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내 마음의隨筆] 글쓰기의 힘

2022.03.07


[내 마음의隨筆]



글쓰기의 힘


요즘처럼 끝을 보기가 힘든 답답한 나날들을 하루하루 보내면서 뭔가 마음을 좀 가다듬을 방법이 없을까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틈틈이 시작하게 된 것이 서예이다.


가끔 인터넷을 보면서 서예의 기법에 관한 비디오들을 보고 나름대로 글씨를 써 본다. 이제 걸음마 단계이니 선생님 없이 어릴적 아버님 어깨너머로 배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저 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혼자 써 보는 것이다. 정신을 집중하여 글씨를 쓰는 그 순간들 만이라도 잡념이 없어지니 서예가 나에게는 참 고맙다.


SNS를 통하여 내가 쓴 부끄러운 글씨들을 촬영하여 아는 분들께 보내니 여기저기서 격려의 말씀을 보내온다.  글씨를 통해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하게 되는 것이다.


쓰고자 하는 글씨는 고전의 유명한 말씀이나 내 마음 속에 특히 와 닿는 단어들을 주로 쓰게 된다.  예를 들면, 요즘처럼 전쟁으로 혼란스럽고 가슴아픈 일들이 많은 때는 ‘平和’ 라든가 ‘平安’ 또는 ‘自由’와 같은 단어들을 많이 연습하고 또 써본다. 어떤 때는 한시(韓詩)의 멋진 귀절들을 써 보기도 한다.


그러다 얼마 전 문득 글씨를 종이에 쓰는 전통적인 서예에서 발전하여 좀더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아이디어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나무에 글씨를 새기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먼저 ‘平安’이라고 쓴 붓글씨를 사진을 찍고 난 다음 가까운 나무공방에 가서 A4 크기의 나무판을 만들어 주라고 주문하였다. 그리고 잘 가다듬어진 그 나무판 (단풍나무 재질)을 기념품을 제작하는 공방에 사진 파일과 함께 주고서 내 글씨의 형상에 따라 레이저 프린터로 음각을 부탁하였다.


약 20분 정도의 시간 동안 레이저 프린터로 글씨를 먼저 음각하고 나중에 음각한 글씨 위에 검정 왁스를 바르니 꽤 그럴싸한 목공예품이 되었다. 처음으로 이러한 목공예품을 하나 만들어보니 이러한 일들을 가끔 취미로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각종 목공구들을 내가 집에 가지고 있다면 더더욱 재미가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그러한 일들을 하는 가게들에 필요한 작업들을 의뢰하여 목공예품을 만드는 것도 꽤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완성된 작품을 집에 가지고 오면서 두 공방과의 공동작업으로 완성되어 탄생한 내 작품이 작품의 예술성이나 창작성 같은 요소들을 떠나서 어찌되었든 이 세상에서는 단 하나뿐이라는 생각을 하니 혼자서 괜히 마음이 뿌듯하였다. 지금 내 작품은 방 한켠에 받침대 위에 다소곳이 놓여져 있다.  나는 가끔 나의 작품을 혼자서 쳐다보고 짧은 명상에 잠기곤 한다. 


글을 쓸 때 ‘정신통일을 통한 집중력의 순간적인 발산’이 서예가 주는 하나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글을 쓸 때의 즐거움과 추억을 오래 간직하기 위하여 종이 보다는 나무에 색다르게 글씨를 아로 새기는 것도 꽤 의미가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천년동안 선조들이 왜 서예를 즐기고 또 감상 (鑑賞)하면서 또 서로 평론(評論)을 하고 기록의 수단으로도 활용하면서 아름답고 귀중한 문화적 전통을 계승해 오고자 했는지 역사를 통하여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                            



2022년 3월 7일


崇善齋에서


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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