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존재의 이유 –기막힌 파라독스(paradox)-

2021.12.07

       





                      존재의 이유 –기막힌 파라독스(paradox)-  


 한국에서 전화로 가끔 상담을 하시곤 하는 고객의 이야기다. 7080세대인 김우영씨는 60대 후반을 바라보는 중년 남성이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여자에게 깊은 실연을 당하고 상심하여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미국에까지 오게 되었다. 불법체류 신분으로 닥치는 대로 막노동을 하며 살던 김씨는 메리라는 혼혈2세 여성을 만나게 된다. 동두천 기지촌에서 흑인 병사와 양공주 사이에서 태어난 메리는 다 클 때까지 한국에서 천시를 받으며 살다 어찌어찌하여 흑인 아버지와 연결이 되어 미국에 건너온 처지였다. 얼굴은 전형적인 흑인 이면서도 영어를 거의 못하는 메리도 미국에 건너와 이런저런 고생을 겪다가 마사지 업소에서 마시지 팔러 로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처지였다. 우연히 만난 둘은 처지가 비슷하니 마음이 잘 통했고 동병상련의 감정으로 하나가 되었다. 


처음 메리와 결혼했을 때 주위에서 말들이 많았다. 김우영씨가 영주권이 필요해서 한 결혼이라느니, 몇 년 안가 깨질 거라느니 2년 뒤 정식 영주권만 나오면 그날로 빠이빠이 라 느니 입방정을 떨었다. 하지만 남들이 뭐라든 둘은 서로의 처지를 깊이 이해하고 동정했고 사랑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부부가 함께 남의 집 청소도 하고 밤에는 김씨는 불법 택시기사로, 부인은 나이트클럽 식당에서 투 잡을 뛰며 열심히 살았다. 이런 고된 생활 속에서도 둘은 행복했고 사랑했다. 이렇게 지독하게 일하며 한 푼도 쓰지 않고 노랭이 짓을 한 끝에 작은 리커스토어를 하나 인수할 수 있었고 김씨의 나이 마흔살이 될 무렵에는 리커스토아를 세 개나 운영하는 아주 단단한 사장님이 되어 있었다. 


그동안 슬하에 남매도 두게 되었다. 김씨는 LA인근 변두리였던 그 동네의 교포사회에 입지전적인 인물로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교민사회에서 성공한 김씨에게 이런저런 명목으로 기부금을 요구해도 절대 응하지 않았다. 이역만리에서 혼자인 처지에 믿을건 돈밖에 없다고 여겼고 점점 자린고비가 되어갔다. 돈이 아까와 식당에서 밥을 사먹는 일도 절대 없었다. 꼭 아침에 도시락을 2개씩 싸서 가게에서 점심, 저녁을 때웠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가게 늘리는 것이 낙이였다. 그사이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중고등학생이 되었다. 이런 생활이 계속되던 중 부부사이에 큰 싸움이 벌어졌다. 메리엄마 즉 자신의 장모가 한국에서 갑자기 암에 걸려 큰 수술을 해야 하는데 김우영씨가 이런저런 핑계로 돈을 잘 내놓지 않자 메리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런 갈등 속에 장모님이 돌아가셨고 부부는 이미 골이 깊게 되어 대화도 하지 않는 사이가 되어갔다. 그러다가 어느 날인가 메리가 갑자기 이혼을 요구했다.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며 자신의 재산을 나눠 줄 것을 요구했다. 김우영씨는 팔팔뛰며 “내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에 절대 한 푼도 줄 수 없으니 니 맘대로 해! 이 똥 갈보년아!” 해서는 안되는 악담을 퍼 부우며 메리를 집밖으로 쫓아냈다. 그러고 난 뒤 며칠 안 되어 집으로 경관들이 들이닥쳐 김우영씨를 체포해갔다. 남매가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며 아버지인 김씨를 경찰에 고발한 것이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꼴이다. 메리와 메리의 남자친구인 흑인 건달 녀석이 꾸민 짓이었다. 어린것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평소에 엄하기만 하고 정이 없던 노란 피부의 꾀죄죄한 아빠를 死地(사지)로 모는데 한패가 된 것이다. 


어린것들은 자신들과 피부색깔이 같은 검은 건달 놈이 더 좋았고 말도 잘 통했나보다. 하기사 영어도 제대로 못하고 피부색도 다르며 매사 답답하게 엄격하기만 하고 야단만 치며 구두쇠인 아빠가 좋을 리 없었다. 화통하고 피부색도 같으며 말도 잘 통하는 건달 놈이 자기들의 아빠였으면 하는 바람에 이 음모에 뛰어든 것이리라. 법정에서 아들은 자신이 처음 마리화나를 입에 대었을 때 바닥에 엎드리라고 한 뒤 야구방망이로 엉덩이를 수 십대씩이나 때렸으며 툭하면 머리를 바닥에 박고 손은 뒷짐을 지게하는 벌(원산폭격)을 가하며 학대했고, 언젠가 샤워하는 자신의 성기를 웃으며 잡아당기기도 여러 번이었다고 진술했다. 딸은 엄마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같이 자자고 하며 히프를 주무르고 두드리는 성추행을 해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하여 김씨는 하루아침에 폭력적이며 부도덕한 변태성욕자로 몰리게 되었고 변심한 메리도 이 주장에 적극 동조하고 나섰다. 


검은 분 세분이 노란 분 한분을 물고 늘어지며 뜯으니 노란 분은 견딜 수가 없었다. 노란색에 검은 색을 더해도 검은색이 나오고(메리 엄마와 메리아빠) 여기서 나온 검은색에 노란색을 더해도(메리와 김씨) 역시 검은색이 나와(김씨의 남매) 역시나 검은색편을 드는구나 싶어 혼자서 몸서리치며 두려웠다 한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긴 감옥살이를 한 뒤 김우영씨는 추방당했다. 한순간에 아메리카드림이 끝장나 버린 것이다. 돈도 다 뺏기고 혼자가 된 그는 몇 번이나 목을 매었지만 실패한 뒤 마음을 고쳐먹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자식들의 근황을 알고 싶었다. 어렵게 알아보니 메리는 흑인 건달 놈에게 돈 다 뺏기고 매일 얻어맞고 살고 있으며 딸은 히스페닉 건달과 사는데 역시나 매일 두들겨 맞으며 불안한 결혼생활 중이고, 아들놈은 마약에 쩌들어 홈리스가 되었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들은 김우영씨는 살아야겠다는 이유를 찾았다한다. 한국에서 비록 적은 돈이지만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해서 모아 매달 조금씩이라도 딸애에게 보내주고 나머지 돈은 모아서 아들놈이 재활치료소라도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존재의 이유가 되었다한다. 철없는 어린 남매가 애비를 사지로 몰아넣었지만 그 애비는 지금도 남매에게 고마워한다. “너희들이 있어 내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가 있는 거야! 너희들 때문에 내가 살 수 있는 거야!” 가슴 아픈 부성애다. 필자도 깊이 공감이가며 눈물이 난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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