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학생 종점에 도착했는데 그 뒤에 있는 학생 좀 깨워주겠소?”
“네 아저씨.” 범석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뒷좌석으로 몸을 굽히며 희주를 깨우려 한다.
손을 들어 희주의 어깨를 흔들어 깨우려 하다가 멈춘다. 다시 곳곳히 서서
“저어 이봐 학생 종점에 다 왔으니 일어나시구려. 여 ~ 보 ~ 시~ 게~ 학~ 생~... 흠 (더 크게 목소리를 다듬으며 ) 여 ~ 보 ~ 시 ~ 게~ 학~ 생??!!
희주는 멀리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바로 하며 눈을 감은채로
”누구세요?“
범석은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하고 설 잠에 취해있는 희주에게
“종점이라니까, 얼른 일어나시오. 내가 흔들어 깨워야 하겠습니까? ” 범석의 두손이 희주의 어깨에 닿으려는 순간 희주는 눈을 부릅 뜨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종점이에요. 벌써? 아 감사합니다. 또 집에 가는 길 잊어버릴뻔 했어요.”
쏜살같이 문으로 내려가는 희주의 뒤를 따라 범석도 같이 그 버스에서 내린다.
범석: 정말 빠르네.
희주: 어떤 차가 나가는 차지? 어 이 차인가 보다. 저 어 아저씨 이 차 지금 나가는 차인가요?
운전기사: 어서 타시오. 지체하면 시간이 늦어져서 과속하게 되니.
희주: 아저씨 ‘종로 도서관’에서 내가 내릴 수 있게 알려 주세요. 내가 이쪽은 처음이라 우리집 가는데 길 잃으면 안되어서요.
운전기사: 알았으니 어서 타시오.
희주: 감사합니다. (운전기사 아저씨 옆좌석에 얼른 앉는다.)
범석도 조용히 희주 뒷좌석으로 가서 앉는다.
희주는 종로 도서관 앞에서 내려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범석은 안심을 하고 “휴 우 이제 안심이다. 이번에는 제대로 버스를 잘 타겠지.”
범석은 혼자 생각하며 자기도 모르게 희주를 뒤따라 내린다.
희주는 버스 번호를 확인하고 “ 그래 이 차를 타야 하는 거였어. 아이 괜히 그 남자는 나를 화나게 해서...나 하마터면 집 잃은 거리의 천사 될 뻔 했네.
뒤에서 서 있던 범석은 이 말을 듣고 또 어떤 말이 확 튀어나올 뻔 했다. 그러나 뒤에 있는 범석을 알지 못하는 희주는 손을 들어 버스를 세우며
버스에 올라탔다. 그런데 생각났다. 자신이 산 책이 손에 없는 것을. 가방을 열어 뒤져보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창밖을 보았는데 어느 남학생이 책을 들고 흔들고 있다.
범석도 자신이 책을 들고 있는 것을 깜빡했다. 희주의 뒤를 따라 그 행동을 지켜 보다가 그 책을 돌려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잊었던 것이다. 희주가 버스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 안심을 했는데 문이 닫히고 나서야 자신의 손에 책이 들려 있음을 알고 버스를 타려 했지만 버스가 떠나고 범석은 뒤따라 가다가 그 책을 희주에게 보이며 소리친다.
“내일 여기 도서관에 다시 오시오.” 손짓하며 종로 도서관을 가리킨다. (한번은 책을 손짓하고 다음은 종로 도서관을 가리켰다.) 희주는 멀뚱 그 행동을 보며 지나가는 차창 뒤로 점점 멀어져가는 범석을 보다가 “ 다음에 또 와야지. 그때는 영서와 같이 와야겠어. 아~ 피곤해. 오늘 책도 못사고 이게 뭐람.”
희주는 집에 오자마자 영서방으로 들어간다.
희주: 영서야 나 오늘 너무 고생했다. 책도 샀는데 다른 사람에게 뺏기고. 나 하마터면 집 잃어버릴뻔 했어.
영서: 희주야. 숨 좀 쉬고 말해.
희주: 글쎄 말이야 너 어. 라임 이란 책 아니?
영서: 어~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왜 그 책이 어땠는데?
희주: 그 라임이 말야. 내가 사는 미국에서는 아주 흔한 나무인데. 모두들 즐겨 먹는 과일이기도 하고. 그런데 그 책이 이번의 베스트 셀러라 하길래 사 보려고 했지.
영서: 으 응 나도 사려고 했어. 읽어보고 싶었어.
희주: 나는 애써 그 책을 고르고 골라서 샀는데 옆에 있던 어떤 남학생이 그냥 공짜로 낚아챌려고 해서 티격태격 내가 흥분을 좀 하게 되었어. 그런데 집에 오는 버스를 못타고 ...
영서: 그런데?
희주: 다행히도 앞에 앉은 어떤 남자가 – 목소리 대게 좋더라.- 좋은 생각을 알려줘서 무사히 집에 올 수 있게 되었어.
영서: 어머 정말 잘 되었다. 아무 이상 없이 집에 무사히 오게 되어서.
희주: 하여간 그 책은 잃어버렸어. 어디에 두었는지 몰랐는데. 아마 그 도서관에 있던 그 남학생이 갖고 간 것 같아. 다시 내가 그 도서관에 가게 되었잖아. 그런데 거기에 계속 있더라고. 그 남학생이. 그러고는 내 책을 갖고서 막 흔드는 거야. 나 버스탔을 때. 참 그때까지 집에 안가고 있었다는 것이 참 신기해.
영서: 으 응. 많은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공부하거나 책을 읽거나 해.
희주: 학교 도서관도 아닌데?
영서: 참 희주야. 너 우리 공부하는 도서관에 갈래? 우리는 공부만 하는 도서관이 있어. 한달이든 몇 달이든 미리 예약하고 원하는대로 24시간 자기만의 공부하는 책상이 있거든.
희주; 정말 재미있겠다. 나 가 볼게.
영서: 그럼 내가 가는 도서실에 같이 가자. 내일.
희주: 좋아.
^^^^^ 다음날
영서와 희주는 도서관 학습실로 간다.
영서: (학습실 접수실에서) 안녕하세요. 한달치 끊으려고 하는데 있지요?
프론트: 아 여기 하나 비어 있네요. 이 번호입니다.
영서: 아 다행이네요. (없으면 내 자리로 하려고 했는데.) 영서는 그 번호를 받아 희주와 함께 들어가려 하는데 시계를 보고 갑자기 희주에게 그 번호를 준다.
영서: 희주야 내가 깜빡 잊었네. 미연이와 만나기로 했는데. 미연이 많이 기다리겠다. 이것 갖고 2층으로 올라가. 그 안에 이 번호가 붙어 있는 책상 자리가 있을거야. 알았지?
(영서는 책상 번호를 희주손에 쥐어주고 급히 밖으로 뛰어나간다.)
희주는 어떨떨해 하며 천천히 계단을 올라간다.
2층 문을 열어 빼꼼히 안을 들여다 본다.
넓은 방. 커다란 윈도우가 사방으로 있고 단정하고 깔끔하게 책상들이 질서있게 놓여있다. 각 책상마다 칸막이가 되어있다. 희주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책상 위에 가방을 올려 놓고 여기저기 살펴본다.
희주: “어머 여기 학습실은 영어책도 수학책도 다 제공하는 가 봐. ” 책상 안쪽에 놓여있는 영어책을 펼치어 본다. 중요한 단어와 문장에 빨간 밑줄이 그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