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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영이 여름을 부르며
숙영 : “여름아 같이 가자. 내일이면 새로운 회장단 선출하는 날이지. 아유 정말 홀가분 하다. 지난날 어떻게 지냈는지 아찔하다. 누가 내 뒤를 이어 부회장이 될지 궁금한데!
전교 회장단 선출하는 시기가 되었다. 회장에 ‘겨울’이 되었다. 부회장에는 ‘여름’이 된다. 전학 와서 어떨떨하게 보낸 짧은 지난날 이었는데 부회장이 되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모르겠다. 성격은 내성적이라 친근하게 선뜻 먼저 누구에게 말을 붙이지 못하고 다가가지 못하는 여름으로선 부회장이라는 감투가 어렵게만 생각된다. 임원단이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프로필과 회지 발간이다.
겨울이 각 부서에 책임분담을 하며 역할을 지시한다. 여름은 그들을 보며 기다리며 있다. 이 자기에게도 무엇을 책임분담을 주리라 기다리며 서 있는데 의논 한마디 없이 못 본 척하며 다른 곳으로 가려간다.
순간 여름은 자신이 투명인간이 된 것 같았다. 속상하기도 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왜 겨울이가 자기를 못 본 척 그냥 갔는지, 부회장으로 인정을 하지 않고 무시했다는 사실에 자꾸 자존심이 상했다.
여름은 계속 화가 풀리지 않았다. 무슨 말이라도 전해야 겠다는 생각에 노트를 ‘부-욱’ 뜯었다. 그러나 어떤 말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펜을 들었다 놓았다 안절부절 한다.
*** 할 일을 같이 계획하고 의논하며 일하기를 원하는데 그런 이유로 부회장으로 뽑은 것 아닐까요. 혼자서 단독적으로 하는 것을 보니 나를 한심하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하여 몇 자 글을 쓰네요!...***
구구절절 막 생각 나는 대로 문자를 써 내려갔다. 이렇게 편지를 쓰고 나니 마음이 조금 풀리는 것 같다. 앞 뒤 생각 없이 우체통에 편지를 넣는다. 학교주소로 보낸다. 막 우체통에 편지를 넣고 나오는데 ‘달빛’이 학교 쪽 에서 마주 온다.
달빛 : “왠 편지를 다 썼어요? 전화로 하면 될 것을. 좋은 일인가요?”하며 아는 척을 한다.
여름 : (마주보며) “ 안녕하세요. 합창반 총무님. 어쩐일로 아직까지 학교에 있었어요? 오늘 합창 연습이 있는 날인가 보죠. 이렇게 늦게까지.”
달빛 : “아니에요. 정리할 일이 있어서.”
여름 : “ 저 뭐 좀 하나 물어봐도 돼요?”
달빛 : “물지 마세요. 물면 아파요. 보시다시피 내가 날씬해서 물기도 전에 쓰러질 지도. 이건 농담이고. 뭔데요. 아는 대로 도와주죠. ”
여름 : “ 합창반 총무니까 인원이 많아서 힘들죠. 나는 여성 중창단을 모집 할려고 하는데 노래하는데 곡 선 곡도 그렇고 어떻게 해야 할지 뚜렷한 생각이 나지 않아서요.”
달빛 : “ 좋은 곡 있으면 같이 Share하도록 하죠.”
여름 : “ 고맙습니다. 총무님. 총무님 어디 가시는 길 인 것 같은데요? 나는 이쪽길입니다.
(방향을 손으로 가리킨다.) 그럼 이만”
고개로 인사를 하고 골목길로 들어선다. (여름은 달빛을 처음으로 자세히 보게 됐다. 부드럽고 인자한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여유 있고 배려심이 있는 은은한 그런 얼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