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세대의 한탄
이글은 아주 오래전에 쓴 글이다.
예전에 우리네 보통 사람들의 삶의 목표는 대개 이랬다.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졸업 후 좋은 직장에 취직한 뒤 좋은 배우자만나 오순도순 살면서 토끼 같은 자식 낳아 잘 키우며 열심히 일해 돈을 모아 집장만을 하고 또 열심히 돈을 모아 자녀들 좋은 곳에 시집‧장가보낸 뒤 은퇴하여 그동안 비축해 둔 노후자금으로 부부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다가 오랜 기간 많이 아프지 않고(추한 모습 안 보이고) 깨끗하게 삶을 마치는 것이다. 이대로만 된다면 정말 성공적으로 산 인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세상만사 모든 것이 뜻대로 만 되는가?
우선 학업운(學業運)만 봐도 그렇다. 뒷바라지 해 줄 수 있는 부모를 만나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는 팔자를 지닌 이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척박한 환경 속에서 고학해야하거나 또는 학업에 전념해야 할 나이에 학업은커녕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팔자로 태어난 이도 있다. 출발선에서 부터 차이가 나는 것이다. 다행히 좋은 여건의 부모 밑에서 부모의 적극적인 후원 속에 공부한다 하여도 두뇌의 차이나 건강 여건 면에서 모두가 좋은 학교를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실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시험 운이 좋지 못해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자신의 실력에 합당한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재수‧삼수를 거치게 되는 이도 있다. 물론 시험 운이 좋아 자신의 실력보다도 월등히 우수한 대학에 진학하게 되는 이도 있음은 물론이다.
이 또한 모두 자신의 운(運)이다. 작금의 현실은 대학을 졸업하여도 예전처럼 비교적 쉽게 취직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청년백수가 드글 드글한 현실에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도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취업을 못하면 결혼도 물 건너간다. 부모가 재산가라면 모를까 직업도 없는 백수에게 시집 올 처녀가 어디 있겠는가? 요즈음 ‘3포 세대’라는 말이 있다하는데 알아보니 취업‧결혼‧집장만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게 요즘 세대라고 들 한다. 정말 암담한 현실이다. 요행히 취업이 된다 해도 언제 돈을 모아 결혼비용을 장만 하겠는가? 어떤 신문에서 보니 결혼비용이 여자의 경우 최소 5천만 원, 남자는 1억 원 이상이 있어야 한다는데 결혼비용 모으기는커녕 학교 다니며 받은 ‘학자금 대출’갚기도 허덕거려야 한다는 게 요즘 젊은 세대들의 현실이라고 한다.
집장만의 경우 아득히 꿈만 같은 꿈이다. 엄청나게 오른 집값을 생각하면 평생 직장생활 성실히 하여도 ‘그림의 떡’만 같을 것이다. 다행스럽게 결혼까지는 성공한다 하여도 생활비 하면서 자녀양육비 쓰면서 집장만할 거액의 돈을 모은다는 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할 수 있다. 여력이 있는 부모가 도와준다면 모를까 그렇지 못한 경우 요원한 꿈이다. 요즘 젊은이들의 부모세대인 필자와 같은 베이비부머 세대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요즈음이야 자식이 1-2명에 불과하여 그 자식에게 온갖 공을 쏟지만 예전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한집에 보통 자식 5-6명에서 많은 집은 열에 가까웠다. 어릴 때 죽는 애들이 많아 호적신고도 늦게 하 기 일쑤였다. 그리고 극소수를 빼고는 대개가 무척이나 가난했다. 그달그달 식생활 해결하기가 어렵던 때여서 자식에게 지금처럼 정성을 쏟아 부 을 여유들이 없었다. 그저 굶겨 죽이지만 않고 어떡하든 먹여서 키우는데 급급하던 때이니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이런 여건 때문이지만 아무튼 부모의 지극정성 사랑과 배려를 못 받고 자랐지만 부모를 공양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대체적으로 무척 강한 세대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모들은 자식들 키우느라 자신들의 노후대비에는 무척이나 소홀 할 수밖에 없었다. 늙으면 자식들이 봉양해 주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살 수밖에 없었던 어르신들이다. 이렇다보니 베이비부머 세대에게는 부모 공양이라는 짐이 크다. 그리고 자식들에 대한 집착이 강해서 어떡하든 자기 자식들 에게는 자신이 겪었던 고생을 겪지 않게 하려고 자식 교육에 올인 한 세대이다. 이래서 베이비부머 세대를 ‘낀 세대’라고 부른단다. 부모에게는 지극한 사랑과 배려를 받지 못하고 자랐지만 그들을 공양해야 할 의무감이 크고 자식에게 올인 하여 모든 사랑과 배려를 쏟았지만 자식이 자신을 부양해 줄 거라는 기대는 전혀 할 수 없는 세대라는 뜻이다.
이런 줄 알면서도 자신의 노후대비에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로 점점 노화되어 가는 가엾은 세대라는 뜻도 된다. 예전에는 수명이 60-70대에 불과 했지만 이제는 100세 시대라고 하니 베이비부머의 부모님들 중에는 80-90세가 되셨어도 아주 정정하셔서 아직도 살날이 엄청 많이 남은 분들이 많다. 부모님들은 아 주 아주 오래 사시고 애써 키워놓은 자식들은 ‘3포 세대’니 뭐니 하며 독립해서 스스로 생활할 나이가 훨씬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부모에게 의지해서 용돈 타 쓰는 일이 다반사다. 이런 추세라면 베이비부머 세대는 어쩌면 나이 70이 될 때 까지도 90대인 부모님을 봉양 하면서 40대의 자식들 생활까지 보조해야 하는 일이 안 생긴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는가?
우스개소리 같지만 점점 현실로 닥쳐오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암울한 현실이다. 이렇다보니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 있는 이곳 미국 교포들은 참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젊어서 세금 성실히 냈으면 쇼셜연금 받을 것이요, 그렇지 못하다면 최소한 노인 극빈자 보호금인 월 페어라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불안해하는 이들이 많다. 20-30년 후엔 쇼셜연금의 적자폭이 커서 어찌될지 모른다는 뒤숭숭한 소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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