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유유자적(悠悠自適)」
바람에 이는 대숲 소리 거문고 소리 같고
달빛 아래 흐르는 물은
거울인 듯 고요하네.
자연 속에서 한가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노래한 시조입니다. ‘대숲 소리’를 ‘거문고 소리’로 비유하면서 자연의 소리를 음악처럼 즐기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또한 흐르는 물을 ‘거울’에 비유하여 세상의 흐름을 반영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는 자연과 하나 되는 사대부의 이상을 담고 있습니다.
10. 「속세를 등지며(歸隱)」
속세의 헛된 명예 구차하게 따를소냐.
푸른 산에 새들 나니
나도 따라가리라.
속세를 떠나 자연 속에서 살겠다는 결심을 담은 시조입니다. ‘푸른 산에 새들 나니 나도 따라가리라’라는 구절은 자유로운 삶을 동경하는 태도를 보여 줍니다. 이는 유학자의 은둔 사상과 연결되며, 최립이 자연 속에서 참된 가치를 찾으려 노력했음을 시사합니다.
이처럼 최립의 시조는 자연과 벗하는 삶, 인생의 무상함, 속세를 떠난 은거 생활을 주요 주제로 삼고 있으며, 이는 조선 시대 사대부들이 추구한 이상적 삶과 철학을 반영하며, 학문과 자연 속에서 만족을 찾으려는 태도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소개된 시조들의 특징을 구분하여 크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고 보겠습니다.
• 자연 속의 한가로움(강호한정, 유유자적)
• 속세를 떠난 은거 생활(한거, 속세를 등지며, 누항사)
• 인생의 무상함과 유한성(답설, 한거자탄, 누항사, 차운)
• 술과 자연을 통한 깨달음(춘일한흥, 도연명에 기대어)
이처럼 최립의 시조는 단순한 자연 예찬을 넘어서, 삶과 철학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어 조선 시대 대표적인 사대부 문학의 그만의 독특한 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지금까지 아직 제대로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그의 아름답고 문학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지닌 시조들이 400여년의 세월을 건너 뛰어서 찬란한 빛을 발휘하여 더욱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되는 날이 조만간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지난 몇년간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최립의 한시들의 멋에 특히 매료되어 최근 그 중에서 50 여 수를 뽑아서 단국대학교 김우정 교수와 함께 영한 대역 책으로 2024년에 발간하였으며, 그러던 가운데 최근 그가 작시한 시조도 있다는 어느 연구문헌을 읽고서 기쁜 마음에 필자가 알게된 10수의 시조를 우선적으로 여기 여러분들에게 소개하였습니다. 앞으로 한국문화의 멋을 나타내는 그의 아름답고 빼어난 우리나라 고유의 문학형식인 시조들이 발굴되어 여러분들에게 계속 소개될 수 있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2025년 2월 7일
숭선재에서
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