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육아와 자녀 교육은 엄마의 몫이라고 생각하던 시대가 있었다. 아빠는 밖에서 열심히 일하는데만 집중하면 그뿐, 오롯이 엄마가 감당했었다. 하지만 요즘엔 ‘헬리콥터 대디’란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아빠가 자녀 교육에 적극 참여한다. 어쨌든 미국처럼 맞벌이 부부가 많은 상황에선 아빠가 자녀교육에 참여하는 부분이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고 이런 현상은 바람직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아빠의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는 어린이들은 자존감이 높고 학업 성적도 우수하다. 이런 아이일수록 건전한 사고방식을 가진 성인으로 성장할 확률 또한 높다. 그렇다고 거창하고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바로 실천 가능한 일들이 적지 않다. 어린 자녀의 바람직한 교육과 성장을 위해 아빠가 해야 할 일들을 알아본다.
▲ 잠자리 스토리텔링
많은 미국인 부모들은 자녀가 잠자리에 들기 전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잠자리 스토리텔링(Bedtime Storytelling)은 자녀와의 친밀하고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며 아이들이 정서 함양은 물론 잊지 못할 추억이 될 수 있다.
스토리텔링의 경우 이왕이면 지금 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면 더 좋다. 자료는 도서관에서 대여하거나 온라인에서 다운받아 사용하면 된다. 또 함께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거나 새로운 주제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유익하다. 이런 스토리텔링은 아이에게 독서습관을 길러주고 토론 훈련이 되기도 한다.
▲ 독서습관 키워주기
물론 잠자리 스토리텔링에만 한정하지 말고 일정한 시간 혹은 틈나는 대로 책을 읽어주는 것은 바람직하다. 대개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가정이 많은데 초등학생인 경우 아빠도 일 주일에 두 번 이상은 책을 읽어준다.
엄마가 읽어주는 것과는 다른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아빠들이 어린 자녀에게 자주 책을 읽어 주는 경우 아이들의 읽기 및 쓰기 능력이 향상된다.
한두 살 때부터 아빠가 책을 많이 읽어준 아이들은 나중에 책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킨더가튼에 입학한 후에도 잘 적응하며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2~3살 부터 아빠와 함께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5살 정도가 되면 또래 보다 더 많은 단어를 알고 사용하게 되며 스펠링도 더 정확하며 문제 해결력이 더 뛰어나다.
▲ 주말 같이 즐기기
바쁜 일상, 주중에 자녀와 함께 여유있는 시간을 갖기란 쉽지 않다.
이런 점에서 주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매주가 여의치 않다면 격주에 한번이라도 자녀가 평소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다. 물론 학교에서 새롭게 배운 것을 시도하는 기회라면 더욱 좋다. 이런 시간은 아이의 학습동기 부여는 물론 좋은 현장 교육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자녀와의 유대감 형성에 아주 긍정적 역할을 한다.
▲ 학교까지 라이드해주기
가장 실천하기 쉬우면서 어려울 수 있는 사항이다. 하지만 가족 문제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자녀와의 소통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아이의 등교를 위해 라이드를 해준다. 비록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매일 아이와 차안에서 잠시나마 대화를 나누다보면 자연스럽게 소통의 창구를 여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이런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을 엄마에게 전달하면 부부간의 이야기 거리도 늘어나게 된다.
▲ 함께 서로의 일 하기
때때로 아빠들은 집에 일을 갖고 오기도 하는데 이때 아이와 완전히 단절해 자신만의 일을 하는 것 보다 가능하면 공간을 공유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아이들은 놀거나 숙제를 하며 서로의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좋은 순간이 될 것이다.
서로의 일이 모두 끝나면 저녁 식사, 청소 등 간단한 일을 함께 하며 마무리한다. 이때 그날 있었던 일이나 경험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핵심은 자녀와의 정기적인 대화 패턴을 만드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아이가 아버지에게 상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이다.
▲ 학교 액티비티 참여
자녀가 다니는 학교나 킨터가튼의 액티비티에도 적극 참여하는 게 좋다. 많은 초등학교의 경우 재학생의 아빠나 엄마를 교실로 초청해 직업이나, 가족, 취미 등에 대해 강연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아빠가 친구들 앞에서 멋진 강연을 하는 모습을 본 아이는 자부심과 함께 아빠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될 것이다. 학교의 놀이에도 적극 참여한다. 5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아빠가 학교의 놀이에 적극 참여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학업준비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매일 아빠와 책 읽기’ 연구에서는 아빠와 함께 참여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읽기 능력이 발달할 가능성이 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교사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라
자녀가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엄마만이 할 일이 아니다. 가장 좋은 것은 자녀의 교사와 정기적으로 만나 친밀한 관게를 유지하는 것이다.
자녀에게 문제가 발생했을 때만 학교를 방문하는 아빠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교사 입장에서도 아빠가 아이의 교육과정에 적극 참여한다고 인식하게 되면 아이가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거나 상의를 원할 때 아빠에게 연락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게 된다.
왜, 어떻게… 어릴 때 부터 비평적 사고를 길러줘라
아빠와 엄마 모든 부모에게 필요한 이야기인데 자녀에게 어릴 때 부터 비평적 사고를 키워주는 것도 중요하다.
사실 한인 부모들의 경우 왜(Why)나 어떻게(How)로 시작되는 질문이 익숙하지 않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비평적 사고력을 키우려면 정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보다는 아이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비평적 사고는 어릴 때 부터 키워주는 것이 현명하다. 미국 교육의 경우 학년이 올라갈수록 비평적 리딩(critical reading)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책을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은 뒤 객관적이고 다각적으로 접근하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비평적 사고는 어릴 때부터 자녀와의 올바른 대화법에서 시작된다. 한인 가정의 경우 수직적 관계가 강하다는 점에서 부모들의 인내와 자세 전환이 중요하다.
가능하면 오래 아이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부모의 생각을 전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게 좋다. 그러다 보면 어느 새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할 수 있고 부모의 노력에 따라 보다 깊은 내용과 정보를 스스로 찾아 물어보고, 얘기할 수 있게 된다. 부모의 노력이란 들어주고, 자녀가 새로운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그 다음 질문을 아이에게 던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