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내려가는 날
따르르릉 전화벨이 울린다.
강대리: 승애씨 먼저 가야 할 것 같아!
승애: 무슨 일이신데요?
강대리: 우리 애가 열이 나고 기침을 많이 하네. 병원 갔다가 전화 다시 할게.
승애: 대리님 어떻해요? 빨리 아이 데리고 병원에 가보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도착하면 사장님 계시니까요.
강대리: 그래. 아마 내가 못가면 내 동생에게 연락할게.
승애: 네.
강대리는 동생 찬혁에게 전화를 한다.
찬혁은 사장님과 미리 약속이 되어 있어서 조금 일찍 출발하려고 했는데 승애가 가는 것은 모르고 있었다.
누나 강대리의 전화를 받고 사장님께 전화를 하고
조금 늦게 출발을 하게 된다.
기차역
눈이 조금씩 내린다.
승애 앞쪽으로 기차에 오른다.
찬혁은 뒤쪽으로 기차를 타게 된다.
둘이 자리를 찾다가 마주친다.
서로를 알아보고는 승애는 ‘훗’하면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다.
찬혁은 “승애씨도 여기였군요.” 한다.
승애: (자리에 앉으며) 강대리님 연락을 받으셨어요?
찬혁: 응.
승애: 아이는 어떻돼요?
찬혁: 병원에 갔는데 연락주겠지.
승애: 네~에. (침묵이 흐른다.)
조금전에 내리던 눈이 어느새 눈덩이처럼 뭉쳐 함박눈으로 휘날리며 하늘에서 쏟아 붓고 있다.
승애: 어머 눈이 세차게도 오네요.
찬혁: 휘날리는 눈보라를 본다.
승애: 이렇게 휘몰아치는 것은 처음 봐요.
찬혁: 처음 보는 게 참 많아. 처음이란 말을 참 좋아해. 승애는.
승애: 내가 그랬나요?
서로 마주 앉아 있다.
승애 스르르 졸음이 온다. 손으로 하품 나오려는 입을 가리며
“밖은 함박눈이 휘날리며 몹시 추운 것 같은데 이 안은 나른하네요.”
찬혁: 피곤할텐데 눈 좀 붙여. 도착하려면 몇 시간 더 있어야 하니.
승애: 눈 휘날리는 거 보는 것 좋아요. (창밖을 계속 보고 있다.)
스르르 눈이 감긴다. 꾸벅꾸벅 고개를 끄덕이며 졸음을 이기지 못한다.
승애의 자는 모습을 지켜보던 찬혁은 참다못해 자리에서 일어난다.
시원한 바람을 쐬고 싶다 생각하며 다음 칸으로 가려고 한다.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왔는데 아직도 승애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에 취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