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2021.12.06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어느 기러기 아빠의 죽음에 얽힌 사연- 


 필자의 휴게실 책상 앞에는 언젠가 이규섭 시인이 신문에 기고한 글이 오려져 붙어있다. 제목은 <자식에게 올인 하지마라>이다. 이글에서 보면 세상의 꼴불견 세 가지 병신으로 첫째, 모든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용돈을 타 쓰는 사람. 둘째, 모든 재산과 통장을 부인이나 남편에게 맡겨두고 타 쓰는 사람. 셋째, 재산이 아까워 벌벌 떨며 자신을 위해 한 푼도 쓰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예를 들고 있다. 필자가 이글을 오려서 붙인 이유는 스스로를 경계하기 위함이었다. 세상에 그렇지 않은 부모가 없겠지만 이런 면에서 다소 지나친 필자 자신도 자식들에게 지나친 관심과 사랑을 아껴야 하겠기에 서였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정성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중 교육열은 대단해서 자식의 교육을 위해 이산가족이 되기도 한다.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가까이나 교육을 위해 아빠는 한국에서 죽어라 일해 돈 벌어 외국으로 부치고 엄마는 외국에서 애들 데리고 애들 뒷바라지하며 지낸다. 이때 한국에서 고생하는 남편을 불쌍히 여기고 파트타임 이라도 하며 가사에 보태는 부인도 있고, 가사에 보태기는커녕 남편이 보내주는 돈으로 애들 뒷바라지는 뒷전으로 한 채 골프장으로 유흥장으로 인생의 자유를 맘껏 즐기는 부인네들도 있다. 즐기는 것이 지나쳐 골프 치다가 노래방 가서 놀다가 한량 남자들과 눈이 맞아 바람이 나기도 한다. 한국에서 혼자 지내며 한 푼 이라도 아끼려고 고시원이나 쪽방 같은 곳에서 생활하며 끼니도 제대로 챙겨 먹지도 못한 채 최대한 아껴서 부쳐준 돈을 마누라가 이런 식으로 쓰면서 바람까지 난 것을 모르는 채 애쓰다 외로움에, 영양실조에, 쓰러지는 가여운 많은 기러기 아빠들이 있다. 


필자는 아이들 교육을 위해 부부가 떨어져 사는 기러기 가족은 무조건 반대한다.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가? 같이 살면서 한솥밥 먹는 식구(食口)가 아닌가! 자식이 성인이 되어 결혼하여 출가(出家)할 때까지 한집에서 부대끼며 기쁨과 슬픔을 같이하고 감정을 나누어야 진정한 부모 자식 간의 정도 쌓이고 신뢰와 사랑도 깊어지는 것인데, 그놈의 교육이 뭐라고 이런 가족 간의 유대마저 깨트린단 말인가?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가족 간의 사랑과 화합이다. 기러기 아빠의 경우 너무 장시간 가족과 떨어져 있으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너무 많지만 그 중에 가장 치명적인 것이 가족 간의 유대감 상실이다. 오랜 세월 서로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다보니 감정의 교류가 원활치 못해진다. 


필자가 상담을 하다보면 이런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은데, 어떤 부인은 남편과 너무 오래 떨어져 살다보니 오랜만에 남편이 미국을 방문하여 자신과 잠자리를 하려고 자신의 몸에 손을 대면 소스라치게 놀라고 웬 낯선 남자가 자신을 겁탈하려고 하는 듯해 거부하게 되고, 남편은 남편대로 몇 년 만에 만난 부인이 자신과의 잠자리를 거부하는 것을 보고 섭섭함과 무안함을 느끼다가 부인에게 다른 남자가 생기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들고 그러다가 스스로 분노하고 부부 다툼을 벌이다가 이혼에 까지 이르기도 한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부부사이가 서먹서먹해지고 어색해져서 생기는 불화(不和)이다. 기러기 아빠와 자식들 사이는 더하다. 아빠가 자신을 위해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 보내 준 것은 어쨌든 Thank you! 다. 하지만 아빠니까 당연한 희생이라고 생각한다. 머릿속으로는 고맙지만 그렇다고 눈물겹도록 감동적인 고마움은 없다! 그리고 오랜 시간 떨어져 생활하다보니 아빠라는 사람이 낮설다. 


아빠라는 낮선 사람이 과도하게 친한 척하고 자신에게 과도한 관심과 과도한 참견을 하려든다. 아빠 입장에서야 오랫동안 보지 못한 사랑하는 새끼에 대한 감정 표현이지만 자식들은 이런 식의 사랑표현과 간섭이 어색하고 갑갑하다. 그러다보니 자꾸 아빠와 함께 있는 자리를 피하게 된다. 아빠 입장에서는 이런 자식의 태도가 너무 섭섭하고 마음 아프다. “내가 저를 위해 외로워도 참고 어떤 고생을 해왔는데 니가 나에게 이럴 수가 있어?”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아니야! 이쁘고 착한 내 새끼가 그런 나쁜 마음일 수 없어! 이건 다 애미년 탓이야! 애를 어떻게 키웠길래 아빠에게 저렇게 냉담할 수 있어? 아무래도 애미년이 아빠를 하찮게 여기는 모습을 보였거나 나쁜 감정을 심어준 게 틀림없어!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어? 개 같은년!” 


가뜩이나 아내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고 의심스러웠는데 아이들 태도마저 이렇게 나오자 혼자서 ‘찧고 까불고 북치고 장구 치고’ 다한다. 벨이 잔뜩 꼬인 채로... 감격스런 마음으로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아내와 아이들 보러왔다가 실망하여 혼자 고민 고민하다가 휑하니 쑥 들어간 눈을 하고서 필자를 찾아와 상담을 하고 가는 기러기 아빠들 꽤 있다. 이렇게 혼자서 고민 고민하니 이런 문제를 누구에게 속 털어놓고 의논할 이도 없는 이국땅에서 혼자 외로워진다. 전에는 가족들이 옆에 없어서 외로웠는데 잠깐 다니러 왔지만 지금은 옆에 있는데도 외로우니 진짜 더 눈물 나고 더 서럽고 외롭다. 하지만 이런저런 확실한 증거나 이유도 없이 확 때려 엎을 수도 없어 찜찜한 마음으로 기러기 아빠로 복귀한 뒤에도 계속 힘이 없고 고생하는 보람이 없다. 그러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자식의 교육 때문에 모든 것을 희생하지 마라! 늙어서 피눈물 흘리지 않으려면 정신 차려야 한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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