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으로 횡재한 여자, 이혼으로 쪽박 찬 여자!
이혼 문제로 이런저런 상담을 요청하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예전의 통계를 보니 결혼하는 세 쌍 중 한 쌍 이상이 이혼을 한다 하는데 요즈음은 그 수치가 훨씬 높아진 듯하다. 이혼 분쟁 시 가장 많은 분쟁요소가 재산분할과 자녀양육에 관련된 문제이다. 수 십 년 간 아이 낳고 살을 맞대고 산 부부가 헤어질 때는 돈을 가지고 서로 으르렁 거리며 재판까지 하면서 치사하게 다투는 것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돈 대체 돈이 뭔지!’라는 회의적인 생각 때문이다. 자녀양육에 관련된 문제도 예전에는 서로 아이를 차지하려고 다투는 게 주(主)였는데 요즈음은 서로 아이를 맡지 않으려고 싸우는 경우가 많아 졌으며, 아이를 서로 맡으려는 이들 중에도 주목적은 양육비를 최대한 뜯어내기 위해서나, 양육비를 주지 않으려고 서로 맡겠다고 다투는 경우도 많았다.
이렇게 원수같이 서로 다투다 보면 엉뚱한 놈들(변호사) 좋은 일만 시키고 정작 당사자인 부부는 쪽박을 차는 경우도 많다. 최대한 서로에 대한 미운감정을 억제하고 이성적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합의하면 좋을 것을 서로 감정이 상하여 ‘니가 그렇게 나온단 말이지? 그래 너 죽고 나 죽자!’ 는 식으로 맞서 결국 둘 다 패자가 되는 경우도 많이 보아왔다. 필자의 고객 중 K씨는 30대 초반의 여성분이신데 혼자 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건너와 학교는 형식적으로 등록해놓고 한인 의류회사의 디자이너로 일하다 미국 건너 온지 3년 만에 의류사업을 크게 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했으나 3년 만에 성격차이로 아이도 없이 갈라서게 되었는데, 그녀에게 떨어진 것은 영주권과 수 백 만 불이 넘는 집과 들으면 놀랄만한 금액의 위자료였다.
운 좋게도 이혼소송에 아주 능하다고 소문난 여자변호사를 만나게 된 결과였다. 나이 젊고 이쁜데다 돈까지 많으니 잠깐 결혼 생활했던 전력이 약점이랄 수도 없었다. 노상 주위에 남자들이 호감을 보이며 접근하여 아주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런 저런 남성과의 궁합을 보기위해 필자를 자주 찾는 K씨는 항상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이와는 정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A여사님이 여기에 해당 되는바 사연은 이렇다. A여사님은 강남 땅 부자로 소문난 최 영감님의 막내아들인 최 선생과 결혼한 것이 25년 전 일이다. 워낙 부자로 소문난 집이여서인지 아들이 결혼을 하자 강남에 50평대 아파트와 7층짜리 상가건물 그리고 세차장을 떼어주었다 한다.
결혼하고 얼마 안 돼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남편이 미국에 이민 오기를 원했고 그 뜻에 따랐다. 아파트는 세를 주었고 세차장은 형님이 대신 관리를 해 주기로 했다. 매달 상가에서 나오는 세만해도 적지 않은 금액이여서 미국에서 아이들 교육시키며 풍족하게 사는데 아무 불편이 없었다. A여사님도 처음에는 미국생활이 불편했지만 비슷한 처지의 부유한 마담들과 어울려 쇼핑하고 골프치고 여행 다니며 살다보니 이곳에 정이 들었다. 형편이 좋지 않은 친정집에 남편 몰래 생활비도 대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다행히 아이들도 모두 문제없이 잘 자라 주어 명문대에 모두 진학했다.
