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벼락 맞은 오선생
필자의 오랜 고객이자 제자이기도한 오선생은 아주 유능한 한의사이시다. 특히나 부인병 치료와 관련해서 그 유능함이 널리 알려진 분이다. 오선생님은 명리학에도 관심이 깊어 독학으로 꽤나 오랜 시간 공부해왔는데 용신론(用神論)에서 막혀 문리가 트이지 못해 실망하던 중 필자에게 배움을 청해 일정기간 배운 뒤 이를 극복하고 실력이 일취월장하였다. 오선생은 한국에 계실 때에도 한의사였는데 경희대 한의과 졸업 후 20여년간 강남에서 개업의로 명성이 높았던 분이기도하다. 자녀들 교육문제로 이민을 결심한 뒤 주도면밀하게도 우선 가족을 한국에 두고 홀로 도미하여 LA의 S한의대에서 다시 공부하여 미국한의사 자격을 취득 후 개업하여 자리를 잡은 뒤 가족을 불러 들였다.
매사 용의주도하고 성실하여 주변으로부터 ‘선비 같은 이’로 평판이 좋았다. 인물도 좋아 주변에 오선생을 사모하는 독신여성들이 늘 도사리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오래전 어느 날인가 오선생님이 평소 같지 않게 허둥거리는 모습으로 필자를 찾았다. 와서 하시는 말씀이 “아이고~ 선생님 큰일 났습니다! 어쩌면 좋지요? 제가 함정에 빠진것 같습니다!” 라고 하며 매우 불안한 기색으로 안절부절 하신다. 냉수를 우선 한 잔 권한 뒤 흥분을 가라앉히고 들어보니 사연이 이랬다. 40대 초반의 한 여성 환자분이 계신데 평소 옷차림새가 야하고 눈웃음을 살살치며 필요이상의 애교를 부려 진찰‧치료할때마다 거북했는데 어느 날 부터인가 “선생님 언제 저하고 술 한잔하세요! 언제 시간 있으시죠?” 라고 하며 만나줄 것을 조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선생은 깔끔한 성격대로 자신은 유부남이며 손님과 사적인 술자리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누누이 이야기했건만 끈질기게도 계속 한 번 만나줄 것을 요청해왔다. 그리고 툭하면 그리 심한 증세가 없는데도 여기저기 아프다며 오선생을 찾았다. 손님이 자신을 인정해서 찾아주는 것은 고마우나 아무튼 이 여자 손님은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고 손님을 냉정히 내칠 수도 없어 어정쩡하게 대하여 지내던 중 갑자기 날벼락을 맞게 된다. 이 여자 손님이 오선생이 자신을 성추행했다며 경찰에 고발을 한 것이다. 어느 날 들이닥친 경찰에 체포된 오선생은 변호사를 부랴부랴 선임하고 공탁금을 낸 뒤 풀려나 재판을 받게된 것이다. 오선생의 혐의는 침술치료를 하는 중 유방과 성기를 만지며 성추행을 했다는 혐의였다. 팔짝 뛰고 미칠 지경이었다.
당시 한의원에는 다른 손님들도 있었고 한의대생인 여자실습생도 근무중이였는데 오선생이 무슨 파렴치한이라고 이들 모르게 슬쩍 환자를 성추행했다는 것인지 억지도 이런 어거지가 없지만 아쉬웁게도 진료실에 비디오카메라가 없어 이를 증명할 수 없었다. 이에 더하여 점입가경이라고 한국어라디오 방송과 한국인 대상 무가 주간지에도 이 기사가 실렸고 기사 속 이니셜로 표기된 O씨가 오선생이라고 소문이 나면서 이곳저곳에서 확인전화가 걸려오고 그야말로 ‘개망신’이 따로 없었다. “미국에 오기 전 LA바닥이 무서운 곳이라고 하더니 제가 이런 꼴을 겪게 되는군요. 그나저나 이제 저는 완전히 망했습니다. 왜 미국에 올 생각을 해서 이런 망조가 든 건지 너무도 후회가 드는군요. 어쩌면 좋습니까?”
울상을 하고서 한탄조로 묻는 오선생님의 운을 가만히 짚어보니 ‘임지태’의 쾌가 나온다. ‘놀랄 일이 생길 것이다. 한번 쯤 아파서 앓아눕는다. 참고 인내하면 위기를 모면하고 새싹을 틔우리라’ 라는 운이다. ‘앓아누울 정도로 크게 놀랄 일이 있을터이나 그 괴로움을 참고 견디면 극복될 수 있는 불 운’ 정도로 해석되어 질 수 있다. 필자 왈 “오선생님 인격을 제가 아는데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누명을 쓰셨군요. 일이 쉽게 풀릴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극복될 수 있는 어려움이니 참고 견디시면 반드시 나쁜 운이 물러가고 좋은 운이 들어올 겁니다.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마시고 현명하게 대처하시면 누명을 벗으시고 명예가 회복되시리라 믿습니다.” 라고 하며 격려‧위로해 드렸다.
아무튼 이때 이후 한의원의 영업은 엉망이 되었고 비싼 변호사 비용에다가 심리적인 자괴감 등으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재판은 억울해서 펄펄뛰며 혐의를 부인하는 오선생님과 무조건 오선생의 범죄혐의를 씌우려는 검사의 지리한 공방이 계속 되었고 오선생은 점점 지쳐갔다. 열 번도 넘게 재판정에 출정하다보니 오선생은 큰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재판을 오래 끌다가 만약 운 없게도 유죄로 판결날 경우 오랜 세월 감옥살이를 할 수 있다는 무서운 생각이 불안하게도 지속되었고 검사가 협박을 하며 ‘무죄주장 하다가 유죄가 되면 당신은 끝장이다. 지금이라도 유죄인정을 하면 형량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형량협상(Plea Bargaining)을 제안하자 이를 받아들여 안전한 쪽으로 가고 싶은 유혹이 마음속에 꿈틀거리곤했고 한편 “아무 죄도 없는 내가 왜 형량을 낮추려고 협상을 해?” 라고 하며 스스로에게 분개하기도 했다.
재판을 하면서 자신의 변호사가 자신을 제대로 변호하지 못하고 재판에도 성실히 임하지 않는듯해서 해임하고 새로운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이런저런 갈등으로 체중이 10kg 이상 빠져 건강에도 이상이 왔다. 신경을 갑자기 너무 쓰자 혈압이 높아졌고 당뇨병까지 생겼다.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결국 오선생은 다행이도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하지만 완전한 승리는 아니었다. 오선생님 모르게 오선생님의 여동생이 고발한 여자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뒷돈을 건넨 것이었고 목적을 달성한 이 여자가 자주 재판에 출석하지 않자 검사도 사건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 사건으로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오선생님은 다행히도 심기일전하여 현재 열심히 진료에 임하고 있다. 진료실마다 비디오카메라가 설치되었음은 물론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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