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리밋>이 있어야 한다.
어제는 휴일이라 오랜만에 영화를 한 편 빌려서 보았는데 오래전에 미국에서 제작‧상영되었던 <갬블러>란 영화였다. 미 대학 문학과 교수인 주인공은 도박에 빠져 곤경에 처한다.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잃고 사채업자들에게 까지 돈을 빌려 모두 잃는 바람에 생명의 위협까지 당한다. 결국 아버지를 버리고 재혼한 부유한 어머니에게 돈을 청하지만 거절당하고 사채업자들에게 타던 차까지 빼앗기고 돈을 갚을 길 없어 살해당할 날만을 기다리다 자살을 생각한다. 이때 극적으로 어머니가 찾아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며 사채업자들에게 갚아야 할 돈이 모두 얼마인가를 묻는다. 총 25만 불의 빚이 있다고 고백하고 큰 빚에 어머니는 아연실색 하지만 결국 아들과 은행에 동행하여 그 돈을 cash로 찾아 건네준다.
빚을 갚는데 이 돈을 쓰는 게 당연하건만 대책 없는 주인공은 이 돈을 들고 또 카지노를 찾아 모두 탕진하고 만다. 그런데 필자가 주목한 것은 이 주인공의 카드노름 방식이 특이했다. 처음 만 불을 배팅하여 이겨 2만 불이되면 2만 불을 또 배팅했다. 2만 불이 4만 불이 되면 이 4만 불은 모두 또 배팅했다. 8만 불이 되면 또다시 모두 배팅하여 16만 불을 만들었고, 16만 불을 배팅하여 32만 불을 만든 뒤 역시 이것을 모두 배팅하여 빈털터리가 되는 식이였다. 한마디로 리밋이 없는 노름 방식이었던 것이다. 연거푸 여러 번 배팅에 성공해서 큰돈을 땄으면 중지해야 하는데 욕심이 끝이 없어 한 번 만 더! 한 번 만 더! 하다가 결국 돈을 다 털리고 마는 것이다. 자신이 심각한 노름 중독증에 빠졌는가를 자가 진단하는 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항목이 있다.
필자가 상담을 하면서 접하게 되었던 노름꾼들의 공동의 특징이기도 했다. 첫째, 돈을 땄을 때 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느냐 여부다. 백 불을 따면 이백 불을 따고 싶고 천불을 따면 이천 불을 따고 싶은 것이 인간의 당연한 욕심이다. 허나 이를 단호히 단념하고 노름을 중단하는 것이 중요한데 결국에 더 큰돈을 따 보려 다가 딴 돈 마저 잃어버린 경험이 자주 있다면 노름에 깊이 빠진 상태라 보면 된다. 둘째, 당장 생활에 꼭 필요한 돈인데도 불구하고 그 돈을 노름에 쓴 경험이 있다면 이 또한 심각한 노름중독 상태이다. 내일 당장 지불해야 할 방값 이라든가 없으면 생활에 당장 큰 지장을 주는 꼭 필요한 생활비를 대책도 없이 노름에 써 본 경험이 있다면 요행히 돈을 땄던 혹은 잃었던 간에 심각한 노름 중독에 빠졌다고 보면 틀림없다.
세 번째, 돈을 꼭 따고야 말겠다고 하며 노름 장에 간다면 이 또한 심각한 노름 중독이다. 노름을 하다보면 딸 수도 있고 잃을 수도 있다. 요행히 돈을 따면 다행이지만 잃어도 당장 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에서 하는 노름이라면 그저 즐기는 노는 행위가 되지만 여기에 집착하여 꼭 돈을 따겠다는 비장한(?) 결심 하에 노름 장에 들락거린다면 이미 깊은 노름중독에 빠졌다고 보면 틀림없다. 예전에 있었던 일이다.
K씨는 한국에서 상가분양 대행업으로 큰돈 을 벌었던 사람이다. 친구와 함께 사업을 하다가 일이 여의치 않게 되자 손님들이 맡긴 상가분양 신청금 30여 억 원을 횡령하여 들고서 는 친구와 함께 남미로 줄행랑을 놓았다. 남미에서 호화판 생활을 하면서 미국 밀입국을 노리다 일명 돼지몰이 꾼이라 불리 우는 밀입국 업자들과 연결되어 허리까지 차는 큰 강을 건너 미국으로 건너왔다. 미국에 건너가서 처음 들른 곳이 라스베가스였다. 일주일 정도를 머물며 호화찬란한 라스베가스의 야경에 빠져 지내며 노름을 일삼았다.
일주일 만에 200만 불이 넘는 큰돈을 거의 다 잃어버리고 LA에 와서는 허름한 APT하나 얻어 들어앉았다. 그래도 정신 못 차리고 놀던 가락은 있어 룸싸롱에 드나들다 한 아가씨를 꼬셨다. 노름으로 다 날렸지만 아직도 십만 불 가까운 돈이 남아 있었으니 이때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살 궁리를 했더라면 기회가 다시 올 수도 있으련만 정신 못 차리고 술집만 들랑거렸으니 그나마 있는 돈 다 떨어지자 동거하던 술집 아가씨는 줄행랑을 놓았다. 당연한 결과였다. 아가씨를 찾아 이 술집 저 술집 기웃거리며 돌아다니자 모든 이들로부터 병신 취급을 받고 모멸적인 수모를 여러 번 겪자 분을 참지 못하고 살던 APT에서 목매달아 죽고 말았다. K씨가 라스베가스 에서 분탕질을 칠 때 계속 돈을 잃었던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주변 목격자들의 말에 따르면 꽤나 큰돈을 따기도 했다고 한다. 이때 만족하고 딴 돈을 챙겨 라스베가스 를 빠져 나왔다면 좋았겠지만 주변 사람들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더 큰돈을 따겠다고 고집을 부리다 빈털터리가 되고 결국 죽게 된 것이다. 필자의 오랜 고객이신 오여인 에게도 이런 경험이 있다. 중국 연변에서 미국에 건너온 것이 10여 년 전이다. 이때부터 필자와 인연이 있었다. 오여인도 카지노에 깊이 빠졌다. 마사지업소를 운영하며 어렵게 번 돈을 노름에 아낌없이 갔다 버렸다. 마사지가게는 다행히도 영업이 아주 잘되어 오여인은 매달 큰돈을 벌 수 있었다. 언젠가 오여인이 필자에게 이야기하기를 “카지노에서 없앤 그 돈 다 모았으면 아마도 100만 불이 넘을 거예요!” 라고 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언젠가 필자를 찾아왔는데 아주 흥분된 상태로 신이나 있었다. “올 초 선생님 말씀대로 올해는 제가 아주 운이 좋은가 봐요. 요 몇 달 사이에 15만 불이나 땄어요! 잘하면 올 해 안에 잃은 돈 다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말에 깜짝 놀랐다. 필자 왈 “운이 좋다는 것은 내가 생활을 성실히 했을 때 찾아오는 행운이지 노름으로 돈을 딸 수 있다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성실치 못하면 좋은 운도 다 망치게 됩니다. 다행히 15만 불이나 따셨다니 이제라도 즉시 노름장 에는 가지 마세요. 그 정도면 많이 딴 거 아닙니까?” 라고 하니 “무슨 말씀이세요? 그동안 내가 잃은 돈이 100만 불 가까이 된다니까요! 그만 두더라도 본전은 찾고 그만두어야지요!” 결국 나중에 들으니 땄던 돈마저 모두 잃어버린 데다 가게까지 망가지고 말았다. 주변에다가 잔뜩 빚을 지고서는 어디론가 야반도주 하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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