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는 것은 안된다! -수재의 시련-
필자의 오랜 고객이신 강 여사님에게는 여섯 명의 여동생과 나이차이 많이 나는 남동생 하나가 있다. 강여사님의 부모님은 일찍이 무역업에 눈을 뜨셔서 원단장사로 큰 부를 이루셨기에 장녀인 강여사님을 포함하여 모든 형제가 부러움 없는 유복한 환경 속에서 자랄 수 있었다. 강여사님을 비롯하여 여섯 여동생은 모두 머리가 좋아 좋은 대학 마치고 조건 좋은 신랑감들을 만나 가문이 번성했는바 유독 외아들인 막내 남동생만이 이 집안의 근심 거리였다. 강여사님이 출가하고 첫째 딸을 낳고난 뒤 태어난 남동생은 강 여사님에게는 자식 같은 동생일수밖에 없었다. 아들을 낳고야 말겠다는 굳은 결심으로 노익장(?)을 발휘하여 천신만고 끝에 얻은 아들이기에 강여사님 부모님이나 자매 분들 모두 이 귀한 늦둥이를 천금같이 귀히 여겼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 이 남동생은 강 여사님에게 자식 같은 동생이 될 수밖에 없었다. 늦둥이 남동생도 머리가 총명하여 어려서부터 학업 성적이 뛰어났고 잘생긴 외모에 체구도 돌아가신 아버지 닮아 듬직한 게 여간 자랑거리가 아니었다. 승승장구하던 남동생에게 처음으로 실패를 안긴 것은 우습게도 운전면허 시험이었다. 무슨 시험이든 실패를 모르던 동생이 어찌된 것이 운전면허 실기 시험에서만 연거푸 실패했다. 인생에 있어 최초의 시험 실패였다. 결국 합격은 했지만 이후 무슨 마가 끼었는지 사법시험에서 계속적으로 연거푸 실패를 계속했다. 아주 오래전인 20여 년 전 동생이 걱정되어서 인지 강 여사님이 당신의 남동생 사주팔자 감명을 요청한 일이 있다.
강여사님 남동생 생년월일은 1968년 윤달 7월 7일생으로 아침 8시경 태어났다하여 사주팔자는 戊申年 庚申月 壬申日 甲辰時가 되었고 운의 흐름은 辛酉 壬戌 癸亥 甲子 乙丑 丙寅 으로 흐르고 있었다. 사주는 癸亥日柱가 水氣가 왕성하고 水의 기운을 유통시키는 식신이 시간에 있어 매우 좋을듯하나 태왕한 편인을 억제하려면 火의 기운이 필요한데 사주 속 火의 기운이 없으니 이점이 무척이나 안타까운 구성이다. 이 사주 속에 火氣가 일점 있어 주었다면 엄청나게 대발할 수 있는 사주팔자가 되었을 터인데 이 때문에 관직을 얻지 못하는 아까운 수재 형 팔자였다. 당시 필자 왈 “남동생분의 사주를 보아하니 인물도 좋고 체격도 늠름한데다가 수재 형 두뇌를 지녔으니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동생 이겠군요?” 라고 하니 자랑 못해 입이 간지러우 신 듯 금세 “아이고! 선생님 참 잘 보시네요! 우리 동생인물이야 영화배우 뺨치게 잘생겼지요!
아버님이 생전에 육척장신에 체구가 당당하셨는데 우리 막내 놈이 아버님을 꼭 빼닮았어요. 더구나 머리도 좋아 S대 법대 수석입학에 수석졸업 했습니다.” 라고 하며 자랑에 열을 내신다. 이런저런 자랑을 그냥두면 끝이 없으실 것 같아 “허나 사주팔자 속에 아쉬웁게도 火의 기운이 전무하여 사법고시 패스해서 나라 녹 먹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법고시는 이제 그만 포기하고 차라리 공부를 좀 더해서 교수 쪽으로 나가보는 게 이 사람에게 좋을 듯합니다!” 라고 하니 자랑에 열 올리시던 강여사님 충격을 받은 듯 잠시 멍~ 하시더니 금세 얼굴에 노기를 띄고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얘가 S대 수석입학에 수석 졸업한 애라는 거 못 들으셨어요? 얘보다도 훨씬 성적이 낮았던 애들도 시험에 척척 합격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얘가 걔들보다 뭐가 부족해서 시험에 합격 못할 거라고 악담을 하시는 거예요?
우리 동생이 운이 조금 나빠 지금까지 말도 안 되게 실패를 했지만 우리애가 얼마나 똑똑한 애인지 아세요?” 라고 하며 항의하신다. 이에 대해 필자가 “바로 방금 여사님께서 말씀하신 운(運)이 문제입니다. 이 사람은 사주팔자 속 그 잘생긴 팔자를 제대로 역할 할 수 있게 하는 게 火의 기운인데 이것이 없으니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겁니다. 말씀드린 대로 관직보다는 교육계로 나가는 게 훨씬 나을 겁니다!” 라고 재차 말씀드리자 수긍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시무룩하게 삐진 모습이었다가 “다음에 다시 뵙지요!” 라고 다소 쌀쌀하게 말씀하신 뒤 상담실을 떠나셨다. 단단히 화가 난듯했다. 귀하 뒤 귀한 자식 같은 남동생이 그렇지 않아도 시험에 연속 실패해 마음이 아파 희망적인 메시지라도 들으려 필자를 찾았는데 “앞으로도 계속해서 시험에 낙방할 것이다!” 라고 했으니 얼마나 신경질 나고 필자가 미웠겠는가? 아마도 필자의 입을 찢어주고 싶었을 것이다.
이러고 난 뒤 몇 년 동안이나 통~ 필자를 찾지 않으셨다. 아마도 단단히 화가 나신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몇 년이 지나서 필자를 다시 찾으셨다.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선생님 말씀이 맞는 거 같아요! 지금 까지도 시험에 패스하지 못하고 저러고 있으니 어쩌면 좋습니까? 이러다가 우리 애 폐인 될 것 같아요! 이 나이가 되도록 장가도 못가고 공부에만 매달려 저렇게 늙어(?) 가니 어쩌지요? 진작 에 선생님 말씀 듣고 고시 포기하고 다른 길을 택했으면 좋았을 것을 괜히 고집부리다 이 꼴이 났지 뭡니까? 건방진 이야기 같지만 우리집안이 돈이 없습니까? 빽 이 없습니까? 지가 마음만 돌리면 어떤 다른 분야로도 밀어줄 사람이 많은데 정말 답답합니다.” 라고 하시더니 얼마나 속이 상하신지 눈물까지 보이신다.
결국 나중에 들은 소식은 늦은 나이지만 이곳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다고 했다. 그리고 그 후에 들은 소식은 모 대학에 교수자리를 얻어(아마도 엄청 집안에서 빽 을 쓴듯하다) 교수생활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팔자이기는 장사 없다’는 말처럼 이제야 자신의 운에 순응한듯하여 다행스러운 일이라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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