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아니라 웬수놈!
얼바인 에서 일식집을 운영하고 계시는 오 여사님께서 오랜만에 필자를 찾으셨다. 평소는 밝고 명랑한 분 이셨는데 이날은 매우 침통한 표정 이였다. 잘 지내셨느냐는 필자의 인사말에도 그저 건성으로 대꾸 하고는 자신의 아들사주팔자를 내미신다. 아들은 양력 1990년 9월 18일 아침 8시경 태어난 명이였다. 음력으로 바꾸니 7月30日 生이며 辰時生이다. 월간의 인수 乙木(을목)이 년간 庚金(경금)과 乙庚金하여 재성으로 바뀌였고 년지 午火(오화) 홀로 일주를 생조하는 구조이다.
牛火가 있으므로 종세격은 되지 못하고 재다신약형으로 인수가 파극되고 일지 戌土(술토)와 시지 辰土(진토)가 상충된 사주이다. 대운수는 7이며 운은 순행하여 丙戌.丁亥.戊子.己丑.庚寅으로 흐르다. 戊子대운에 들어서는 나이였는데 戊子대운에는 재성이 더욱 왕성해지고 용신인 午火(오화)충거 되었으니 매우 불안한 시기이다. 명리학상 용신이나 희신이 형.충 되거나 일주가 약하고 재성이인수를 파극 하거나 또는 상관이 정관을 파극 하거나 일주가 약하며 관살이 혼잡 된 사주가 감옥에 가기 쉬운 팔자로 본다.
오여사님 아들의 사주팔자는 안타깝게도 여기에 해당되고 시기적으로 봐서도 매우 불안한 대운의 시기에 들어서고 있어 불안해 보이는 정도가 심했다. 사주를 일람한 뒤 필자 왈“이런 말씀 드리는 게 어렵지만 솔직히 말씀드려 아드님은 매우 조심하지 않으면 감옥에 가게 되는 수옥살이 드는 운입니다. 경거망동하지 말고 자중 또 자중해야 할 시기입니다. 주역상 쾌(卦 )를 짚어보아도 ‘수지정’의 운이 나오니 이는 ‘평지풍파속수무책’의 운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를 풀어 설명하면 ‘예상치 못한 불운이 닥친다! 부도수. 빛 독촉. 특히나 관재구설이 횡횡한다.’로 풀어 이야기할 수 있는 흉쾌(凶卦)입니다!”라고 하니 오 여사님 “아이고~ 어쩌나?”하며 신음 같은 한숨을 애처롭게 내쉬신다. 아들인 오군은 어릴 때 무척이나 호기심 많은 개구쟁이였다.
수업 시간에도 수업에 열중치 못하고 하도 산만하여 ADD판정(집중력장애판정)까지 받았다. 여기에 더하여 성격이 폭력적 이여서 툭하면 주위 애들을 두들겨 패서 정학도 몇 번이나 맞았다. 초등학교 때 이 정도였으니 중.고등학교 가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 학업에는 통 관심이 없고 노는 쪽으로만 일찍 되바라져 갔다. 담배, 술은 물론 마리화나를 피워대며 껄렁 거리더니 고등학교 때부터 깽단에 가입하여 밤 동네를 건들거리며 돌아 다녔다. 머리가 크고 나서는 부모도 아들을 통제하기 어려웠다. 툭하면 엄마 아빠에게도 Fuck!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내 뱉었다. 점점 싸가지 없는 우리 표현으로 ‘후레자식’이 되어갔다.
결국 고등학교 졸업장도 받지 못하고 학업은 중단 되었고 자식 교육위해 미국 이민을 결심했던 부모가슴에 깊은 후회감과 절망만을 심어 주었다. 며칠씩 집을 안 들어오는 것은 기본이고 걱정이 된 부모가 전화를 해도 통 받지를 않다가 돈 떨어지면 집에 들어와서 용돈 달라고 행패를 부렸다. 하는 꼴이 도저히 두 눈 뜨고 볼 수가 없어 아빠가 몇 번 나서 심하게 야단을 치다 부자(父子)간에 육탄전이 벌어지곤 했는데 아들 녀석 덩치가 워낙 크고 기운이 황소 같아서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한번은 지애비 목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목을 졸라대는 통에 남편이 거의 질식사할 지경에 이르자 옆에서 이를 뜯어 말리던 엄마가 힘으로 도저히 이놈을 떼어낼 수 없자 할 수 없이 애비 목을 조르는 아들놈 팔뚝을 피가 나도록 물어뜯어 겨우 떼어냈고 남편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경찰에 고발해서 평생 감옥살이를 시키겠다고 펄펄 뛰는 남편을 울며불며 겨우 말렸다. 이제는 어찌할 도리 없이 조용히 살기위해서는 달라는 돈을 최소한으로 주어가며 달래는 길 외에는 없었다.
이런 놈도 자식이라고 며칠 만에 집에 들어오면 오 여사님은 이것저것 먹이느라고 요리를 하며 법석을 떨곤 했다. 어느 날인가는 여자애까지 하나 데려 와 지방에서 며칠씩이나 안 나오고 먹을 음식만 냉장고 뒤져 가지고 올라간 일도 있을 정도였다. 완전히 안하무인격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아버지하고는 대판 몇 번 싸운 뒤 (애비를 떡이 되도록 패고 난 뒤라 해야 정확한 표현이 될 것이다.) 서로 마주쳐도 본척만척 한마디 말도 섞지 않았다. 이런 지옥 같은 시간이 흐르던 어느 날 저녁 사건이 터졌다.
마약에 취했는지 눈동자가 다 풀린 상태로 며칠 만에 집에 들어온 아들놈이 엄마에게 쌍욕을 해대면서 집안 물건을 마구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그 정도가 심해지자 애비가 안 나설 수 없었다. 비록 몇 번 자식에게 쥐어터진 애비지만 아버지로서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부자간의 몸싸움으로 번졌고 그냥 두면 아무래도 지애비를 패 죽일 것 같아 하는 수없이 경찰을 불렀다. 경찰이 들이 닥쳤는데도 아들놈은 미친놈처럼 폭력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경찰의 진압봉에 뒤통수를 정통으로 맞고 까무라쳐 서야 상황은 진정되었다. 폭행을 당한 남편은 중상을 입어 응급 호송되었고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아들놈은 의당히 ‘살인미수죄’가 되어 감옥에 가고 말았다. 남편 병간호와 아들놈 걱정에 정신이 없던 중 문득 필자 생각이 나서 정신없이 찾아오게 되었다 하신다. 이정도면 ‘아들이 아니라 웬수놈’인 셈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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