 더더욱 못 일으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되기도 했고 너무 다이어트를 시키다보니 또 너무 야윈것 같아서 힘이 없어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해서 량을 늘려주기도 하면서 지내온 지난 2년이었다.

사실 누워있는 상태에서 개밥을 먹이는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앞다리 뒷다리를 제대로 가누지를 못하는 렉시를 일으켜 세워서 부축하면서 개밥을 먹여야 하니 개밥 먹이는데만 20-30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어렵게 먹이는 먹이지만 먹는것 만큼은 잘 먹어대던 렉시였는데 일주일 전부터는 아무것도 먹지를 않고있다. 정확히는 열흘전 부터다. 예전에도 몹시 앓았던 시기에 몇번 먹기를 거부한적이 있기는 했지만 2-3일이 지나면 다시 먹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아니다. 먹이통을 입에 갖다줄때마다 고개를 돌려버린다. 입맛이 떨어졌나 해서 평상시에 그렇게도 좋아하던 국물 담긴 통조림 비프를 주는데도 고개를 돌려버린다. 3일전 까지만 해도 물은 조금씩 마셨는데 이제는 한방울의 물도 먹지를 않는다. 아예 아무것도 안먹기로 작정을 한것 같다. 

열흘째 아무것도 먹지않고 Pee만 싸다보니 통통하던 몸매는 뼈만 앙상히 남은 상태가 되어 버렸다. 몸속에 있는 수분을 모두 밖으로 내보내고 숨을 거둘려고 하나보다. Pee 시켜달라고 끙끙댈 힘조차 이젠 없기에 2-3일째 기저귀에 Pee 를 그냥 싸버린 뒤 나를 쳐다보는 눈망울에는 분명 미안함이 서려 있는듯이 보였다. 요 며칠째는 눈으로만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무척 힘이 드는 시간일텐데도 어제 오늘 나를 쳐다보는 눈동자가 유난히도 참 평화스러워 보인다.


개는 주인이 집에 돌아 올때까지는 죽지 않고 기다린다는 얘기를 누군가에게서 들은적이 있다. 하지만 혹시나 내가 집을 비운 낮 시간이거나 깊은 잠에 빠진 밤시간에 렉시가 나도 몰래 마지막을 맞을까 걱정이 되어서 며칠전 깊은 밤에 나와는 마지막 인사를 미리 나누었다. 그때 눈을 한번 감겨보았지만 눈을 감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우리집에 함께 더 있고 싶나보다. 

밖에는 비가 추적대며 내리고 있다. 

마침 오늘이 일요일이라서 종일을 렉시 옆에 있을 수 있기에 덜 걱정이 된다.

렉시에게 다가가서 다시한번 살펴보았다. 힘은 없어보이지만 또렷이 나를 쳐다 보는 렉시의 눈길에선 분명히 따뜻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왠지 마지막 순간에는 벌떡 일어나서 이세상을 하직 할 것만 같은 기대를 해보면서 다시금 다독거려주고 있지만 오후가 되니까 더 힘이 없어보인다. 눈은 뜨고 있지만 몸이 너무 차갑다. 자꾸만 더 차가워 지고있다. 힘없이 누워서 눈만 뜨고 있는 렉시지만 내가 하는 얘기를 다 듣고 있을 것 같아서 예전에 즐겁게 같이 놀던 때의 얘기들을 해주었다. 사람도 죽을때 크게 다를바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2017년 1월22일 일요일 밤시간

금방이라도 숨을 거둘것 같아서 저녁시간에는 온 집안 식구들이 마지막 인사를 했다. 즐겁고 건강하게 뛰놀던 지난날의 렉시 생각을 하며 눈물을 훔쳤다. 고통없이 저 세상 좋은 곳으로 가서 건강하게 뛰어 다니면서 이세상에서의 추억들을 가끔씩 기쁜 마음으로 기억하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렉시는 힘겹게 꼬리를 조금씩 흔들면서 답례를 한다. 한눈에 보아도 죽을 힘을 다하여 꼬리를 흔드는 것이 눈에 보인다. 

점점더 힘이 없어지지만 눈을 못 감고 있다. 눈을 감지 못하는 이유가 혹시 자기를 데리고 온 둘째딸이 보고 싶어서 인가해서 집을 나가 떨어져 살고있는 둘째 딸에게 화상으로 렉시와 대화를 나누게 해주었다. 표정이 조금 변하는 것 같기도 했지만 몸은 점점 더 차가워 지고있다. 오늘밤이 고비일 것 같다.


렉시가 자살을 택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며칠전 부터 들기시작했다. 더 이상 우리집 식구들에게 귀찮은 존재가 되고싶지 않아서 먹이를 거부하며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도 잘먹던 비프 통조림을 줘도 안먹을려고 고개를 돌려버리는 의미는 아예 안먹기로 작정을 한것이 틀림없다. 

죽음이 가까이 오는 것을 알고는 스스로 먹이를 거부하며 자살을 하기로 작정을 했다면 그 결정을 할때까지 얼마나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또 한번 눈물이 핑돈다. 자살을 선택할 바엔 차라리 고통을 덜 느끼던 그때 안락사를 시켜줄것을 하는 생각에 후회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원망 스럽기도 하지만 렉시는 이런 내마음을 이해해 줄것 같다.

