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졸지에 조직폭력배로 몰린 사내

2024.04.17



              졸지에 조직폭력배로 몰린 사내


  일전에 30대초반의 청년이 필자의 사무실을 방문하였다. 매우 선하게 생긴 큰눈에 이목구비가 뚜렷한 호남형의 사내였다. 걸걸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있었는데 목소리가 바리톤의 성향이어서 남성다움이 더욱 돋보이는 듯했다. 자신의 사주팔자를 보고 싶다고 하여 사주기둥을 세우고 운의 흐름을 면밀히 관찰해보니 지금 처한 운의 흐름이 매우 불량하게 나왔다. 혹시나 하여 확인차원에서 주역상 쾌를 잡아보니 역시나 주역상 '둔지절'의 쾌사가 잡혔다. 이는 '포토우해구어우산'의 운이라! 이를 풀어보면 이치에 맞지 않는 재물을 구하려다가 작은 일이 크게 번지는 운이요, 가던 길에 범을 만나게 되는 운이라! 억울한 모함에 의해 관재구설이 횡횡하게 되는 운의 흐름이었다.

필자 왈 "이치에 맞지 않는 재물을 구하려다 오히려 소나기를 맞게 되어 관재수를 당하는 운이니 최근에 어떤 법적 제재를 받지 않았나요?" 라고 하니 "아이~고마! 선생님 맞심니더! 큰일이 벌어 졌다아입니꺼 그때메 왔심니더!" 라고 한다. 

이 청년은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직장생활을 하다가 학업을 더 이루고 싶어 미국에 유학을 온 유학생 신분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학업을 계속해 나갔는데 이 청년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주점에서 단골로 자주 들리던 일단의 사내들을 만나 형님! 형님! 하며 따랐는데 이 사내들이 문제였다. 이 사람들 모두가 덩치도 크고 인상도 강해 보였는데 이들이 하는 회사가 금융업이라는 것이었다. 인상들은 그래도 자신을 친동생 대하듯 잘해주고 비번인 날은 밥이며 술도 잘 사주어서 금방 친해졌고 그러다 보니 속사정도 서로 털어놓는 사이로 발전하였다. 


이 청년의 경우 한국에서 연로한 부모님이 몇 푼씩 보태주는 돈과 자신이 일해 버는 돈으로 학비를 부담하다 보니 늘 경제적으로 어려웠는데 이 사정을 알게 된 그들 중 하나가 얼마간의 돈만 준비해 오면 그 돈을 잘 굴려서 매달 적지 않은 이자를 줄 수 있으니 생활에 보탬이 되지 않겠느냐는 호의에 어렵게 구한 다소간의 돈을 이들에게 건네 주었고 처음에는 약속대로 적지 않은 이자를 꼬박꼬박 받을 수 있어 학비에 큰 보탬이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좀 흐르자 주던 이자가 며칠씩 지연 되더니, 나중에는 그나마 끊겨 버렸다. 이들을 만나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고 약속 이행을 수차에 걸쳐 촉구 하였으나 매번 핑계만 대고 차일피일 미루더니 하루는 그 중 하나가 "너에게는 미안하지만 요즈음 수금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렇다. 여기저기 돈 놓은 곳에서 자금회수가 안 되서 그러니 니 돈을 회수하고 싶으면 아르바이트를 당분간 그만두고 우리 일을 돕는 것이 좋겠다. 일당은 챙겨주마!" 라는 제안을 받았다. 찜찜한 마음이 많았지만 원금을 회수하려는 욕심에 승낙을 하고 이들의 심부름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선배가 수금할 곳이 있으니 같이 좀 갈 곳이 있다하여 아무 생각없이 그 선배와 동행하게 된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LA의 한 허름한 아파트였는데 문을 두드리자 한 초췌한 중년의 사내가 얼굴을 내밀더니 이들을 보고 흠칫 놀라며 문을 다시 닫으려 하자 선배란 사람이 잽싸게 문을 밀치고 들어서며 문을 열어 놓은 상태에서 이 청년에게는 문 앞에 서 있라고 시켰다. 선배는 들어서자마자 그 중년의 사내와 언성을 높이며 싸우더니 손바닥으로 그 사내의 머리를 몇 차례 소리가 나게 탁탁쳤다. 


그 순간 맞고 있던 중년의 사내가 고함을 치며 부엌에 있던 과도를 들고 덤비자 선배가 뛰어나오며 도망을 쳤다. 얼떨결에 같이 도망을 쳤는데 어느 날 아침 집에서 경찰에 체포되고 만다. 죄명은 불법 가택침입에 금융업법위반, 불법감금, 폭행 등 죄명도 모두 대 여섯 가지에 듣기에도 흉악한 혐의였다. 아마도 그 집주인인 사내가 자신의 부채를 탕감 받으려는 목적으로 경찰에 신고를 한 모양이었다. 어찌되었던 이 청년은 아는 분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기는 했으나 이제 재판결과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되서 벌써 며칠째 밤을 세우고 있다한다.


필자가 이 청년의 운을 세밀히 검토해 보니 불행 중 다행으로 최악의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 같았다. “꽤나 시달리겠지만 다행스럽게도 혐의는 벗을 수 있을 겁니다. 모난 돌 옆에 있다가 정 맞는다는 말 들어 보신적 있죠? 지금 형세가 딱히 그 모양입니다. 정상적인 것 같지 않은 사람들 하고는 애초에 인연을 맺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세상에 쉽게 버는 돈을 바라다가는 큰 낭패를 보는 법입니다. 절대 이치에 맞지 않는 돈을 바라서는 안되지요!" 라는 필자의 충고에 고개를 푹 숙인채 수긍하는 모습을 보인다.


필자가 이곳 LA에 정착하면서 놀라는 것은 이곳에도 한국에서 처럼 불법사채가 판을 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자도 보통이자가 아닌 어마어마한 고리사채여서 놀란 일이 있다. 거의30년 전 쯤으로 기억된다. 필자가 LA에 와서 아는 이도 별로없는 상태에서 급하게 3,000불 정도의 돈이 필요했다. 헌데 공교롭게도 이때 하필이면 돈줄이 꽉 막힌 상태였다. 이 돈이 없으면 크게 낭패였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하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필자여서 한참이나 망설이고 망설인 끝에 그래도 믿을 만하고 여유가 있는 R씨에게 무척이나 망설이다 어렵사리 입을 떼었다.


사람과 사람 관계에 있어 돈 문제가 개입되면 그 관계가 치명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아는 필자 인지라 어렵게 입을 열었는데 한마디로 매정하게 ‘NO’였다. 돈을 꿔주지 않은것은 좋은데 그 이후 필자를 벌레 보듯이 하며 피했다. 큰 모멸감을 느꼈고 역시 돈 이야기를 꺼낸 것이 치명적 실수임을 알게 되었다. 이후 어떤 일이 있어도 돈을 남에게 꿔달라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필자의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 ‘돈 꾸는 일’은 이렇게 실패로 끝났다. 이래서 사람들이 사채가 무서운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쓰는구나 싶었다. 필자는 당시 일주일만 있으면 큰돈이 들어올 일이 있어 일주일 정도만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에 그런 시도를 했던 것인데 R씨는 필자를 믿지못했나 보다. 처음은 섭섭했지만 어찌됐든 R씨에게 이제는 미안함을 느낀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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