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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작

관리와 등짐장수 친구

2023.01.20

 




               관리와 등짐장수 친구  


 청나라 중엽 만주 어느 고을에 두 선비가 살고 있었다. 한 선비는 장씨 성을 지닌 이였고 다른 한 선비는 진씨 성이였다. 두 사람은 어려서부터 한마을에서 자랐고 서로 뜻이 맞아 둘도 없는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장선비의 집은 가난하여 밥 굶기를 밥 먹듯이 하는 형편 이였고 진선비의 집은 부유하여 하인을 여럿이나 부리는 이른바 ‘먹고 살만한 집’이였다. 두 사람은 어려서부터 한 서당을 다녔고 둘 다 명석하여 성적이 우수했으나 항상 장선비가 진 선비를 앞섰다. 둘은 어려서부터 함께 입신출세하기로 맹세하고 서로를 격려하였다. 


장선비가 생계 곤란하여 몇 번이나 공부를 포기하려할 때 진선비가 적극 도와주어 생계를 유지하고 학업을 계속 할 수 있었다. 장선비는 진선비에게 항상 감사하며 그의 뜨거운 우정에 반드시 보답하겠다는 결심을 하곤 했다. 몇 번의 과거 시험에 응시했으나 불운하게도 둘 다 계속 실패하자 둘은 실망이 컸다. 무엇보다도 장선비의 실망이 클 수밖에 없었다. 어서 입신출세하여 영락한 가세를 회복해야하는 절박한 사정인데 그렇지 못하니 이제는 꼼짝없이 온가족이 굶어 죽어야 할 판이기 때문 이였다. 


이에 비해 진선비의 사정은 나았다. 가세가 풍족하니 낙방으로 인해 체면만 손상될 뿐이지 먹고사는 문제는 없었기 때문이다. 장선비 입장에서는 친구인 진선비에게 신세지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벼룩이도 낮짝이 있다.’고 더 이상 신세를 질 수도 없었다. 장선비는 진선비에게 자신의 결심을 이야기한다. “이제는 더 이상 버틸 힘도 없네! 아무래도 공부를 포기해야할 것 같네. 자네와 함께 꼭 입신양명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정말 미안하네. 그동안 도와준 자네에게 면목이 없네!”라고 탄식하며 안타까워 눈물을 보였다.


친구의 말을 들은 진선비는 펄쩍 뛰며 이를 만류한 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함께 도전해 볼 것을 간곡히 이야기하며 장선비를 설득했다. 결국 둘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도전해 보기로 결심을 했다. 향시가 있던 해에 둘은 매우 초조하여 철판신단(鐵板柛斷)이라는 영험한 측자선생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마침내 두 사람은 그를 찾아갔다. 역술인은 두 사람에게 한자씩 글자를 써보라고 했다. 정선비가 먼저 유(有)자를 쓰자 역술인은 당신이 간절히 구하는 게 무엇인가를 물었다. 장선비는 솔직하게 올해 급제할 수 있는가 여부라고 답했다. 역술인은 “내말을 섭섭하게 생각지 말고 들으시오! 당신은 관계(官界)하고는 아무인연이 없습니다. 장래에 장사방면으로 나서야 할 운명이지요!”라고 답했다. 장선비는 크게 실망하고 마음속으로 상담에 만족하지 못했으나 워낙 유명한 역술인이라 따지고 들 수도 없었다.


다음 차례로 진선비가 무(無)자를 쓰고 역시 올해 급제여부를 물었다. 역술인은 수염을 쓰다듬고 웃으며 “축하합니다. 금년시험에 좋은 성적으로 급재하고, 또한 선생은 이미 하늘로부터 가마를 타고 다닐 숙명을 타고 났습니다!”라고 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장선비는 부아가나서 “그러면 저는 무슨 숙명을 타고 났습니까?”라고 불만서린 투로 물으니 역술인 왈 “달이 쌓여 해(年)가되니 (成年累月)등에 짐을 지고 동서분주할 팔자요”라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有자 아랫부분의 月이있으니 月이 쌓여서 年이 되니 등에 집을 진 모양이라! 등에 짐을 지고 동서분주한다는 것이요!”라고 통변해 주었다.


진선비도 왜 자신이 급재 한다고 하는가를 물었다. 역술인 왈“無자는 가마 교(轎)자와 같아서요!”라고 말하며 무자의 아래 네점은 가마꾼 네명의 다리라고 부연 설명해 주었다. 반신반의하며 두 사람은 시험에 응시했고 진선비는 역술인 말대로 급제 했고 안타깝게도 장선비는 낙방했다. 장선비는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평소의 실력은 진선비보다 자신이 항시 월등했는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온 것인지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장선비는 이런저런 일로 생계를 유지하며 지냈으나 결국 등짐장수가 되어 이곳저곳을 고달프게 돌아다니는 신세가 되었다. 3년 뒤 진선비는 지현(知縣)이라는 관직에 임명되어 금의환양했다. 진선비는 옛날 동문수학하며 친형제처럼 지내던 옛 친구 장선비를 찾았다. 둘은 만나 옛일을 회고하며 네명의 가마꾼이 드는 가마를 타고 온 모습과 고단하게 등짐을 지고 이곳저곳을 떠도는 등짐장수가 된 현재의 그들의 모습이 옛 역술인인 예언했던 것과 너무 일치하여 말을 잃었다. 이렇듯 운명이란 어찌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실력도 진선비보다 앞서고 현실적으로 과거급제가 진선비보다 간절하게 절실한 장선비는 낙방으로 인해 인생자체가 암흑으로 변했다. 만약 이와 반대로 진선비가 낙방했다면 체면이야 깍이겠지만 가지고 있는 재산이 있으니 과거를 포기한다 해도 진선비는 유유과적하며 지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듯 행운이란 것이 더 절실히 필요한 이에게 주어지는 것도 아니요 각자가 지내고 있는 운로의 흐름대로 갈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 최선을 다하며 살되 그 결과인 운명의 흐름에는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군자로서의 도인 것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213-487-6295, 213-999-0640

주소: 2140 W. Olympic  Blvd #224

Los Angeles, CA 9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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