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내마음의 隨筆] 인터넷 시대의 달력

2021.01.06

[내마음의 隨筆]


인터넷 시대의 달력


또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었다.  혹자는 매년 해가 바뀌는 것을 보고 새롭다기보다는 정해진 시간을 다시 재생해서 쓰는 것이 아닌가 주장하기도 하지만 역시 새해가 되면 새로운 기분이 들어서 그런지 사람들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는 새해인사를 많이 주고 받는 모양이다.


지난 한해가 고통과 인내 속에서 마침내 지나가고 다시금 적어도 올해까지는 그러한 분위기로 갈 것 같은 생각이 많이 들긴 하지만 점점 희망의 불빛이 보이며 또 그 희망이 점점 커지고 있음은 확실하다.  그리고 과거보다는 시간에 대한 사람들의 관념과 또 살아가는 환경도 많이 바뀌어가고 있음을 본다.


내가 어릴적에는 새해가 되면 각종 달력을 여러 곳으로 부터 선물로 받았던 기억이 난다.  대개 거래하던 상점이나 은행 같은 곳에서 달력을 만들어 돌돌 말아서 연말이 되면 집에 배달해 주곤 하였다.  달력을 받고서는 가장 먼저 공휴일이 언제인지, 특히 설날과 한가위가 언제인지를 확인하고자 했었던 일이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올해는 문득 인터넷 시대에 걸맞게 달력을 개인적으로 하나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말이 되면 나는 대개 자동차로 2시간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한국식품점으로 장을 보러가서 그 가게의 달력을 가져와 쓰곤 하였다.  올해도 달력 몇개를 식품점에서 받긴 하였지만 어딘가 모르게 상업적인 냄새가 너무 나서 내가 멋있고 효용성이 있는 참신한 달력을 직접 고안해 보고자 하는 생각이 다른 때보다 더 간절하였던 것이다.  


먼저 인터넷에서 달력제작 프로그램이 쓸만한 것이 있는지 검색하였으나 대개 너무 상업적이고 복잡해서 포기하고, 결국은 Microsoft® Word의 Calendar Function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다행히 Calendar Function은 초보자도 이용하기 쉽게 되어 있어서 원하는 년도와 달만 입력하면 미리 정해진 틀에 그림과 함께 달력이 쉽고 빠르게 만들어지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이렇게 12개월치의 달력을 하나씩 모두 각각 만든 다음에 이들을 모두 통합하여 하나의 Word 문서로 된 달력을 만들어 보았다.  달력에 들어갈 사진은 평소에 내가 취미로 찍어두었던 수많은 것들 중에서 계절 감각에 맞게 12장을 골라 각 달에 집어 넣고, 빈 공간에는 문학, 예술, 과학, 철학, 교육, 심리학 등등 각 학문 분야에서 유명한 명언들을 인터넷 사이트에서 검색하여 12개를 골라 각 월별로 하나씩 집어 넣었다.


그리고 토요일은 관례에 따라 파란색으로 색깔을 바꾸고, 일요일은 붉은색으로 색깔을 바꾸었다.  기타 모든 날들은 그냥 검은색으로 표기하여 필요에 따라 나중에 달력 사용자 각 개인이 적절하게 여러 공휴일이나 개인적인 일정을 고쳐 넣어서 쓰게 만들어 보았다.


12개의 월력(月曆)과 1개의 전체적인 달력 파일들을 축약하여 내가 봉사하고 있는 단체의 회원들과 친구들에게 보냈더니 몇몇 사람들로부터 감사의 말씀과 함께 다양한 의견과 이야기가 내게 전달되어 왔다.  음력이 들어가고 24절기를 표시하면 좋겠다는 것, 아이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고쳐 사용해서 매우 즐거웠다는 것, 봉사하는 교회, 회사, 그리고 재직하고 있는 학과를 위해 달력을 조금 고쳐서 만들어 보냈더니 모두들 좋아 했다는 등등 여기저기에서 꽤 긍정적인 반응들이 내게 들려와 전자달력 만들기에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구나 하는 나름대로의 조그만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사실 종이 달력을 한국에서 대량으로 인쇄하여 항공편이나 선편으로 미국으로 들여와 내가 봉사하고 있는 단체의 회원들에게 배포하여 사용할려고 하였으나 너무 높은 경비문제로 포기하고, 어떤 다른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하고 혼자 궁리해 오고 있던 터였다.  


인터넷 시대에 이제는 전자적으로 달력을 고안하면 이메일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순식간에 보내고 또 받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고쳐 나름대로 자신만의 달력을 제작할 수 있고, 또 필요에 따라 천연색이나 흑백으로 인쇄하여 탁상용 달력을 쉽게 만들 수 있으니 가상공간인 인터넷과 현실공간을 마음먹기에 따라 자유롭게 넘나드는 얼마나 편리한 세상이 되었는가?    


앞으로는 매년 연말에 다음 해의 달력을 미리 고안하여 내 나름대로 일종의 조그만 사회봉사로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  이번에 의외로 이러한 달력을 찾고 있었던 사람들이 내 주변에 꽤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세상이 점점 삭막해지는 지금 형식적인 연말연시 인사교환 보다는 서로간에 보다 실질적인 전자달력 교환과 같은 일들을 하게 된다면 더 낫지 않겠는가 생각해본다.  


이번에 우연히 만들어 본 전자달력을 인터넷으로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면서 그들이 보내오는 전자우편들을 읽고서 사람사이의 따뜻한 정과 감사의 마음을 느끼게 되었다.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조그만 일일지라도 무언가 더욱 보람찬 일들을 더욱 열심히 해 보고자 새해에 다짐해 본다.              


2021년 1월 6일


崇善齋에서 

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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