15살 나이니 사람으로 치면 80살 정도의 삶을 살은 셈이다. 지난 2년동안 꼼짝 못하고 누워있던 렉시를 힘겹게 돌봤지만 한편으론 참 행복했다는 생각이 든다. 생을 같이 산다는것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2017년 1월23일 아침시간

이른 새벽에 렉시를 다시 살펴보았다. 지난 밤새 어렵게 생을 유지하면서 버틴 흔적이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힘겹게 나를 기다리며 내 옆에서 임종의 순간을 맞고 싶었나보다.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향한 눈길을 떼어내지 못하기에 따뜻한 손으로 감지 못하던 눈을 살며시 감겨주자 그제사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2017년1월23일 월요일 아침 7시경에 렉시는 그렇게 저 세상으로 떠나갔다. 

깔끔하던 렉시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스스로를 깨끗이 정리하고 싶었나 보다. 마지막 4일 동안 물한모금 마시지 않고 몸속에 있던 모든 수분들을 소변으로 쏟아내고는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비교적 깨끗한 모습으로 마지막 임종을 맞았다. 

임종할 때는 옆에서 지켜주리라 했던 렉시와의 약속을 지켜주었다. 눈물이 또한번 왈칵 쏟아졌다. 

렉시가 눈을 감는 순간에도 아침비는 슬픔의 눈물처럼 하염없이 내리고 있다. 

2002년12월24일에 태어나서 2017년 1월23일까지 14년1개월을 살면서 근 13년동안 우리 식구들과 같이 한 이세상 소풍놀이를 마감하고 렉시는 오늘 아침에 저세상으로 갔다. 

편안히 잠든 모습에 조금이라도 상처가 갈까해서 조심스럽게 몸 여기저기를 깨끗이 딱아주고나서 추울때 간혹 입곤 하던 예쁜 핑크색 옷을 입혀서 항상 누워 있던 그 자리에 눕혀놓았다. 평상시에 잠자던 모습과 다를바가 없다.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참 편해보인다.

오늘은 비가 오락가락 하기에 잠자리에 눕힌체로 리빙룸에서 하루 더 쉬게 할 생각이다. 

바깥날씨에 익숙하지 않았던 렉시가 혹시라도 너무 추위를 느낄까봐 따뜻한 햇살이 비칠 내일 오후 시간에 묻어 주려고 한다.


세상에서 제일 착했던 우리 렉시에게 이글을 바친다.


한살때의 렉시 모습 뒤쪽에 약간 보이는 모습은 렉시의 Brother 이다.


편안하게 영원히 잠든 렉시 (2017년1월23일)


손수 만들어 준 렉시 무덤 (2017년1월24일 오후 3시)나중에 시간나면 좀 더 예쁘게 만들어 줘야 겠다


어젯밤 불어댄 강풍에 추웠을것 같은 생각에 오늘 렉시 무덤을 다시 손보았다. 2017년1월27일


인간이든 동물이든 생명은 위대하다.

"개도 자살한다"는 어느 수의사의 글이 불현듯 생각난다. 6년전에 읽고는 동감이 가서 저장을 해놓은 그 글을 오늘 다시 찾아보았다.


아래 글은 미주 중앙일보 2011/5/2 일자 장칠봉(수의사 수필가) 님의 글이다.

"필자가 겪은 어떤 개의 죽음을 회상해 본다. 나의 동물환자인 그 개는 나이가 15세(사람 나이로 80세 정도)로 비만인 골든 리트리버였다. 심각한 퇴행성 관절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했고 어릴 때 임신중절수술을 받아 여성호르몬 결핍에 의한 요실금증을 갖고 있었다. 
개 주인인 80대 할아버지는 그 개가 자살을 했고 자신이 개를 자살하게 했다고 울먹였다. 개가 죽기 이틀 전 관절염으로 거동하지 않던 그 개가 잠자리에서 또 오줌을 쌌다. 할아버지도 힘들어 개를 마른 자리로 옮길 수 없게 되자 이 녀석아 그만 나를 괴롭혀라. 나도 힘들어 너를 돌 볼 수 없다. 죽으면 좋겠다고 했다. 바로 그날부터 개는 식음을 전폐하고 오줌도 누지 않고 한 곳에서 괴로운 듯이 누워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틀 후 새벽녘 아래층에만 있던 개가 계단을 타고 올라와 느닷없이 침대에 누워 있는 할아버지에게 키스를 했다. 
그 개는 주인 얼굴을 핥고선 한참 동안 침대 곁에서 할아버지를 슬픈 눈으로 응시했다. 그리고는 슬며시 힘들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는 것이다. 
거동하지 않던 녀석이 웬일로 올라왔나. 잠시 후 할아버지가 이상한 예감이 들어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았다. 그 개는 턱을 바닥에 고이고 자는 듯이 평화스럽게 죽었으며 바닥에는 오줌이 넘실거렸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죽으면 좋겠다고 해서 개가 스스로삶을 끝내기 위해 그날부터 밥도 먹지 않았고 죽을 때를 알고 힘든 걸음으로 이층에 있는 방으로 들어와서 마지막 인사를 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할아버지는 개의 자살을 굳게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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