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떨어진 땅덩이?
미스 김 에게는 희망이 없어 보였다. 나이 40이 넘도록 결혼도 못했고 그녀를 둘러싼 모든 환경 역시 절망적 이였다. 아버지는 중풍으로 7년째 제대로 운신을 하지 못했고 어머니는 심한 관절염으로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웠다. 여기에다 하나밖에 없는 오빠 놈은 사지 멀쩡하고 건강하지만 도대체 일이라고는 거들떠도 안보는 백수건달 이였다. 이혼하고 딸 하나 데리고 얹혀 살기위해 들어온 주제에 일할 생각은 않고 노상 한탕만을 노리는 노름쟁이에 주정뱅이였다. 미스김을 포함하여 이렇게 다섯 식구가 타운에 있는 허름한 2베드룸 아파트에서 생활을 했는데 전적으로 미스김의 수입에만 의존하는 살림 이였다.
미스김은 커뮤니티 칼리지를 다니다 그만둔 이후 20대 초반부터 이런저런 일을 닥치는 대로 해 왔다. 식당 웨이추레스도 여러 곳에서 했고 수입이 좋다고 하여 어려운 와중에 겨우 돈을 마련하여 지압 학교를 마치고 지압사로 일하기로 했으나 수입이 기대했던 것에 훨씬 못 미쳤다. 이유는 못난 외모 때문 이였다고 한다. 지압하는데 외모가 왜 중요한지 모르겠으나 지압사도 외모가 수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자기혼자 벌어서 도저히 생활이 어렵자 누군가의 권유로 목욕탕 때밀이 일을 배워 10년이 넘게 쭉 이일을 해 오고 있었다.
미스김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필자가 미스김을 보았을 때 ‘참으로 못생기고 박복해 보이는 구나!’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젊은 나이임에도 벌써 탈모가 있는지 머리카락은 부석부석하고 숱도 매우 적어 머리 빠진 옻 닭 같은 모습 이였고, 몸은 매우 여위어서 날씬해 보이는 게 아니라 가련해 보였으며 허리도 구부정하고 어깨는 처량 스럽게 웅크려진 모습 이였다. 어떤 남자라도 미스김의 모습에 호감을 보이지는 않을 것 같았다.
자신의 사주팔자를 알고 싶다고 하며 생년월시를 말하기에 사주기둥을 세운 뒤 살펴보니 우선 한숨부터 나왔다. 부모형제 복 없고 배우자 복 없으며 자식 복 또한 없는 고립무원의 팔자인데다 건강 복마저 없어 명도 길어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좋은 점이라고는 보이질 않는 너무나도 박복한 팔자였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말문이 막힌다. 어디서부터 팔자를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사주팔자에 복이 지지리도 없어 부모 복, 형제 복도 없고 여기에 더하여 남자 복, 자식 복마저 없는데다가 건강 복 또한 없어 평생 지지리도 못나게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다 남보다 일찍 죽을 팔자이니 그리 알고 그대로 살다 죽으시요!”라고 이야기 해줄 수는 없지 않은가?
필자가 한동안 말이 없자 미스김은 무슨 눈치를 챘는지 “제 팔자가 정말 못생겼죠? 저도 나이가 40이 넘었으니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만 봐도 제 팔자는 제가 어느정도 짐작하고 있었어요! 팔자가 못생겼으면 인물이라도 못생기지 말아야할 텐데 보시다시피 얼굴마저 이 모양이니 어쩌면 좋아요?”라고 하며 한숨을 내쉬는데 이어, 눈이 충혈 되고 눈물이 그득해 진다. 참으로 안쓰러웠다. 하지만 이렇듯 못난 사주팔자도 한번은 크게 대발할 수 있는 운을 만나기도 하는바 미스김의 운로를 살펴보니 정말 다행스럽게도 2년 뒤에 금전적으로 크게 발복하는 대운이 보였다.
필자 왈 “아무리 박복한 사주팔자라도 일생에 있어 한번쯤은 빛을 크게 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기도 하는데 아주 다행스럽게도 미스김 운에서 그런 기운이 2년 후 쯤에 보입니다. 일부러 위로해 줄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 그런 운이 보이니 현실이 아무리 힘들어도 2년만 꾹 참고 열심히 노력하며 기다려 보세요!”라고 하니 미스김 울상이 된 표정으로(가뜩이나 못생긴 얼굴이 상기되어 입을 삐쭉 내밀고 우는 표정이니 더더욱 못생겨 보였다.) 자기가 지금 처한 상황을 간략히 이야기한 후 “제가 지금 이 모양 이 꼴인데 무슨 대운(大運)이 온다고 하세요? 아무리 이리 저리 생각해 봐도 저에게 그런 운이 올 건덕지가 하나도 없어요!”라고 하며 못 미더운 표정이다. 아무튼 필자는 보이는 데로 설명하고 상담을 마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바쁜 일상 속에 이 일은 잊혀졌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미스김이 오랜만에 예약을 하고 필자를 찾았다. 전에 비해 얼굴에 살이 조금 오른 듯하고 전처럼 우거지상이 아니라 다소 밝아 진 표정 이였다. 와서 하는 말이 “선생님께서 2년 전에 저한테 대운이 한번 올 것이라고 하셨을 때 저는 믿지 않았어요! 제 처지가 너무 안됐으니 선생님께서 저에게 용기를 주려고 일부러 그런 말씀을 하신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한테 그런 운이 올 건덕지가 하나도 없기 때문 이였죠! 그런데 선생님이 말씀하신 그 대운이 저에게 왔어요! 우리 아빠가 8형제이신데 형제간에 우애도 없고 다들 못사는 처지라서 연락도 끊긴지가 꽤 오래전인데 작년 말에 한국에서 어떻게 우리를 찾았는지 연락이 왔어요. 아버지의 할아버지 그러니깐 저의 증조할아버지 땅이 어떤 영문인지 그동안 나타나지 않았다가 갑자기 발견 됐다는 거예요. 이런 땅만 전문적으로 찾아주고 댓가를 받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그 땅을 찾았다지 뭐예요! 땅이 워낙 커서 형제들 모두에게 나누어도 적지 않은 금액인가 봐요. 우리 아버지의 동의가 꼭 필요해서 사람들을 동원해서 이곳 미국에 사는 우리를 찾았다지 뭐예요! 그래서 작년 말에 이런 저런 사람들이 한국에서 왔다갔어요.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 말씀이 꼭 맞았어요!”라고 한다.
오랜 기간 수없이 많은 이들을 상담해 왔지만 없던 땅이 갑자기 하늘에서 굴러 떨어졌다는 이야기는 처음이어서 특히나 기억에 남는 사연 이였다. 아무쪼록 그동안 고생이란 고생을 다 하고 산 마음씨 착한 미스김에게 좋은 앞날이 열리기를 기원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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