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독살하고 아버지 여자를 뺏은 남자
사람이 살다보면 어떤 결정이 자신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30만 대군으로 고구려를 침공했다 몰살당한 수나라 문제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 충격으로 인해 사람이 달라졌다. 고구려에 패전한 2년 뒤인 서기 600년 아무 문제도 없던 온순한 태자 용을 폐위 시키고 성격이 강한 차남 진왕 광을 태자로 책봉 한 것이다. 문제는 고구려를 정벌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후계자가 필요했다. 고구려에 예상치 못한 참패를 당한 문제는 강한 성격의 차남 광에서 제국의 미래를 맡겨 고구려 정벌의 숙원을 풀고자 했던 것이다. 엄청난 실수였다. 태자를 쫒아낸 이듬해 문제는 연호를 인수(仁壽)라고 고쳤다.
그 해는 문제의 치세(治世) 20년이자 그의 나이가 환갑을 맞은 해였다. 인수라는 연호에는 자신의 장수를 바라는 뜻이 담겨 있었으나 세상일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고구려 원정 실패 후 문제의 인생도 하향 길로 들어선다. 인수 2년 평생 잉꼬부부로 지냈던 독고황후가 사망했다. 독고황후 사망 후 문제는 외로움과 공허함 때문인지 사생활이 문란해졌다. 이것이 문제를 만든다. 문세광의 흉탄에 육영수여사가 죽은 뒤 박정희태통령의 사생활이 문란해진 것과 유사하다. 독고황후가 사망하자 문제는 풍수지리의 대가이자 유명 역술인 이였던 소길에게 장지선택을 맡겼다. 독고황후의 장지는 장차 문제가 합장될 곳이기에 매우 중요했다. 소길이 장지를 간택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태자 광은 그를 불러 회유했다.
"그대가 전에 내가 천자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었는데 내가 뜻하지 않게 이렇게 태자가 되었으니 이미 반은 맞힌 셈이다. 이번에는 그대가 예언한 나머지 반이 빨리 실현 될 수 있는 곳에 장지를 선택해 주지 않겠는가? 빠르면 빠를수록 크게 보답 하겠다."라고 하니 소길은 "4년 후라면 어떻겠습니까?"라고 제안했다. 4년 뒤에 문제가 죽는 땅, 즉 들어갈 수 있는 자리면 어떻겠냐는 뜻 이였다. 태자는 선득 수락했다. 아버지 문제가 환갑이 넘도록 너무 정정해 몇 십 년은 더 살 것 같아 걱정했는데 이 말을 들으니 기뻤던 것이다. 소길은 4년 후에 문제가 죽어 들어갈 수 있는 땅을 독고황후의 장지로 선택했다. 그리고 태자 광에게 이렇게 설명한다.
"이곳을 장지로 삼으면 4년 후에 태자께서 천자에 오를 수 있고 수왕조의 명맥이 2천년까지는 유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거짓 이였다. 그 후 소길은 가까운 친척에게 이렇게 토로한바 있다. "나는 쌔빨간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이천년(二千年)이란 글자는 획 하나만 바꾸면 삽십년(三十年)이라고도 읽을 수 있다. 내가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다면 광폭한 태자가 나를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보증한대로 수나라의 명운을 삼십년을 넘길 수 없기에 그리했다!" 문제는 독고황후 사망 후 젊은 시절에도 별로 거느리지 않던 후궁들을 가까이 했다. 그 중 선화부인으로 불렸던 진부인(陳夫人)을 특히 아꼈다. 부왕의 총애가 선화부인에게 집중되자 태자 광은 그녀에게 자주 선물을 보내 환심을 사려고 노력했고 선화부인도 이런 태자가 싫지 않았다.
태자는 그녀를 한번 본 순간 그 쎅시함에 몸이 달았고 그녀의 환심을 사는데서 한발 더 나아가 그녀의 육체까지 소유하려 들었다. 아버지의 여자를 욕심낸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버지의 여자였다.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몸이 달아 안달하던 태자 광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다. 문제가 중병이 들어 앓기 시작한 것이다. 선화부인과 함께 옆에서 문제를 간호하던 태자는 새벽에 선화부인이 옷을 갈아입으려고 자리를 옮기자 그녀를 따라가 겁탈하려고 했다. "망할 늙은이가 명도 질기지 그냥 콱 죽어버리지 왜 꼴깍 꼴깍 하면서 꼴까닥 숨을 넘기지 못해? 아이고~ 몸이 달아 죽겠는데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선화부인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겨우 태자의 손에서 벗어나 옷이 벗겨진 채 알몸으로 문제에게 숨을 헐떡이며 뛰어오자 문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선화부인은 눈물을 흘리며 태자의 소행을 고하자 문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그런 놈에게 나라를 맡길 수는 없었다. "내 아들을 불러라." 시종에게 명령하자. 사정을 모르는 시종 유술이 태자 광을 부르려하자 문제는 다시 외쳤다. "광이 아니라 폐세자 용을 불러라!" 유술이 연금되어있던 폐세자 용을 부르는 조칙을 쓴다는 정보가 태자의 귀에 들어갔다. 태자는 조칙이라고 속여 유술을 옥에 가둔 뒤 황태자 숙위병을 동원해 궁문을 굳게 지키게 하고 수하 장수들을 보내 병실에 누구도 출입 못하게 막았다.
선화부인을 포함해 문제를 간호하던 모든 후궁과 하녀.하인 등을 하나도 빠지지 않게 별실과 옥에 가두었다. 이렇게 고립된 상황에서 문제는 어떤 명령도 내릴 수 없었다. 결국 태자의 측근인 장형이 문제에게 다가가 억지로 입을 벌리고 독약을 쏟아 부었다. 죽어가면서 문제는 자신의 결정적 실수를 후회하고 또 후회했을 것이다. 아무 문제없던 유순한 태자 용을 폐위 시키고 저토록 악독한 차남 광을 세자로 삼은 것이 이렇게 비참한 최후를 만들게 한 인생최대의 실수였던 것이다. 문제를 독살한 바로 그날 태자는 선화부인에게 사람을 보내 편지를 전달했다. 자신을 죽이려는 것이라고 생각한 선화부인은 몸을 벌벌 떨며 편지 개봉을 거부했다. 하지만 사자의 강권에 어쩔 수없이 열어보니 반지와 함께 태가 광이 보낸 사랑의 편지가 들어있었다.
그날 밤 태자 광과 선화부인은 날이 꼬박 샐 때까지 질펀한 정사를 즐겼다. 이런 악행 속에서 즉위한 인물이 수나라 양재였다. 인수 4년(60年) 문제는 풍수지리대가 역술인 소길의 예언대로 독고왕후의 장지를 쓴 뒤 정확히 4년 뒤 독살 되었다. 그리고 12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군사를 동원하여 고구려를 침공한 수양재도 고구려에 다시 크게 패하여 전멸당하다시피하고 말았다. 고구려와의 전쟁에 너무도 기를 소모한 수나라는 결국 소길의 예언대로 30년을 못 넘기고 멸망하고 말았다. 수나라에 있어 고구려는 결코 헤어나지 못한 늪 이였던 것이다.
자료제공: GU DO WON (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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