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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꽃미남 양아치 팔자

2023.01.25



                         꽃미남 양아치 팔자     


 예전에 60대 초반의 남성분이 필자를 방문하였다. 선이 굵은 미남형 남자였다. 부리부리하게 큰 눈에는 안광이 힘찼고 크고 우뚝한 콧날과 입선이 명확한 입술은 붉고 두툼했다. 옛날 영화배우 남궁원 씨와 매우 닮은 인상 이였다. 풍채도 크고 당당하여 젊은 시절 여자 꽤나 따랐을 듯했다. 생년월일시를 물으니 1952년 양력10月6日 生이고 시는 아침8시경이라 답한다. 음력으로는 8月 18日 生이니 사주팔자는 壬辰年 己酉月 乙酉日 庚辰時가 되었고 대운수는 1을 쓰며 운로는 순행하여 庚戌.辛亥.壬子.癸丑.甲寅.乙卯.丙辰으로 흐르고 있다. 


酉月의 乙木이 모든 지지가 辰酉合(진유합)하여 金으로 化(화) 하였다. 일간 乙木과 시간 庚金(경금)도 을경합(乙庚合)하여 있다. 용신(用神)은 이 지나친 金을 설기 시켜주는 乙木을 생해주는 연지 壬水를 써야한다. 하지만 이 壬水를 월간 己土가 극하여 탁한 물로 만들어 버렸으니 壬水가 구정물이 되었다. 용신이 이지경이 되었으니 아주 쓸모없는 못난 팔자가 되었다. 필자는 이 사주팔자를 보면서 참으로 그 잘난 인물이 아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분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젊어서 한자리 크게 헤먹었을 사람이며 평생을 승승장구하여 호위호식 했으리라고 지레 짐작할 것이나 이분이 지니고 있는 사주팔자는 지지리도 못난 인생을 살았음을 나타내주고 있다. 


짐짓 필자 왈 “아주 인물이 좋으십니다. 옛날 영화배우 남궁원씨와 형제라고해도 믿겠습니다!” 라고 하니 “젊어서부터 그런 소리 많이 듣고 살았습니다!” 라고 답하는데 아뿔사! 그 목소리는 매우 가늘고 탁하여 옛날 내시목소리가 쉰 듯한 특이하게도 불쾌한 소리가 나왔다. 이분은 어디 가서도 입만 열지 않으면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겠지만 목소리가 들통 나면 그 모든 인상이 순간에 사라질 듯 했다. 잘생긴 외모에 비해 너무도 못난 사주팔자를 지니고 있고 목소리 역시 요새말로 한번 들으면 ‘확 깨는’ 목소리여서 외양과 너무도 대조적 이였다. 


이어서 필자가 “인물은 아주 좋으시지만 인물에 비해 너무 동떨어진 험난한 만사불성의 세월을 보내셨을 듯합니다!” 라고 하니 가늘게 한숨을 내쉬며 침통해 하신다. 이분은 경남거제의 큰 배를 여럿 지니고 있던 선주의 외동아들로 태어나셨다. 부잣집 외아들로 남부럽지 않게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밀수사건에 연류 되어 징역을 살게 되면서 가세가 기울어지고 어머니는 이분을 외할머니에게 팽개치듯 맡긴 뒤 돈 벌어 오겠다고 객지로 나선 뒤 영영 감감 무소식 이였다. 외할머니의 구박이 어찌나 심한지 매 맞고 밥 굶기를 밥 먹듯이 하며 모진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릴 때 이분의 사정을 아는 동네 어른들이 혀를 차며 “이 좋은 인물이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됐노? 쯧쯧쯧 생기기는 귀공자같이 생긴 게 어쩌면 좋노?”하며 안타까워했다. 그나마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고아아닌 고아가되어 부산으로 무작정 올라와 안 해본 일없이 길바닥을 구르게 된다.


처음에는 다리 밑 거지 굴에서 왕초거지 밑에서 밥 동냥에 나서게 되었고 조금 머리가 커지자 역전 앞 구두닦이 왕초 밑에서 찍새(닦을 구두를 거둬들이는 일)를 하다 닦새(구두 닦는 일)로 승진(?)했다. 그러다 어느 날 구두 광을 내려고 불에 구두를 굽다(불 광낸다고 한다.) 실수하여 비싼 구두를 여러 개 망가트려 죽도록 맞고 쫓겨난다. 구두 닦기에서 쫓겨난 뒤 구걸로 겨우 목숨을 이어가다 우연히 재건대(양아치 집단)에 들어가게 되었고 망태기 짊어지고 집게를 들고서 열심히 쓸만한 병이나 고철 쓰레기를 주으러 다녔는데 다른 사람에 비해 늘 실적이 딸려 밥 먹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대부분의 양아치들이 쓰레기 줍는 것 보다는 빈집 마당에 널려있는 쓸만한 옷가지를 몰래 슬쩍 집게로 집어 망태기에 넣거나 세숫대야들을 슬쩍 훔쳐내서 파는 게 더 큰 수입원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수입이 좀 나아졌다. 이런 짓을 하다 어느 날 순경에게 잡혀 징역살이도 하게 된다. 세숫대야 하나 훔치다 잡혔는데 경찰이 두들겨 패면서 하지도 않은 여러 건의 범죄를 누명 씌워 자백하게하고 검찰에 송치해버려 꼬박 3년 동안이나 징역을 살다 나왔다. 징역살고 나와서는 막노동을 하며 여러 도시를 이리저리 떠돌게 되었는데 어느 날 목욕탕에서 만나 한 남자가 접근하여 이런저런 것을 묻다가 “아깝다! 인물이 아깝다!”하며 자기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고생안하고 폼 나게 살수 있다고 해서 따라간 곳이 춤 교습소 였다. 


선배 제비를 만나 제비가 된 것이다. 목소리가 큰 문제이기는 했으나 부인네들과 춤을 추면서 이런저런 말을 안 해도 되니 될 수 있는 한 깊은 관계(?)가 이루어질 때까지 입만 다물고 있으면 그 잘난 외모와 춤 솜씨에 홀딱 빠진 부인네들이 그를 자연스럽게 여관이나 호텔로 유인했다. 이런 제비 짓을 하며 화려하게(?)지내다 모 경찰서 형사 마누라를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또 징역을 살게 된다. 출감 후 또 징역 가는 것이 무서워 제비 짓도 못하고 있는데 제비 동료하나가 추천(?)하여 호스트바에서 일하며 열심히 여자들에게 술 따르고 노리개가 되어준다. 이렇게 쓰레기 짓으로 세월을 보내다 어떤 인연으로 LA에 어렵게 오게 되었는데 미국에 와서도 팔자대로 무슨 일을 해도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분 주위에는 언제나 여자들이 북적였다.


나이 60이 넘었음에도 인물이 좋으니 여기저기서 놀아 달라고 불러주는 여인네들이 늘상 넘쳤다. “이 나이가 되도록 결혼 한번 못하고 하숙집 신세에 모아놓은 돈도 없으니 내 인생이 왜 이 모양입니까?”라고 묻는 이 분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단 하나였다!! “다 팔자 탓이지요!”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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