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복 유무로 달라진 인생길
필자의 동문후배인 K지청장은 주위에서 장차 검찰 총장감으로 거론되는 능력있는 검사이다. 성격이 밝고 명랑한데다 정의감이 투철하고 동료 선후배간 대인관계가 좋아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는 이다. 전남 도서지방 출신인 K검사는 아주 빈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보잘것없는 고깃배한척과 얼마 안되는 땅 떼기에 열 명이 넘는 식구들의 목숨 줄을 걸고 위태롭게 삶의 끈을 지탱해야하는 가정형편 때문에 뭍으로의 유학은 꿈도 꾸지 못했지만 우수한 K군을 지켜보던 인근 유지들의 후원 덕에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 고학을 해가면서도 성적은 계속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은 결과 명문대법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어려운 형편에서도 늘 밝은 표정이었고 낙천적인 생활태도를 견지했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소개로 K검사를 만날 수 있었고 동문후배임을 알게 되어 반가웠다. 미국에 업무관계로 출장 왔다는 그가 필자에게 자신의 사주팔자 감정을 정중히 부탁한 일이 있었다. K검사는 1967년 음력 4월 25일생으로 아침 6시경 태어나 사주팔자는 丁未年 乙巳月 丁酉日 癸卯시가 되었고 운은 역행하여 甲辰 癸卯 壬寅 辛丑 庚子 己亥로 나아간다. 丁火가 巳月에 태어나서 태왕(太旺)한데 癸水가 억제하는 기운이 부족하다. 그런데 처를 뜻하는 酉金인 財(재)가 사유합금(巳酉合金)하여 癸水인 관(官)을 도와 희신이 되었다. 따라서 처가 도와주어 관을 쓰게 되는 형세이니 처의 도움으로 출세 길에 들어설 수 있는 팔자이다. 즉 처의 도움으로 빈한한 가문 출신임에도 벼슬과 부(富)를 누릴 수 있는 전형적인 팔자가 되었다.
실제로 K검사는 사법고시준비 중 고향의 집에 우환이 끊이지 않고 가난이 극에 다달아 장남인 자신의 책임감 때문에 고시를 포기하고 고향에 내려가 식구들의 호구지책을 도와야 하지 않나? 하는 고민에 시달렸다한다. 이런 문제로 여러 날을 고민하던 중 마음이 어지러워 이를 식힐 겸 생전 안 해 본 미팅을 하게 되었다. 친구의 소개로 한 아가씨와 미팅을 하게 되었는데 이 아가씨가 지금의 처이다. 딸만 셋 있는 부잣집 셋째 딸인 부인과 서로가 첫눈에 반했고 이때 이후 K군의 처지를 알게 된 부인이 적극적으로 K군을 물질적‧정신적으로 도와 K군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 해 뒷바라지 해 주었다.
자존심 강한 K군이 처음에는 펄쩍뛰며 도움을 거절했건만 결국 아가씨의 진심어린 정성에 감동해 이를 받아들였다. 하던 아르바이트도 때려 치고 고시공부에만 집중하여 결국 대학 3학년 때 최연소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운수업으로 업계에서 알아주던 부자인 장인장모도 그제서야 둘의 관계를 인정하고 반겼다. 군대문제도 어떤 조건 때문에 면제받고 연수원을 거쳐 검사로 임용 받으니 출발이 남들보다 5년 이상 빨랐다. 따라서 항상 최연소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녔다. 업무능력도 뛰어나 주위에서 인정받으니 승진도 계속 선두에 설 수밖에 없었다. 처갓집이 워낙 부자이다 보니 처갓집으로부터 경제적지원은 늘 넘쳤고 따라서 검은돈의 유혹은 쳐다보지도 않는 청렴한 검사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처로 인해 벼슬과 부를 함께 누릴 수 있는 그야말로 행운의 사나이가 된 것이다.
K검사는 이런 복을 준 처의 은혜를 결코 잊지 않았다. 일과 가정밖에 모르고 아내와 자식들을 끔찍이도 사랑했다. 일찍 결혼한 관계로 자식농사도 일찍 끝낼 수 있었다. 남매를 슬하에 두었는데 아들은 한국최고의 재벌인 S그룹에 입사하여 능력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하고 있고 딸은 아빠의 뒤를 잇겠다고 로스쿨에 다니고 있다. 이래서 사람은 남녀 불문하고 배우자 복이 있어야한다. K검사는 자신의 사주팔자대로 현모양처를 만나 인생자체가 확 틔인 셈이다. 이와 반대인 사례도 있다. 필자의 선배인 R씨는 지독히도 처덕이 없었다. 일과 가정밖에 모르기는 K검사나 R선배도 마찬가지이건만 R선배는 K검사와 운명이 너무도 달랐다. 처음 결혼한 부인은 결혼한지 한 달 만에 가출을 감행했다.
결혼 전에 사귀던 남자와의 관계를 청산하지 못하고 방황하다 사랑의 도피를 해버린 것이다. 한참 깨가 쏟아질 신혼이건만 R선배는 집나간 부인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매일 소주에 라면만 먹었다. 부인이 몇 달 만에 돌아오긴 했으나 뻔뻔하게도 사과한마디 없이 이혼을 요구해왔다. 억울해서 이혼 못해주겠다며 버텨보았지만 결국 이혼하고 말았다. 첫 결혼의 상처 때문에 재혼은 엄두도 못 내다가 하필이면 단골로 다니던 술집 마담과 눈이 맞았다. 거의 매일 저녁 괴로움과 외로움 속에 들리던 작은 술집 까페 마담에게 이런저런 신세한탄을 하다 보니 마담 역시 자신의 과거에 대해 신세한탄을 했고 서로가 동병상린의 연민을 느꼈고 그게 사랑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재혼하고 난 뒤 얼마 안되서 전남편인 조직폭력배가 쫓아다니며 괴롭히기 시작했다. 물질적인 보상을 해달라는 거였다.
맨날 술 처먹고 행패만 부리던 놈이 적반하장으로 무슨 보상이냐며 부인이 된 마담이 방방 뗬지만 시끄러운게 싫어 합의해주고 말았다. 그런 파란을 겪은 뒤 서로 잘 살았으면 좋으련만 마담출신 아내가 또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다 R선배에게 들통 나고 말았다. 결국 둘은 깨졌다. 몇 년 혼자 지내다 세 번째 결혼을 했는데 이번에는 부인이 쇼핑중독자였다. 아무리 죽어라 열심히 일해 돈을 벌어다 주어도 늘 빚에 쪼달렸다. 의사에게 데려가 상담을 해보니 정신병의 일종이라고 진단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혼했다. 세 번째 결혼에서는 딸이 생겼기에 이혼하는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 난리를 치르고 나서 R선배가 한 말이 있다. “ 내 다시 결혼하면 성을 간다!” 필자가 R선배의 팔자를 보아하니 다시는 결혼 안하겠다는 그 말을 꼭 지켰으면 했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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