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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 발레로 만나는 셰익스피어: ABT의 ‘겨울 이야기’가 전하는 감동

2025.04.15

401. 발레로 만나는 셰익스피어: ABT의 ‘겨울 이야기’가 전하는 감동


 발끝으로시를있다면,셰익스피어의언어는어떻게춤으로태어날까?이상말이필요없어진다.말로는담아내기힘든인간의감정과운명의파고,복잡하고도고전적인이야기들이발레라는몸짓의언어로피어날,우리는비로소고요한탄식을하게된다. “,이것이바로예술이구나.”


 지난주말,나는ABT(아메리칸발레시어터)처음으로LA무대에올린겨울이야기(The Winter’s Tale)공연을보러시거스트롬센터를찾았다. ABT이미여러차례LA찾아우리에게익숙한이름이지만,셰익스피어의작품을무용극으로만날기회는드물다.특히이번겨울이야기LA초연이라기대감이컸고,시간넘는장거리운전에도무대에대한설렘은피로를잊게했다.익숙한작품도아니고,유명한멜로디도없어낯선감각이었지만,낯섦속에서다른예술의깊이를마주하게되었다.


 무대는마치꿈의조각들이모여만들어낸웅장한풍경같았다.바다와궁정,숲과환상의세계가고요하게,그러나강렬하게펼쳐졌다.무대장치하나하나가세심했고,의상과조명,연기와동작이조화를이루며관객의마음을어루만졌다.눈앞에펼쳐진장면은어느한순간도단순히예쁜그림에머무르지않았다.안엔질투,후회,회한,용서,사랑이라는인간의서사가온몸으로흘러나왔다.


 크리스토퍼휠든의안무는전통의틀을지키면서도대담하게변주를시도했다.군더더기없이간결한동작안에서등장인물들의심리변화가촘촘히새겨졌고,조비탈보트의음악은말없는서사에동화적인숨결을불어넣었다.다만음악은어딘가낯설고서사에집중된만큼선율보다는분위기에무게를두고있어,귀에익은클래식선율을기대했던나로서는약간의지루함도느껴졌다.그렇지만그것이오히려무용수들의움직임을선명하게떠오르게역설적인힘이었는지도모르겠다.


 무엇보다자랑스러웠던,무대위를환히밝히던한국인수석무용수서희였다.꼬르드단원에서시작해지금은ABT대표무용수로활약하고있는그녀는무대위에서마치운명처럼있었다.그녀의존재하나만으로도공연은내게뭉클한의미로다가왔다.발레는무대위의몸짓이아니라,살아낸시간과감정의총합이라는사실을다시금실감하게되는순간이었다.


 겨울이야기는셰익스피어가말년에희비극이다.질투로아내를잃은왕이세월을통해회한을마시고,사랑으로다시삶을회복하는이야기.고전의뼈대를발레라는예술이만나면,언어보다깊은감정의강이흐른다. ABT공연은단순히작품하나를경험이아니라,고전과현대가교차하며만들어낸예술의흐름속에내가잠시발끝을담근감각이었다.


 이,공연장을나서며나는생각했다.셰익스피어의언어는사라졌지만,그가말하고자했던삶의진실은여전히무대위에살아있었다.그것이바로예술이고,발레이며,우리가공연장을찾는이유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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