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작

역술의 특수분파 -측자 ‧ 파자-

2022.09.17




               역술의 특수분파 -측자 ‧ 파자-   


 필자는 측자(測字) ‧ 파자(破字) 분야를 공부할 기회가 없었다. 스승님께서 이 분야를 역술의 이단분야로 여기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분야에도 대단한 실력을 지닌 이들이 있었다. 옛적 유명한 역술인 소강절(邵康節)선생의 친구 중에 진광이라는 이가 있었다. 진광은 평소 소강절 선생을 시기하고 폄하하기를 밥 먹듯 하였다. 하루는 장난삼아 소선생에게 자신에게 오늘 무슨 특별한 일이 있겠는가 맞춰보라 하며 희롱하였다. 소선생은 측자법(測字法)으로 이를 풀어보겠다고 하며 진광에게 한 글자를 써보라 하였다. 진광은 이를 비웃으며 마침 시간이 巳時(오전 9시~11시)이기에 즉시 巳字를 썼다. 


그러자 소선생은 즉시 말하기를 “巳는 뱀이고 자네의 글씨를 보니 꾸불꾸불 뱀 기어가 듯 쓰였으니 그 모습역시 뱀과 닮았네! 오늘은 필시 뱀이 자네의 방에 들어갈 일이 있겠네.” 라고 하자 진광은 비웃으며 말하기를 “내가 태어나 이날까지 내방에서 지내왔지만 뱀이 아직 한 번도 방에 들어온 적이 없네 그려! 자네가 날 깔보고 그런 엉터리 소리로 나를 혼란시키고 바보를 만들어 나를 집에 돌려보내서 멍청히 뱀 나오기를 기다리라는 말인가? 괘씸한 친구 같으니!” 라고 했다. 이에 대해 소선생 왈 “믿건 안믿건 그건 자네 자유이니 말도 안되는 소리로 억지 쓰지 말고 시간이 지나보면 틀릴지 맞을지 알 것이니 가서 기다려보게!” 라고 한 뒤 홀연히 자리를 떴다. 진광은 의심을 품고 집으로 돌아갔다. 해가 서산에 떨어질때까지 기다려 보았지만 뱀은커녕 지렁이 한 마리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 


역시나 소선생이 자신을 놀려주려 그런 엉뚱한 소리를 했다고 여기고 분한마음에 등잔불 아래서 술을 마시며 내일아침에 찾아가서 단단히 따질 작정이었다. 헌데 그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마침 멀리 광동(廣東)에서 왔다는 손님이 집을 방문하였다. 손님은 놀랍게도 두 마리의 엉킨 뱀을 선물했는데 그 뱀은 광동의 유명 요리감 중에 상품(上品)이었다. 소선생의 측자솜씨에 감탄한 진광은 다음 날 즉시 소선생에게가서 선물 받은 뱀 중 한 마리를 선물하면서 사과했다한다. 또 하루는 소강절 선생이 절도사의 초대를 받아 연회에 참석했는데 초대된 손님들은 모두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였다. 그 중에 어떤 손님이 이름난 꽃을 보내왔는데 아직 피지 않은 꽃이었다. 꽃을 본 절도사는 웃으면서 선생께 말하기를 “소선생은 실력이 기묘하다 소문이 났으니 꽃이 몇 송이가 필지 어디 한 번 당신의 신술(神術)로서 점쳐보시지요!” 라고 청했다. 


