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목사의 세상사는 이야기
“우리는 인간체험을 하는 영적인 존재” (April. 29, 2026)
오늘 병원 채플린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어느 백인 할머니가 찾아 왔다. 남편이 세상을 떠날 것 같은데, 병실에 가서 남편을 위해 기도를 좀 해 주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할머니를 따라 병실에 가 보니, 백인 할아버지 한 분이 눈을 감은 채 병상에 누워 있었다. 할머니는 남편은 88세로 백혈병으로 얼마 살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밀와키 소방서에서 30년 이상 소방대원으로 일하다 은퇴했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배위에 밀와키 소방대원이라는 야구모자가 올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평생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았다.
할아버지는 어렸을 때 카톨릭 교회를 다녔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종교를 멀리 했지만, 할머니는 루터란 교회 교인이라고 했다. 할머니는 자기 딸과 사위가 다 목사였는데, 사위는 미군 군목으로 아프간 전쟁에 갔다가 돌아 와서 폐암을 걸려 죽었다고 했다.
23세 먹은 손자가 친구가 건네 준 펜타놀이란 마약성 진통제를 먹고 자던 중에 죽었는데, 할아버지가 죽으면, 손자를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했다.
조금 있으니, 암병동에서 환자가 위독하니, 채플린이 방문해 해 달라는 의사의 부탁이 들어 왔다. 환자기록부에 보니, 환자는 67세의 백인여성으로 평소 전자담배를 즐겨 피운 전력이 있는데, 그 때문인지 폐암으로 죽어가는 중이었다. 병실에는 가족들이 병상을 둘러 서 있었는데, 채플린의 임종기도가 필요한지 물었더니, 기도 필요 없다고 정중하게 거절해서 그냥 돌아 왔다.
내가 죽어갈 때, 누가 와서 기도해 주겠다고 하면, 나 또한, “하나님과 대화중이니, 귀챦게 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기도를 정중히 거절할 생각이다. 임종기도를 요청하는 환자나 가족의 의사를 존중해 주어야 하듯이, 임종기도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의사도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본다.
병원에서 퇴근을 하고, 교회로 가서 교인들과 식사하며 공부하는 “Soup & Study” 모임을 인도하고 있는데, 병원에서 생사를 알 수 없는 위급환자가 들어 왔는데, 환자가족들이 힘들어 하니, 와서 좀 위로를 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모임을 일찍 마치고 병원 중환자실에 도착하니, 중년의 백인남자가 호스를 낀 채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병상 옆에는 환자의 여동생과 어머니가 안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내가 환자의 상태에 대해 설명을 좀 해 달라고 하자, 칠순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50살 먹은 아들이 이혼을 하고 어머니 집에 들어와 살고 있는데, 혈전때문에 한쪽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작년에 받았고, 오늘은 자다가 침대에서 쿵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가 보니, 심장마비가 왔는지 숨을 쉬지 않아 병원에 실려 왔는데, 의사들도 잘 모른다고 해서, 현재로서는 회생할 가망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나는 “우리는 유한한 인간이기에 최선을 다할 뿐, 나머지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모든 것을 내려 놓으시고, 하늘의 뜻에 순응함으로 마음의 위로와 평안을 갖으시길 빕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잠시 있다가 영원한 저 세상으로 돌아 가야할 여행객 아니겠습니까?”하니, 여동생이 공감을 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기도를 해 달라고 해서, 간단한 위로의 기도를 병실을 나왔다.
병원밖에는 사람들이 멀쩡하게 살고 있지만, 병원안에서는 죽음의 경계에 가까이 있거나 죽는 사람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생기는 현실이다. 최희준씨가 부른 “하숙생” 에,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느냐”는 말이 생각난다.
옛말에,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저승보다 낫다”는 말이 있고, 최근에 어느 차 뒤에 “But did you die?” (그렇지만, 너 죽었냐?)는 말도 보았는데, 아무리 인생이 고달파도, 죽는 사람들에 비하면, 우리가 더 행복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죽기전까지는 최고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한다.
프랑스의 카톨릭 신학자 떼이야르 드 샤르뎅 신부가, “우리는 영적인 체험을 하는 인간이 아니고, 인간 체험을 하는 영적인 존재라”고 했다고 한다. (We are not human beings having a spiritual experience; we are spiritual beings having a human experience. -Teilhard de Chardin) 인간 세상 여행을 마치고, 영혼의 세계로 돌아 갈 때 까지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다가 갔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