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이 짐이 된 노인
필자가 상담을 하며 종종 느끼는 점은 재산이 많은 이는 그 재산을 지키기 위해 이런저런 고민이 많고 가난한 이는 부족한 돈 때문에 고민이 많은 것을 보면 있는 이는 있는 이대로 없는 이는 없는 이대로 나름의 근심걱정이 많음을 볼 수 있었다. 따라서 돈이라는 놈은 많아도 걱정, 없어도 걱정을 만드는 우환덩어리라는 점이였다. 필자의 고객이신 장영감님은 젊어서 자바시장에서 의류업으로 큰돈을 버신 분이다. 지금은 은퇴하여 자바시장에 있는 몇 개의 가게와 LA 한인타운에 있는 APT몇 동을 임대하며 생활하고 계시다. 꽤나 큰 재산을 지니고 계시지만 장영감님은 늘 고민이 많아 수시로 필자를 찾아와 이런저런 걱정거리를 필자에게 의논하신다.
장영감님의 첫 번째 주요 고민은 나이 40이 넘도록 제대로 된 직업도 없이 빈둥거리는 외아들 문제이다. 자식이 셋씩이나 되는 아들놈은 40이 넘는 지금까지도 매달 아버지에게 생활비를 타서 쓴다. 예전에 몇 번 사업자금을 대 준일이 있건만 사업은 뒷전이고 노상 술집이며 노름장 들락거리며 노는게 일이니 사업이 제대로 유지될 리 없었다. 몇 번의 실패를 보고나서 장영감님은 “차라리 매달 생활비를 대주는게 낫지 한꺼번에 사업한답시고 뭉텅이 돈을 뺏기지 않는게 상책이지요.” 라는 생각으로 이후 일절 아들에게 사업명목으로 목돈을 주지 않아 아들은 그냥 백수건달로 놀고 지낸다. 이 꼴을 보자니 분통이 터져 이런저런 훈계도 하고 야단도 쳐보았지만 아들은 늘 시큰둥했다. 나이 40이 넘은 놈은 어린애마냥 패줄 수도 없어 혼자 분통을 터트리다 마음을 가라 앉히곤 했지만 늘 이아들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었다.
장영감님의 두 번째 큰 고민은 아내의 사치였다. 장영감님 말에 따르면 “어떻게 생겨먹은 여편네가 도통 돈 아까운 줄 몰라요! 무슨 놈의 핸드빽이 몇 천불씩이나 합니까? 20~30불만 주어도 잘만 고르면 튼튼해서 몇 년을 써도 끄떡없을 핸드백을 살수가 있는데 몇 천불씩이나 하는 핸드빽이 세 개씩이나 되고요! 이 더운 LA에서 무슨 놈의 밍크코트가 필요합니까? 밍크코트에다가 밍크 목도리도 여러개 있어요! 이게 무슨 미친 짓입니까? 옛날에는 내 말 한마디면 꼼짝 못하던 여편네가 나이가 드니까 얼마나 기가 쎄고 억세졌는지 내가 뭐라하면 눈을 부릅뜨고 대들어요! 이혼하고 자기 몫으로 재산 반 내 놓으래요. 평생 돈 한 번 안 벌어보고 집에서 빈둥빈둥 놀면서 처먹기만 많이 처먹어 하마같이 된 마누라가 지가 무슨 재산형성에 기여를 했다고 그런 큰소리를 치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캘리포니아 이혼법이 그렇다니 어쩝니까? 더러워도 참는 수밖에 없지요! 아휴! 내 팔자야!”
장영감님의 세 번째 큰 고민은 말썽을 부리는 세입자들 문제이다. 장영감님 성격이 느긋하지 못하고 이런저런 걱정이 많아서이기도 한데 세입자가 방세나 가게세를 한달만 제대로 못내도 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노심초사 걱정이 태산이다. 장영감님 수준의 재산가라면 차라리 부동산 임대관리를 전문 관리회사에 맡겨두고 편히 쉬면 좋은데 워낙에 구두쇠 이다보니 그 돈을 지불 하는 게 아까워 본인이 북 치고 장구 치고 다한다. 젊어서부터 손재주가 있다 보니 이것저것 못 고치는 게 없는 ‘멕가이버 형’이여서 별명도 ‘멕가이버 장’이였는데 이것이 오히려 늘그막에 올가미가 될 줄은 몰랐다. 세입자가 여럿이다보니 툭하면 어디가 고장 났다 어디가 어떤 문제가 있다. 컴플레인이 들어올 때마다 자신이 직접 가서 세탁기도 고치고 전자레인지 수리, 전기 문제 수리 등등 몸이 열 개여도 모자랄 판이었다.
기술자를 불러서 처리하면 되는데 한 번 부를 때마다 최하 백불에서 몇 백불씩 수리비를 청구하니 그 돈이 아까와 자신이 직접 가서 고쳐주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리타이어 하고나서 오히려 더 바빠지고 육체가 늘 피곤에 절어 산다. 주위에서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러구살어? 이제 몸 편하게 살 나이 아닌가?” 라고 하며 충고를 해도 요지부동이었다. “세상에 양심 없는 놈들이 너무 많아서 함부로 기술자 부를 수가 없어 나사하나 바꿔 끼면 될 일도 이리저리 주물러서 더 망가트려놓고 큰 돈 요구하지 않나, 와서 5분이면 될 일에도 무조건 나왔다하면 백불씩이나 달라고 하니 완전히 도둑놈들 천지야!” 라고 하며 자신이 직접 부품 사들고 뛰어다니니 노가다도 이런 상노가다가 없었다.
또한 이런 잡다한 일 외에도 세입자가 말썽부리면 쫓아낸다고 법무사(변호사비는 너무 비싸 쓸 엄두도 못 낸다고 한다) 여기저기 쫓아다니고 법원 여기저기 쫓아다니느라 그야말로 눈코 뜰 새가 없이 산다. 이정도 되면 장영감님에게 있어 재산 많음은 축복이 아닌 고생덩어리 짐일 수밖에 없다. 이래서 옛말에 ‘버는 놈 따로 있고 쓰는 놈 따로 있다!’고 했나보다. 이런 범주에서는 필자도 예외일 수 없다. 워커홀릭이라서 정말 열심히 일한다. 일 안하면 불안하여 좌불안석이다. 다행히도 찾아주는 손님이 많아 매우 바쁘다. 수입도 십수년간 고소득이다. 하지만 자신을 위해 쓸 줄은 모른다. 그저 술 한 잔에 책만 있으면 대만족이니 특별히 돈 쓸 일도 없다. 하지만 그 많은 수입에도 늘 돈은 없다. 팔자에 돈이 없기 때문이다. 벌어도 죄다 여기저기 찢어 안기느라 여유가 없다. 여러 가정이 필자의 수입에 의존해 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장영감님이나 필자나 다를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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