25년 동안 부부는 한 번도 일해본적이 없었다. 아무리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도 이런저런 일에 한번쯤 손대보는 것이 보통인데 A여사 남편 최선생은 이런 것에는 아무 관심이 없고 오로지 친구들과 골프치고 세계 여기저기 여행 다니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돈 관리는 남편이 다 알아서 했기에 A여사님은 자신들의 재산이 어찌 굴러가는지를 알지 못했다. 이러던 중 문제가 생겼다. 남편이 딸 뻘 되는 어린여자와 바람이 난 것이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라 살림까지 차리고 A여사에게 이혼을 요구해왔다. A여사는 분해서 펄펄 뛰었지만 “까짓것 이혼하고 말지! 저 아니면 내가 못살까?” 하는 오기도 생겼다. 재산도 꽤 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아이들도 다 키워 놓았겠다. 까짓것 이혼 해버리고 즐겁고 편하게 살자!” 라는 결론을 내리고 재산을 나눌 것을 청구하니 남편은 태평 스럽고 뻔뻔한 얼굴로 “당신이 나한테 왜 돈을 달래? 그동안 당신이 친정집에 빼돌린 돈이 꽤 있을 텐데! 내가 모르는 줄 알았지? 당신이 계속 친정에 돈 빼 돌리고 있는 것을!”라고 했다. 매달 친정 부모님에게 용돈 겸 생활비조로 조금씩 보태 드린 것을 트집 잡는 거였다. 부랴부랴 남편의 재산 상태에 대해 변호사를 통해 알아보니 말 그대로 빈껍데기 뿐 이었다. 7층 상가 건물은 계속 은행에서 융자를 뽑아 써서 팔아보았자 수중에 올 돈도 없었고 그나마 IMF 때 임대료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은행에 넘어갔고 강남 APT는 전세금을 계속 올려 받아왔고, 아주버니가 돈을 꿔주면서 근저당 설정까지 해놓아 역시 빈껍데기였고 마지막 희망인 세차장도 예전에 타인명의로 넘어간 뒤였다.
남편이 모든 재산관리를 했기에 A여사님은 이런 부분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생활도 예전이나 여전히 다름없이 풍족하게 해왔기에 이지경이 되었는지도 몰랐었다. ‘돈도 없는데 어떻게 그동안 그 많은 생활비며 아이들 학비를 계속 충당했느냐?’고 추궁하니 태평한 얼굴로 애들 할아버지가 아이들 학비를 대주셨고 목돈 필요한 때는 상가담보로 은행에서 빼서 쓰다가 상가 뺏긴 뒤에는 세차장 팔아서 몇 년 썼고, 또 아파트 전세금 올려서 필요한 돈 빼 썼고, 이도저도 없을 때는 형님에게 돈 빌려서 썼다고 태평스럽게 이야기했다 한다. 결론적으로 25년간 한 푼도 벌지 않고 있는 돈 계속 까먹고 앉아 있었던 거였다. 이러고도 남편이 이렇게 태평스럽게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돈 많은 시아버지가 건재하시기 때문 인 듯 하다고했다.
아무튼 변호사를 사서 조사해보니 법적으로 받을 돈이 거의 없는 빈털터리 상태였던 거였다. 미국에 와서는 집도 사지 않고 계속 호화주택 세만 얻어 살았으니 미국 땅에도 재산은 전무했다. 이렇게 되자 A여사는 눈앞이 깜깜했다. 돈을 펑펑 써대던 사모님에서 그야말로 졸지에 홈리스 같은 신세가 될 지경 이었던 것이다. 다급한 마음에 아이들을 시켜 시아버지에게 매달려 보았지만 대답은 냉정했다. “그렇게까지 도와주었으니, 니들 문제는 이제 니들이 알아서 해라!” 시아버지에게 남편이 자신에 대해 어떤 험담을 했는지 시아버지 표정은 전에 없이 냉랭하기만 했다고 한다. “아이고 법사님!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지 뭡니까? 어쩌면 좋지요?” 라는 A여사님 질문에 필자는 답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이때 짚은 A여사님 운에 대한 쾌가 ‘서합지진’의 운이었기 때문이다. ‘만리장성 기거고산이라! 애써 쌓아놓은 성이 갑자기 무너지니 속수무책의 운이라!’ 이런 운이니 어떤 충고도 해주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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