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면 내 탓, 못되면 구도원 탓?
오래전 이야기이다.
필자의 오랜 고객인 강사장님 내외분은 오렌지카운티 플러턴에 거주하시며 LA에 유통업을 하고 계신 분들이다. 부부 모두 매우 부지런하고 근검절약하는 분이라 사업도 단단히 자리를 잡고 자녀분들도 모두 안정된 직업을 얻어 독립하여 두 분은 아무걱정이 없는 노후를 지내고 계신다. 두 분은 부부사이도 무척이나 좋아 항시 부부가 동반하여 필자를 찾곤 했고 예부터 자녀분들의 진학문제, 사업상 방향설정, 기타 투자문제 등등 생활전반에 걸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필자에게 문의하시곤 했다. 특히나 두 분은 부동산 투자에 열성이셨는데 오랜 시간동안 필자의 충고에 따라 이런저런 투자를 하셨고 다행히도 모든 투자예측이 적중하여 큰 투자수익을 얻어 LA와 오렌지카운티 일원에 여러 채의 빌딩과 APT 등을 소유한 이른바 준재벌 같은 ‘알부자’가 되셨다.
투자에 성공하실 때마다 필자에게 큰 인심 쓰듯 ‘밥 한 번 먹읍시다!’ 라곤 했지만 필자의 대답은 ‘감사합니다. 먹은 걸로 치겠습니다!’ 였다. 그러던 몇 년 전쯤인가 어느 날 강사장님 내외분이 필자를 찾았다. “요번에 LA 중심지에 주상복합 대형건물이 세워지게 됐는데 여기에 콘도를 한 10채쯤 사보려고 합니다. 여기 그곳 주소가 있으니 우리 운과 그 곳 터의 기운이 맞는지 좀 봐 주시고 투자해도 좋은지를 좀 판단해 주세요!” 하신다. 어떤 이의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우선 살펴봐야 하는 것은 그이의 운의 흐름이다. 운의 흐름이 나쁜 경우 아무리 터가 그이에게 맞는다 해도 투자는 실패하기 쉽기 때문이다. 만약 운의 흐름도 나쁘고 터의 기운도 그이에게 맞지 않을 경우 ‘설상가상’ 식으로 반드시 그 투자는 실패할 것이요, 만약 운의 흐름도 좋고 터의 기운도 그이에게 맞을 경우 ‘금상첨화’ 식으로 성공확률이 매우 높음은 물론이다.
허나 신중히 살펴야 할때는 운의 흐름은 좋으나 터의 기운이 그이에게 다소 맞지 않을 경우에 있다. 이 경우 그이의 좋은 운의 흐름으로 터가 쎈 그곳의 기운을 어느정도 누를 수 있겠는가? 가 투자여부의 관건이 된다 할 수 있다. 강사장님의 요청에 따라 강사장님의 운의 흐름과 터의 기운을 살펴보니 강사장님 내외분의 운은 호운기(好運期)이며 강세여서 투자하기에 적합한 시기였으나 해당 터의 기운을 살펴보니 ‘초실후득’의 터였다. 즉 ‘처음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길(吉)할 것이다’라는 터였다. 이 경우 운의 나쁜 이들에게는 투자를 하지 말도록 권유할 것이나 강사장님 내외분처럼 운이 강하고 상승기에 있다면 투자해도 무방할 것이라 충고하기도 한다. 다만 ‘첫술에 배부르지 않을 터이니 시간을 갖고 기다려야 좋은 결과가 있을 터’였던 것이다.
필자 왈 “두 분의 운으로 보아 투자하셔도 좋으리라 보이는데 투자성과를 얻으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할 터이니 장기 투자하신다면 성공하실 수 있으리라 보여 집니다!” 라고 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초실 즉 처음의 어려움이 어느 정도기간으로 보냐며 구체적인 수치를 대달라고 요구하신다. 이것을 꼭 찍어 물리적인 수치로 나타내기는 어려운데 대부분의 많은 분들이 이런 식으로 답을 좁혀온다. “아무리 짧아도 2~3년 이상 장기 투자하셔야 될 듯합니다.” 라는 필자의 대답에 두 분은 투자를 결심하신 듯 만족스런 미소를 짓고는 사무실을 나서셨다. 이 후 시간이 흐른뒤 강사장님 내외분이 다시 필자를 방문하셨다. 인상을 잔뜩 쓴 채 오셔서 하시는 말이 “법사님 때문에 우린 쫄딱 망하게 생겼어요! 법사님 말만 듣고 그 비싼 콘도를 열 채씩이나 거액을 들여 투자했는데 이제 망하게 생겼으니 어떻게 책임지실 겁니까?” 라고 하며 따지신다.
이런 경우 당혹스러워진다. 예전에 여러 번 필자의 충고를 듣고 적게는 수십만불 많게는 수백만불씩 투자수익을 보았을 때는 큰 인심쓰듯 ‘언제 식사한 번 합시다!’ 라는 말로 때우더니 이제 와서 투자에 수익이 신통치 않다고 책임지라고 사람을 몰아대니 정말 난감했다. 이런 예는 예전부터 겪은 경험이 간혹 있었다. 많은 분들이 투자에 대한 상담을 한 뒤 “법사님 말씀대로만 된다면 정말 크게 보답하겠어요! 말로만이 아닌 진짜 꼭 큰 보답할께요!” 라곤 하셨지만 큰 보답은커녕 작은 보답도 받아본 바 없어 항시 필자의 대답은 “보답은 필요 없습니다. 잘 되기나 하세요!” 였다. 강사장님 내외분의 컴플레인은 이랬다.
큰 기대를 안고 투자를 했는데 자신들이 투자하고 나서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그 콘도 대부분의 물량이 분양도 되지 않고 분양대행회사도 부도가 나서 새로운 분양회사로 바뀐 데다가 그 건물지하 변전실에서 불이 나서 건물이 셧다운 되어 한 달이 넘도록 출입조차 못하게 되었다며 이제는 투자한 돈을 다 날리게 되었다며 안달복달하셨다. 필자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한참이나 필자에 대한 이런저런 원망의 소리를 늘어놓은 뒤 돌아가는 강사장님 내외를 보면서 참으로 입맛이 썼다.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마저 들 정도로 강사장님 내외분은 이런저런 심한 소리까지 하며 “그렇게 살면 못써요! 책임지지도 못할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하면 그 말 믿고 투자한 사람들은 뭐가된단 말입니까? 자기돈 아니라고 그렇게 쉽게 함부로 말하는 것 아닙니다.” 라는 모멸적인 충고까지 들은 터였다.
이 뒤로 시간이 한참 흘렀고, 강사장님 내외분은 소식이 없었다. 헌데 언젠가 어떤 손님을 상담하다보니 그 콘도에 투자해서 배 가까운 투자수익을 올렸다며 즐거워하는것 아닌가? 손님이 가고 난 뒤 이런저런 경로로 알아보니 그 콘도의 가격이 배 가까이 올라 있었다. 강사장님 내외에게 받았던 수모가 되살아나 괘씸한 생각도 들었으나 이내 마음을 돌렸다. 어찌되었든 그리되었다면 천만 다행스러운 일인 것이다. 강사장님 내외분은 이후에도 필자를 찾지 않았다. 필자에게 함부로 대한 것이 미안해서인지 아니면 다른 사정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랬다. 대개의 많은 분들이 ‘잘되면 내 탓이고 못되면 조상 탓’을 한다했는데 이 경우 ‘잘되면 내 탓 못되면 구도원 탓’인가?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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