소선생이 이에 대해 절도사에게 아무 글자라도 대보라고 하자 절도사는 옆에 있던 외손자에게 마음대로 한 글자 대보라고 했다. 외손자는 마침 손에 가위를 들고 있었으므로 가위 전(剪)자를 말했다. 소선생은 즉시 말하기를 “가위는 금속에 속하고 金은 오행(木火土金水) 중 네 번째이니 많아야 네 송이가 필 것이며 애석하지만 가위에 잘릴 징조가 미리 보입니다. 그러니 그 꽃은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또 가위는 여자가 쓰는 물건이니 장래 꽃이 핀 후 반드시 여자에게 꺾이거나 훼손당할 겁니다.” 라고 했다. 평소에 절도사는 소선생의 능력을 믿고 존경해왔으므로 이 말을 굳게 믿었다. 평소에 소선생이 측자(測字)점을 쳐서 틀린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절도사는 미리 훌륭한 꽃을 아끼고 보호할 생각으로 대나무를 깎아서 그 위에 점친 말을 적어서 화분에 꽂아놓고 아무도 꽃을 자르거나 훼손시키지 못하게 엄명을 내렸다. 그 후에 과연 꽃이 네 송이 피었는데 이틀째 되는 날 새로 고용된 하녀가 무식하여 글도 모르는데다가 새로 채용되었기에 절도사의 명령도 듣지 못했기에 설거지한 짠물을 주었고 꽃이 시들자 냉큼 가위로 꽃을 잘라 버렸다한다. 


필자는 측자(測字)를 익히지 못했으나 필자의 도반 중 스승님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 흥미를 느껴 매진한 신군(辛君)은 현재 이 분야의 권위자가 되었다. 예전에 필자가 신군을 만나 필자의 지인인 李金山兄의 이름자를 대면서 이 이름에 대해 풀어보라 하자 신군 왈 “金은 칼이나 도끼로서 李의 木을 치는 형상으로 매우 흉하여 부모운이 나쁜 이름이고 또한 金은 이름에서 쓰지 않는 것은 자네도 잘 알지 않나? 山은 험난하게 힘들여 올라가야하기에 난관과 어려움을 암시하는데 山에서 金을 캔다고 하는 것은 너무나 노골적으로 재물을 탐하는 형상이기에 좋지 못하네! 더구나 山에다 山을 더하면 첩첩산중이 되고 出(출)은 나간다는 뜻이니 돈을(金), 아랫사람(山이 아래글자이기 때문이다)이 다 써버린다는 뜻이니 돈을 벌어도 아랫사람이 다 써버릴 것이요, 아랫사람은 子(아들자)이니 子는 역학에서 물이요, 山(산)은 흙이니 흙이 물을 극하고 흙탕물이 되는 꼴인데 子는 甲子에서 시작하니 이 사람의 현재 직업은 역술인인데 山이 出(출)로 변했으니 객지로 돈벌러간다고 볼 수 있어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개업하고 있겠구만!” 이라고 단숨에 읊어댄다. 


지금이야 필자 역시 이 정도에 놀랄 일천한 실력은 아니나 당시에는 아직 공부가 여물지 않았던 때라서 솔직히 신군의 실력에 입을 다물지 못했었다. 신군의 풀이대로 李金山兄은 필자의 역술계 선배로 역술로 이름이 높아 아무연고도 없는 대구에서 큰돈을 번 역술인으로 소문났으나 정작 돈은 모으지 못했다. 아들놈이 개차반이여서 노상 술 처먹고 사람 패는 사고를 쳐서 합의금대기에 바빴고 여러번 사업한답시고 이런저런 일을 벌리다 망해 정작 이금산형은 돈을 많이 버나 늘 돈에 쪼들렸기 때문이다. 이렇듯 역술계도 여러분파가 있는바 신군처럼 특이한 역술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도 있는 것이다. 예전에 서울에서 이름이 높았던 故김봉수선생같은 이가 이 분야의 최고실력자였다. 


김선생은 분석을 의뢰받은 사람의 이름만을 보고 대뜸 “588에서 몸 다망친 딸년은 찾아서 뭐해? 찾으려면 거기가 봐!” 라고 하던가 이름을 척보고 “작년 8월에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을 왜 나에게 물어? 당신 나가지고 장난하는 거야?” 라는 식으로 신기를 발휘했던 분으로 유명하다. 작명으로도 꽤나 유명했던지라 필자의 손님 중에 예전에 이분에게 작명을 했다는 고객도 종종 만나게 된다. 돌아가셨지만 꽤나 대단했던 양반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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